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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와 현실에 상처받던 이들 보듬던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

(1952-2014)

 

 

로빈 윌리엄스는 조종사, 의사, 지니(영화 <알라딘>의 램프 요정), 유모이자 그 모든 것이다. 동시에 그는 정말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는 외계인으로 우리 삶에 도착했다. 그리고 인간 영혼의 모든 요소를 고루 어루만지고 생을 마감했다. 그는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했다. 자신의 무한한 재능을 해외에 파병된 병사들로부터 소외된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선물한 사람이다.

로빈 윌리엄스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난 811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애도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임에도 긴급 애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코미디 분야의 반짝이는 폭풍 같았다. 그가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아내 수전 슈나이더는 오늘 아침, 나는 나의 남편이자 베스트 프렌드를 잃었고, 전 세계는 사랑받던 아티스트이자 아름다운 한 인간을 잃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지만 바람이 있다면 (약물중독과 자살이라는) 그의 죽음 자체보다는 그가 배우로서 생전에 우리에게 안겨주었던 수많은 웃음과 기쁨의 순간들이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3세로 삶을 마감한 로빈 윌리엄스

그는 1952년 시카고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모델 출신이었고, 아버지는 자동차 회사 중역이었다. 그가 어릴 때 코미디 연기 능력을 키운 것은 어머니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윌리엄스는 회상한 바 있다.

 

정치학을 공부하고 계속해서 1973년 줄리어드 스쿨(연기 전공)을 졸업한 윌리엄스는 드라마 연기자의 길을 걷고 싶어 했다. 하지만 기회는 바로 오지 않았다. 드라마 연기자 대신 로스앤젤레스의 클럽 등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연기자 생활을 했다.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큰 인기를 누렸던 ABC-TV 시트콤 의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모크 앤 민디>(1978~1982)에서 지구에 정착하고자 동분서주하는 외계인 모크 역으로 먼저 TV에서 주목받았다. 자신의 이름 석자를 미국 전역에 알리게 됐다.

 

영화 데뷔는 고인이 된 명감독 로버트 알트만의 <뽀빠이>(1983)에 캐스팅되며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그가 할리우드 명배우 반열에 오른 것은 1980년대 후반 이후다. 1960년대 베트남 사이공을 배경으로 한 <굿모닝, 베트남>(1987)에서 미군 라디오 디제이 역으로 아카데미상에 첫 노미네이트됐다. 수학천재 맷 데이먼의 유머러스한 치료사로 나온 <굿윌 헌팅>(1997)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의 코미디 연기가 정점을 찍었던 영화는 <미시즈 다웃파이어>일 것이다. 이혼 뒤에도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여장한 가사도우미로 깜짝 변신했다. 그의 신들린 코믹 연기에 미국의 <위클리 엔터테인먼트>는 윌리엄스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웃긴 사내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영화사에 빛나는 명연기

그는 코미디 배우로 출발해 영화사에 기록될만한 명연기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뿐 아니라, 코미디 배우에 대해서 한 수 아래로 보는 할리우드의 문화를 바꾸는데도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래 그는 코미디 연기자 출신이었지만, <굿모닝 베트남>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을 통해 그는그냥 웃기는 배우에서위대한 연기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그와 비슷한 경로를 밟은 톰 행크스(, 포레스트 검프)나 짐 캐리(에이스 벤추라, 트루먼 쇼) 같은 배우들과 서로 격려가 되거나 길을 닦아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특히, 그는 기존 사회 질서의 억압된 제도나 인간의 잔혹성 등에 대해, 외적으론 유머러스하면서도 내적으론 수많은 고민을 하는, 무엇보다 제도와 잔혹성으로 상처받은 현장이나 사람들을 감싸안는 역할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베트남전의 참상과 전쟁의 허무함을 다룬 영화 <굿모닝 베트남>(1987)에서 그는 베트남 지역에 방송되는 미군 방송 DJ 크로나워 역을 맡아, 겉으론 늘 웃으면서도훈육이나 주입위주였던 군 방송과는 달리 파격적 멘트와 음악 선곡 그리고 전쟁의 현실을 담은 발언을 통해 일반 장병들에겐 친구 같은 군 상부 지휘자들에게는 눈엣가시로 존재했었다.

 

속사포 수다로 미군들을 웃기고 울렸던 DJ 애드리안이 전하던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는 영화 속 전쟁 화면과의 묘한 대조로 여전히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대표작인 <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서는 아이비리그 진학만이 절대 과제로 여겨지는 1950년대 미국의 명문 사립 보딩 스쿨(기숙사 학교)에서 아이들의 감성과 자유 의지를 존중하며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는 키팅 선생님 역할을 맡아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Seize the day’(라틴어로 Carpe Diem,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를 외치며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찢도록 부추겼다. 틀에 박힌 인생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삶을 찾아가도록 고무했다.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의학, 법학,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라며 월트 휘트먼의 시를 토해내며, 장밋빛 미래를 위해 책과 씨름하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참뜻을 따뜻하게 조언했던 키팅 선생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굿 윌 헌팅>(1997)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에서, 그는 제도권 교육이라곤 받아본 적 없는 척박한 집안에서 태어난 천재 청년 윌을 따뜻하게 보듬는, 몰락한 교수 역할을 맡았었다.

