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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한 방울>

                                                 이어령

 

콧물 닦다가

눈물 한 방울

어머니 손

 

옛날 읽던 책 꺼내 읽다가

눈물 한 방울

밑줄쳐넣은 낯선 단어들

 

낡은 책상 서랍 열고

눈물 한 방울 

먼 나라 소인이 찍힌 그림엽서

 

 

   <사족 한 마디>

  거의 한 평생 물방울만을 그린 김창열(1929-2021) 화백은 고백했다.

  “전쟁에서 본 피를 지우려 물방울을 그렸다.”

  “진혼곡이지. 내게 그림은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행위였다.”

  “(물방울 그리기는) 내가 자란 문화로의 회귀이며, 때로는 아이들 물장난하듯, 때로는 꽃다운 나이에 죽어간 내 많은 친구의 혼을 달래는 살풀이였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1934-2022) 선생은 죽음을 앞두고“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눈물 한 방울’이라고 답했다.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눈물 한 방울이면 방울이 들어가 있잖아. 소리가 들어가 있는 거야. 

  눈물방울은 눈물하고는 다른 걸세. 하나 둘 셀 수 있어. 방울이 되면 음향이 되고, 종소리가 되지.”           

                                                      글: 장소현 (미술평론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