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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발력과 지구력, 은근과 끈기

 

<밸리 코리언뉴스> 창간 30주년을 맞으며

 

장 소 현

극작가, 시인

 

<밸리 코리언뉴스>가 창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발행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주 한인사회의 작은 동네 신문/소식지로 이런 예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만큼 연륜이 쌓이고, 전통이 깊어졌다는 말이죠.

연륜이란 그저 단순히 시간이 겹쳐 쌓인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땀과 눈물이 배어 있고, 기쁨과 웃음이 스며 있습니다. 아픔, 서러움, 괴로움, 외로움, 답답함, 그리고 그리움, 사랑, 보람, 나눔 등이 진하게 얽섞여 있는 겁니다. 그래서 오래 된 나무의 나이테가 아름답고, 가정이나 사회에 원로가 필요하고, 전통이 소중한 겁니다.

지난 30년 동안 <밸리 코리언뉴스>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찬찬이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앞날을 조심스럽게 설계합니다.

*****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루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입니다. 가령 하루에 3시간씩 1년을 투자하면 1095시간이 되고, 10년이면 1950시간이 됩니다.

그러니까,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10년은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말입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면 10년은 매달려야 풍월을 읊을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예요. 물론 사전 경험과 지식이 많거나 재능과 소질이 있다면 훨씬 더 단축할 수도 있겠지만, 10년은 파야

그러니 세월과 연륜이 그저 시간을 겹쳐놓은 것일 수가 없는 거죠.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100세 시대가 되었으니, 은퇴 후에도 마음만 먹으면 뭔가 관심 가는 일에 10년을 투자할 수 있고, 인생이모작을 설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인생이 길어진 만큼 10년이란 세월이 결코 길지만은 않아진 것이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차근차근 생각해봅니다.

*****

순발력과 지구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능력이지요. 출발할 때는 순발력이 필요하고, 그 뒤에는 지구력이 필요하지요.

얼마 전 책에서 읽은 다산 정약용의 글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다산 선생이 수제자 황상에 대해서 쓴 <삼근계>라는 유명한 글인데, 새겨 읽어야 할 글이지요. 이 글을 읽으면, 순발력과 지구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다산의 글을 거듭 읽으며 근면함과 성실성,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뭉근히 기다리는 자세의 중요성을 되새깁니다.

 

다산의 삼근계(三勤戒)

내가 산석(황상)에게 문사(文史)를 닦도록 권하니 그는 머뭇거리며 부끄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는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 둔하고, 둘째 막혀있고, 셋째 미욱합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공부하는 자에게는 세 가지 큰 병통이 있는데 너에게는 하나도 없구나.

첫째는 기억력이 뛰어난 것으로 이는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을 낳고,

둘째는 글 짓는 재주가 좋은 것으로 이는 부화(浮華)한 데 흐르는 폐단을 낳으며

셋째는 이해력이 빠른 것으로 이는 거친 데 이르는 폐단을 낳는다.

대저 둔하지만 집요하게 뚫어내는 사람은 그 구멍이 넓어질 것이고, 막혔지만 잘 소통시키는 사람은 흐름이 거세질 것이며, 미욱하지만 잘 갈고 닦는 사람은 빛이 날 것이다.

뚫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근면함이다.

뚫는 방법은 무엇인가. 근면함이다.

닦는 방법은 무엇인가. 근면함이다

근면함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는 데 있다.”

 

다산 선생께서 거듭 강조하신 근면함이란 우리 겨레의 특성인 은근과 끈기와도 이어집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은근= 야단스럽지 아니하고 꾸준함, 끈기=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견디어 나아가는 기운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런 은근과 끈기가 없이는 연륜도 전통도 쌓일 수 없겠지요.

*****

연륜이란 그저 세월을 보낸다고 해서 저절로 쌓이는 건 아니겠지요. 뭔가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가 이루어져 있는 겁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도 그래서 있는 거지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소설을 쓸 때, 매일 200자 원고지 20매씩만 쓴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4-5시간씩 책상머리에 앉아 20매를 쓰는 겁니다. 좀 더 쓰고 싶어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뭔가 좀 잘 안 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는 쓴다그렇게 하면, 한 달에 600, 반년이면 3,600매로 장편 한 편이 완성되는 겁니다.

그런 식이라면 공장이나 뭐가 다르냐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그런 작업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는 꾸준하게 쌓아가는 규칙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영어 단어 하나씩만 외웠더라면 지금 영어를 제법 잘 할 텐데, 매일 1달러씩만 모았다면 지금쯤 상당한 돈이 모였을 텐데그런 식의 후회 말입니다. 물론 아직도 늦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

하버드대학 교육대학원 제임스 라이언 학장의 2016년 졸업식 축사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내용이 <Wait, What?>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이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그는 졸업생들에게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질문을 하며 살아갈 것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Wait, What?(잠깐만요, 뭐라고요?)

I wonder(궁금해), I wonder why(왜 그런 건지?), 혹은 I wonder if(만일 이러면 어떨지?)

Couldn't we at least(적어도 우리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

How can I help(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나?)

마지막 질문은 What really matters?(무엇이 중요한가?)

내 삶은 물론 이 세상을 좀 더 밝게 하려면 우선 확고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잠깐, 뭐라고?”그러곤 왜 그런 문제가 존재하는지 의아해하며 우리가 함께, 또는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물어야 한다. 그러면서 늘 자문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라이언 학장이 권하는 이 다섯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최재천 교수의 칼럼 요약

*****

<밸리 코리언뉴스> 창간 30주년을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연륜의 나이테가 부끄럽지 않은 매체가 되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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