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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처럼 구도자처럼 낮고 유장한 노래들 남기고

서정 짙은 노랫말 사이로 기타 둘러메고 떠난 조동진

 

포크음악 거목 조동진 별세

38년 동안 단 6장의 음반 남겨

적지만 긴 생명 주옥같은 노래들

 

문화소식_조동진.jpg

 

1.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그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

여름은 벌써 가 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2. 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 하나

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어둠은 벌써 밀려왔나

거리엔 어느새 정다운 불빛

그 빛은 언제나 눈앞에 있는데

우린 또 얼마나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조동진의 <나뭇잎 사이로>

 

노래하는 음유시인, 가객(歌客)이라는 낱말이 썩 잘 어울리는 가수 조동진이 지난 828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0.

멀리 떠날 수 없다던 그 작은 배가 아주 멀리 떠나버렸다. 노래가 한 줄의 시()가 되길 열망했던 가수 조동진이 작은 배를 타고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조동진은 지난해 20년 만에 새 앨범 <나무가 되어>를 발표하며 건재를 과시했고, 지난 916일에는 후배들과 함께 준비한 <꿈의 작업 2017-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공연에 출연해 직접 노래를 부를 예정이었지만, 같이 있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쉬움과 그리움은 더 컸다. 이 공연은 조동진에게 바치는 헌정공연이 되었다.

조동진은 공연을 앞두고그만 두고 싶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어둡고, 쓸쓸한희망이 없는 곳일지라도,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 바 있다. 조동진다운 말이다.

 

한국 포크 음악의 격을 한 단계 높인 인물로 평가 받는 조동진은 음반을 평생 6장만 남긴 과작(寡作) 뮤지션이다. 대신 그는 깊이로 내려갔다. 자신의 안을 오래 들여다보고, 뭔가 차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적시려면 우선 자신의 잔을 넘쳐흐르게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내면이 음악으로 넘쳐흐르기를 기다렸다.

조동진은 김민기, 한대수, 양병집 등과 함께 포크음악의 4대가로 꼽힌다. 그러나 김민기, 한대수, 양병집 등이 저항을 택했다면, 조동진은 포크의 서정을 깊이 있게 꽃피운 인물이다.

그의 음악은 흔히서정적이란 말로 표현됐지만, 그 서정을 연출해내기 위해 구도자처럼 치열하게 음악에 집중했다. 조동진이란 이름에는 도식적으로 포크란 장르가 따르지만, 그는 늘 다양한 사운드를 실험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쌓아올린 사운드 위에서 조동진은 관조하듯 시를 쓰고 낮고 유장하게 노래했다.

<포크계의 대부>란 수식어처럼 그는 한국 포크음악을 대표하며 수많은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단순히 음악뿐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철학이나 자세에서 귀감이 되었다.

수많은 후배들이 평소 고인을 따랐다. 조동익, 장필순, 한동준, 이병우, 정원영, 윤영배, 고찬용, 유희열 등 한국 대중음악의 중요한 이름들이 조동진이라는 큰 나무 아래 모여들었고, <조동진 사단>이란 말이 생겨났다.

 

조동진의 음악세계를 작사가 이주엽은 이렇게 설명한다.

가난한 마음을 좇아 평생 살고자 했던 그는 언제나 낮고 그윽하게 노래했다. 들뜬 세상을 가라앉히는 잠언이 곳곳에서 빛나는 그의 노래들은 관조적 여백으로 충만하다.

(중략)

조동진의 노래를 들으면포크 음악은 문학적 장르라는 사실이 확연해진다. 그의 노래들은 과잉과 감상(感傷)으로부터 자유롭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 남은 것들로만 노래를 만든 듯, 간결하고 담백하다. 그로 인해 덕분에 한국 포크는 애상을 떨쳐내고 이지적 아름다움에 가 닿을 수 있었다.

조동진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위대한 운문의 시대가 있었음을 증언한 뮤지션이다. 노래가 시를 품어 황홀한 무지개처럼 피어나길 열망하던 낭만의 시대가 그와 함께 저문다.”

 

조동진은 1992년 시집을 펴낸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신 시인 조동진의 별세는 한 시대가 마감했음을 뜻한다.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고인의 시(노랫말)를 읽으며 저물어간 낭만시대의 무지개를 더듬어본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제비꽃)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작은 배로는 떠날 수 없네.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작은 배)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아~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행복한 사람)

밤새 뒤척이던 이 혼란의 새벽, 그대 거짓 웃음과 내 짧은 입맞춤오 친구 난 길을 잃었네, 나는 어느새 안개 속에 갇혀버렸네.”(새벽안개)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소매 가득 바람 몰고 다니며,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묵은 햇살 다시 새롭게 하며”(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 떠나갔네. 방안가득 하~얗게 촛불~밝혀두고, 내가 하~늘 보며 천천히~ 밤길~ 걸었을 때 내 마~른 이마~위엔 차~가운 빗방울이.

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 떠나갔네. 바람 끝 닿~~않은~밤과~~~편에. 내가 불~빛 속을 서둘러 밤길~달렸을 때~내 가~슴 두드리던 아득~한 그 종소리.”(겨울비)

 

<: 장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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