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하얀 장미 한 송이(2)

설대환 목사


<밸리교회> 담임목사

 

지금은 미국에서 목회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어색하기 짝이 없던 미국식 장례예법도 나름대로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장례전문가들이 염을 한 시신의 얼굴에 화장을 시키고 일반사람들이 입는 것과 같은 옷을 입힌 후 그 시신을 관에 넣어 장례예배장소로 옮긴다.

일종의 입관예배형식으로 드려지는 이 예배는 시신의 상반신이 보이도록 관 뚜껑을 열어놓는다 하여 오픈 캐스켓 예배(OPEN CASKET SERVICE), 혹은 유가족과 조문객이 고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다고 하여 뷰잉예배(VIEWING SERVICE)라고 부른다.

왜 미국인들은 이렇게 장례식에서 아름답게 단장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절차를 갖게 되었을까? 분명 더 그럴싸한 이유나 근거가 있겠지만 죽은자의 영광의 부활을 믿는 목사인 나는, 아름답게 꾸며진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마치 부활의 날, 새롭게 변화될 그 모습을 미리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죽을 만큼 힘겹던 이생의 삶과 고통을 모두 벗어버리고 영원한 하늘에서 즐겁게 살아갈 그날의 행복한 모습을 미리 보여 주는 것 말이다. 그 예배를 위한 목사의 설교가 마치면 평소 고인과 특별한 관계를 가졌던 가족이나 친구들이 고인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회상하는 추모사(Eulogy) 시간이 독특하다.

거창한 연설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고인과의 소박하고 행복했던 순간을 담담하게 말하면서 고인의 죽음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본 바 미국과 한국장례식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유가족이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과 달리 장례식장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큰소리로 오열하는 유가족의 울음소리는 드물고 보통 흐느낌과 눈물로 슬픔을 보여줄 뿐이다. 처음 이런 장례식을 접하게 되면, 혹시 유가족들이 평소 고인과 관계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을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흐트러진 감정상태를 보여주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정서문화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를 삶에 중심에 놓고 살아온 미국인들에게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닌 잠시 헤어짐일 뿐 곧 다시 부활하여 만날 것이라는 확신이 뼛속까지 박혀있을 것이며 그 부활의 소망이 슬픔을 넘어서게 하는 놀라운 위로가 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뷰잉예배의 마지막 순서가 뷰잉이다. 대부분의 경우 집례자의 인도로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받아든 조문객들이 한사람씩 관 앞에 나와 잠시 고인의 얼굴을 보고 눈을 감고 기도한 후 그 장미를 관위나 앞에 내려놓고 나가면서 유가족과 위로의 인사를 나눈다. 밝은 날 아침, 하관예배를 드릴 때에는 도르래가 장치된 관을 땅에 내려놓고, 예배순서가 마치면 모든 조문객들이 그 자리를 떠나면서 고인의 관위에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내려놓는다.

한국의 장례식에서 주로 조문객들이 향을 피우거나 흰 국화를 놓는 반면 미국은 하얀 장미 한 송이를 고인 앞에 내려놓는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하얀 장미 한 송이의 꽃말을 알았을 때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우리 다시 만날까요?” 그렇다. 미국인들은 장례식에서 고인의 관에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내려놓으며 그 사람을 다시 만날 날, 부활의 아침을 약속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글을 써내려가며 어떤 독자는 나의 약간의 주관적인 생각이 불편하지나 않을까 망설여본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장례식을 집례했고, 앞으로도 많은 이의 죽음의 순간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의 손을 잡게 될 목사로서, 분명 죽음이라는 것은 부활의 소망 없이 건너가기에는 인간에게 너무 두렵고 거대한 강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얼마 전, 교회에 열심히 나오시며 평소 내게 너무 많은 사랑을 보여주시는 할머니 한분이 내손을 잡으며 간곡한 말씀을 하셨다. “목사님, 내가 목사님께 부탁이 있어요. 혹시 내가 죽을 때가 되면, 숨이 끊어지기 전에 빨리 오셔서 내 손을 잡아주세요. 목사님이 오실 때까지 내가 목숨줄 꼭 붙잡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서둘러 오셔야 해요. 마지막 순간에 목사님 손잡고 찬송 소리 들으며 숨을 거두는 게 내 인생에 남은 유일한 소원입니다.”

