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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부디 아름답기를

 

장 소 현

극작가, 시인

 

2017년 희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부디 새롭고 아름답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세상이 유난히 어수선하고 답답하고 창피하고 부끄럽고 참담하고 추웠기 때문에 더욱 새해가 따스하고 착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깜짝깜짝 놀랄 충격이 너무도 많았지요. 세계적으로 그랬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한국의 정치적 소용돌이와 촛불 시위, 광장 민주주의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한층 심했지요. 최순실 게이트로부터 시작해서, 수백만 명이 모인 광장의 평화적 촛불 시위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거대한 소용돌이였습니다. 막장 드라마 늪에 빠져 허우적거려야 하는 참담함이 날마다 거듭되었지요. 오죽하면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나왔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얻은 것, 배운 것도 적지 않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일깨워준 깨달음들입니다.

나라의 주인은 누구이고, 민주주의의 본질은 무엇인가, 민중의 힘은 얼마나 큰가,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분별없는 권력과 염치 모르는 탐욕은 얼마나 추악한가, 한 인간의 성장과정이 인격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부끄러움이란 무엇인가등등.

특히 전국 여러 도시의 광장을 가득 메운 수백만 촛불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정말 대단히 감동적인 장면들이었지요. 이에 대한 언급 몇 가지를 들어봅니다.

 

광화문에서 구호를 외치는 젊은 세대를 보며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 것이란 희망을 보기도 했다. (줄임)우리들의 정치적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 주권을 잃어버렸다는 자각이 뒤늦게라도 나왔다.”- 소설가 황석영

 

나도 매우 놀랐다. 한국은 강한 시민사회를 갖고 있다. (줄임)큰 시위임에도 비폭력을 지속한 데서 볼 수 있듯 한국의 촛불시위는 늘 위엄이 있다. 이 시위들을 보며 마틴 루터 킹의 시민불복종 신념이 생각났다. 시위 참가자들이 스스로 자제할 때 강력한 힘을 갖게 되는 평화적 시민불복종이다.

200만 명 이상이 모인 평화시위는 정말 품위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살 수 있었다. 한국은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품위에 대해 생각한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 대 석좌교수

 

마침내 시민이 승리했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2016129일은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준 날로 기록될 것이다. (줄임)광장 민주주의를 통해 불의한 권력을 합법적 절차에 따라 무너뜨렸다.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명예혁명을 이뤄냈다. 어떠한 권력도, 어떠한 정부도 시민과 싸워 이길 순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만천하에 확인해주었다. 한국인이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성숙하고 명예로운 시민혁명을 새로 썼다. 우리 모두 자랑스럽고 위대한 시민이다.”- <경향신문> 사설에서

 

주말마다 계속된 촛불시위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해외 언론은 그 많은 인파가 모였음에도 사고 한 건 없이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는 데 관심을 넘어 신기함을 보이고 있다. (줄임)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평화적인 시위가 가장 강력한 시위라는 것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알고 있었다. (줄임)사람들은 분노를 웃음과 해학이 있는 축제로 승화시키는 성숙함과 자제력을 발휘했다. 자유로움과 발랄함 속에서도 안 보이는 질서를 만들어냈다.”- <중앙일보> 배명복 칼럼에서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할지라도 모두의 힘은 무력하지 않았다. 모래알처럼 보였던 국민이 진흙 같은 응집력으로 바위가 되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광장의 함성을 제도로 승화시켜 영속시키는 것이다. 함성이 시스템으로 승화할 때 민주주의의 꽃은 핀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행정학)의 칼럼에서

 

이처럼 불의에 대한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키고, 위기의 민주주의에 새로운 희망을 준 촛불의 힘이 우리 민족의 저력으로 영원히 남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광장의 촛불이 꺼진 뒤에도 우리 마음속의 촛불은 꺼지지 않기를 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조국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자랑스럽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촛불 이후를 지켜보게 됩니다. 촛불이 꺼진 다음 어떤 세상을 만드느냐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죠. <중앙일보> 배명복 칼럼은 이렇게 말합니다.

생각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특권이 통하지 않는 세상, 열심히 노력하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잘살 수 있는 세상, 부모 잘못 만나도 노력하면 언젠가 작은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 빈부격차가 터무니없이 크지 않은 세상,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세상,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는 세상, 검찰을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세상 아닐까.”

오바마 대통령의 말도 위로와 힘이 됩니다. 트럼프 당선 후 인종 차별 정서가 강해지는 것을 걱정하는 딸들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미국은 (이제껏) 결코 직선처럼 곧게 난 길을 걸어온 게 아니란다. 때로는 지그재그 방향으로 전진하고, 때로는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 시민들을 믿고 전진해야 한다는 거야. 왜냐하면 그 믿음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까.”

 

부디 새해에는 깜짝깜짝 놀랄 일 없이 지극히 당연한 은혜에 감사하며 조용하게 살 수 있기를,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기를,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게 되기를간절히 기도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만남과 사귐, 감동으로 가득 찬 나날

아무쪼록 새해의 모든 날들이 아름답고 건강하기를사랑, 보람, 기쁨, 희망,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기도하며, 아름다운 시 몇 편을 함께 읽어봅니다.

 

새해의 기도

 

이 해 인 수녀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에는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

 

이 해 인 수녀

 

빨강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주황 그 타오르는 환희의 빛깔로

새해에는

내게 오는 시간들을 성실하게 관리하고

내가 맡은 일들에는

인내와 정성과 책임을 다해

알찬 열매 맺도록 힘쓰겠습니다

 

노랑 그 부드러운 평화의 빛깔로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밝고 따스한 말씨

친절하고 온유한 말씨를 씀으로써

듣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지혜로운 매일을 가꾸어가겠습니다

 

초록 그 싱그러운 생명의 빛깔로

새해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힘들게 하더라도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고

초록빛 물감을 풀어 희망을 짜는

희망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파랑 그 열려 있는 바다빛으로

새해에는

더욱 푸른 꿈과 소망을 키우고

이상을 넓혀가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삶의 바다를 힘차게 항해하는

부지런한 순례자가 되겠습니다

 

남색 그 마르지 않는 잉크빛으로

새해에는

가슴 깊이 묻어둔 사랑의 말을 꺼내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색의 뜰을 풍요롭게 가꾸는

창조적인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보라 그 은은한 신비의 빛깔로

새해에는

잃어버렸던 기도의 말을 다시 찾아

고운 설빔으로 차려입고

하루의 일과를 깊이 반성할 줄 알며

감사로 마무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거듭 강요하기보다는

조용한 실천으로 먼저 깨어 있는

침묵의 사람이 되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일곱 가지 무지개 빛깔로

새로운 결심을 꽃피우며

또 한 해의 길을

우리 함께 떠나기로 해요

............................................

 

새해 새 아침은

 

신 동 엽 시인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

 

...............................................

 

새해 인사

 

김 현 승 시인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굴러라 발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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