 

로빈 윌리엄스는 그밖에도 폴 마줄스키의 <발디미르의 선택>(1984), 해롤드 래미스의 <지상의 낙원>(1986) 등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고, <사랑의 기적>(1990), <피셔킹>(1991)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하여 진지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연기를 남겼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피셔 킹>에서는 광인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부인을 잃고 미쳐버린 전직 역사학 교수 페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여주인공과 춤추는 환상적인 장면은 여전히 회자하는 명장면이다.

 

아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의 장난기 넘치지만 인간미를 잃지 않는 얼굴에서피터팬을 발견한 듯 싶다. 줄리아 로버트가 팅커벨로 분하고, 더스틴 호프만이 후크 선장을 연기한 당대의 화제작 <후크>(1991)에서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을 연기했다. 피곤한 가장이 어느 날 자신이 피터팬이었던 사실을 자각하는 이 영화야말로 판타지와 리얼리즘이 공존하는 로빈 윌리엄스의 당대 이미지를 대변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후크>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1992)의 지니 목소리 연기와 만화 같은 판타지 가족모험극 <주만지>(1995)에서는 26년간 게임 속에 갇혔던 알랜 역으로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마저 훔쳤다.

 

할머니 분장으로 친숙한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는 최근 속편 제작 소식이 들려왔던 만큼 아쉬움을 더하는 작품이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차고 넘친다. 마흔 살 중년의 몸에 10살 영혼이 담긴 잭을 연기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1996)이나 게이 커플을 등장시킨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버드 케이지>,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안긴 <굿 윌 헌팅> 모두 90년대 그의 대표작이라 할만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섬니아>(2002)의 호연과 함께 다소 주춤했던 2000년대 이후, 알코올 중독과 싸워오면서도 그는 연기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역을 맡아 권력자를 표현하기도 했다. 정치코미디 <맨 오브 이어>에서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가는 앵커 톰 돕스와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그리고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의 루즈벨트 대통령 등이 그것이다.

 

1년 전 그는 CBS의 시트콤 <크레이지 원스>30년 만에 TV로 복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고, 히트작 <박물관이 살아있다>3편에서도 루즈벨트 대통령을 다시 연기해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스타들의 우울증

그의 사망 원인은 질식에 의한 자살로 밝혀졌다. 허리띠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로빈 윌리엄스는 최근 심한 우울증 증세를 앓아왔으며 약물 과다 복용에 다른 재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LA 타임스>는 윌리엄스가 최근 몇년 동안 자신이 코카인과 알코올 중독으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털어 놓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인 수전 슈나이더는 지난 814일 언론에 보낸 성명을 통해 로빈 윌리엄스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고,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이 재발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로빈은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고, 초기 단계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으나,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릴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았다고 슈나이더는 전했다.

 

로빈의 대변인 마라 벅스바움 씨는 윌리엄스가 오랫동안 심각한 우울증과 싸워 왔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의 웃음과 희망 전도사로 통하며,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골든 글로브상, 에미상, 그래미상 등을 받은 미국의 국민 배우가 왜 우울증에 시달렸는지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인기를 먹고 사는 톱스타가 받았던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우울증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멍들어가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더 나아가 미국 사회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 <카포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명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올해 2월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연기에 대한 강박을 견디다 못해 헤로인 등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됐고, 톱 가수 휘트니 휴스턴도 2012년 우울증으로 인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로빈 윌리엄스가 SNS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1989년생인 딸 젤다 윌리엄스의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인간미와 희로애락을 제대로 연기한 배우로 각인된 그였기에 영화팬들의 슬픔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부인 슈나이더는 로빈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보냈다. 그가 무대나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때나, 전방에 나가 있는 우리 군인들을 위문할 때나, 병을 앓는 어린이를 위로할 때나, 로빈은 우리가 웃음을 통해 두려움을 줄이기를 바랐다.

남편이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자식 세 명을 제외하면, 그가 다른 이들, 특히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줬던 기쁨과 행복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영원한 캡틴으로 남을 것이다. 그의 사망 소식에 잘가요, 캡틴이란 가슴 아픈 작별인사가 전 세계에서 타전되고 있다.

부디 편히 잠드시길. 굿바이 베트남, 굿바이 로빈 윌리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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