그 이야기를 너무도 밝고 담담하게 털어 놓으시는 할머니집사님의 얼굴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미 넘어선 고귀한 부활의 소망이 그날 아침 빛 같이 빛나고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7 부름의 상을 향하여 - 곽덕근 목사(은혜와평강교회) 부름의 상을 향하여 곽덕근 목사(은혜와평강교회)                 우리 인생은 앞으로 달려가는 인생이다. 좋았던 순간도 후회스런 순간도 한 번 지나가 ... Valley_News 2018.01.31 30
126 본 교회의 목회철학 및 비전 - 오명찬 목사  오 명 찬 목사 &lt;웨스트힐장로교회&gt; 담임 웨스트힐 장로교회의 담임목사로 취임하게 되면서, 나의 목회철학은 무엇이며 교회에 관한 어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Valley_News 2018.01.02 89
125 슬픔의 미학 - 채효기 목사 슬픔의 미학 채효기 목사 &lt;밸리 하나로 교회&gt; 담임   오래 전 읽었던 글 중에 [슬픔에 관하여]라는 수필이 있었다. 그 글에서 작자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 Valley_News 2018.01.02 57
124 세상 일은 다 공부다 - 이정현 목사 세상 일은 다 공부다 만남의교회 이정현   인생은 공부다. 학창시절로 끝냈으면 아직 공부가 끝나지 않았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데 나의 인생성적표가 그... Valley_News 2017.12.01 90
123 교회 창립 32주년을 맞이하며 - 김인식 목사 교회 창립 32주년을 맞이하며   1985년 4월 7일(부활주일) Van Nuys에서 개척예배를 드린 지 32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1986년 10월3일(금) White Oak Covena... Valley_News 2017.11.01 191
122 Eat Meat! 성찬 안에 나타나는 우리 주님 - 폴 김 목사 Eat Meat! 성찬 안에 나타나는 우리 주님  누가복음 22:14-23; 마태복음 26:26-29   매년 교회에서 서너 번씩 혹은 매달, 매주 거행하는 예식이 있습니다. ... Valley_News 2017.11.01 193
121 행복한 세상 만들기 (1) : 거짓 증언을 삼가자! - 사무엘 최 목사 행복한 세상 만들기 (1) : 거짓 증언을 삼가자!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 가고 인간 사이의 관계를 아름답게 형성하기 위해서 필... Valley_News 2017.11.01 188
120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 류재덕 목사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류 재덕 목사 &lt;밸리연합감리교회&gt; “그는 외치지 아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 그 소리를 거리에 들... Valley_News 2017.08.01 324
119 말 한마디 - 채 효기 목사 말 한마디  채 효기 목사   우리 속담 가운데 보면 유난히 말에 대한 것들이 많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말이 씨가... Valley_News 2017.08.01 297
118 참사랑 - 곽덕근 목사 참사랑 (은혜와평강교회 곽덕근 목사)   오늘날 사랑이란 말이 홍수처럼 떠다니고 있다. 문제는 홍수 때 정작 마실 깨끗한 물이 없듯이 사랑이라는 말의 홍수... Valley_News 2017.08.01 264
117 현대 이민교회들을 위협하는 무서운 영적 질병: 영적 치매 - 김응찬 목사   김 응찬 목사&lt;한우리 장로교회 담임&gt;   저는 오늘날 이민 교회들과 성도들을 위협하는 영적 질병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일마다 목사님들께서 다음과 ... Valley_News 2017.07.07 377
116 자녀들과 캠핑을 계획해 보십시오-류재덕 목사 자녀들과 캠핑을 계획해 보십시오.   류 재 덕 목사 &lt;밸리연합감리교회&gt; 담임   “아빠, 여행과 캠핑을 많이 했던 기억들이 힘이 됐어요.”큰 딸아이가 대... Valley_News 2017.06.06 329
115 내 마음의 정원사-이정현 목사 내 마음의 정원사   이정현 목사 &lt;만남의교회&gt;담임    '사랑의 원자탄’이라고 알려진 손양원 목사님이 신사참배거부로 인하여 모진 옥중생활 가운데 한 편... Valley_News 2017.06.06 305
» 하얀 장미 한 송이(2) - 설대환 목사 하얀 장미 한 송이(2) 설대환 목사 &lt;밸리교회&gt; 담임목사   지금은 미국에서 목회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어색하기 짝이 없던 미국식 장례예법도 나름대로... Valley_News 2017.05.01 458
113 하나님의 사랑의 씨앗이 심겨진 땅 미얀마 아이들은 하나님의 소망입니다.(2) - 박기성 목사 하나님의 사랑의 씨앗이 심겨진 땅 미얀마 아이들은 하나님의 소망입니다.(2)   박기성 목사 &lt;AMC 교회&gt; 담임 1. Good Hands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 Valley_News 2017.05.01 456
112 하얀 장미 한 송이 - 설대환 목사 하얀 장미 한 송이   &lt;밸리재림교회&gt;(담임 설대환 목사)   오랜 경험은 사람을 유연하게 하지만 자칫 파릇한 무모함을 잠식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 정말 ... Valley_News 2017.04.03 502
111 “하나님의 사랑의 씨앗이 심겨진 땅 미얀마 - 아이들은 하나님의 소망입니다” - 박기성 목사 “하나님의 사랑의 씨앗이 심겨진 땅 미얀마 - 아이들은 하나님의 소망입니다” 박기성 목사 &lt;AMC 교회&gt; 담임   미얀마는 인도차이나 반도 서북부에 위치... Valley_News 2017.04.03 433
110 거. 짓. 말. - 오정택 목사 거. 짓. 말.   오정택 목사 &lt;주님의교회&gt; 담임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거짓말이 들어나 인격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처벌을 받는 모습을 봅니다. 사회적으... Valley_News 2017.03.02 500
109 성경이 어려우신가요? - 류재덕 목사 성경이 어려우신가요? 류재덕 목사 &lt;밸리 연합감리교회&gt;담임   작년에 성경말씀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말씀만 읽어도 참 좋다.” 목... Valley_News 2017.02.01 542
108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 - 이정현 목사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 이정현 목사 &lt;만남의 교회&gt; 담임     아버지 당신의 마음이 있는 곳에 나의 마음이 있기를 원해요. 아버지 당신의 눈물이 ... Valley_News 2017.02.01 725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Next ›
/ 7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