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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개의 해새해를 맞으며

개가 사람에게 드리는 새해인사

 

: 장소현 (극작가, 시인)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멍멍이 새해인사 올립니다, 멍멍!

새해 내내 여러분 가내 두루두루 평안하시고, 기체후일양만강 하시옵고, 좋은 일과 기쁜 일만 가득가득하시기를 빌고 또 빕니다, 멍멍멍!

희망의 2018년 새해는 무술년(戊戌年) 개의 해, 그것도 황금개의 해라지요. 그래서 소생, 아니 소견(小犬)이 감히 만천하의 견공을 대표하여 세배 드리는 바이니, 아무쪼록 세뱃돈이나 두둑하게 주시기를

 

감개무량한 신분 상승

전에는 가축, 견공, 애완견이라 부르더니, 요새는 느닷없이 반려견(伴侶犬)으로 신분상승이 되고 보니 감개가 대단히 무량합니다. 황공무지, 멍멍!

요사이 한국 사람들의 개 사랑은 참 유다른 것 같아요. 저희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시고, 스스로 개 엄마 아빠를 자처하는 분들도 많지요. 자진해서 개와 동급이 되어 개 세계로 내려오신 셈입니다. 저희 견공들로서야 감격스럽고 감사하기 이를 데 없는 일입지요. 사랑받는 만큼 어깨가 뻐근할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는 바이올시다, 끼잉낑낑!

한국은 바야흐로 애완동물 1천만 시대라지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생판 다른 모양입니다. 탈북 수의학자의 말입니다.

개를 가족처럼 여기는 남한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북한에는 애완(愛玩)동물이라는 말은 쓰지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요.

북한에서는 애완견을 5년 이상 키우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 들기 전에 잡아먹기 때문이지요.”

 

충복의 상징, 액을 물리치는 영물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는 예로부터 집안의 나쁜 기운을 내쫓는 동물로 신성시되어 왔지요.

우리 견공들이 인간과 친숙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1만년 경인 중석기시대부터라고 합니다. 영리하고 충성스러운 성품 탓에 길고 긴 세월동안 인간들과 함께해온 겁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희 견공들은 온순하고 영리하여 사람을 잘 따르며, 후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해 예민하고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올시다. 그래서 옛부터 복종과 충직의 상징으로 통했지요.

그런가 하면, 다른 동물에 비해 학습능력이나 훈련 능력도 월등히 뛰어나서 훈련만 잘 시키면 웬만한 어린아이의 지능 정도는 되어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합니다.

인간들을 위해 하는 일도 많습니다. 집 지키고 도둑 쫓는 일은 기본이고, 요즘에는 마약을 찾아내고,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을 인도하기도 하고, 우울증이나 자폐증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활약이 무척 다양해요. 사냥이나 썰매를 끄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 대신 우주선에 탔다가 우주에서 죽기도 했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진돗개와 삽살개

한국을 대표하는 개라면 단연 용맹하고 영리한 진돗개와 삽살개를 꼽아야겠지요. 북한에는 풍산개가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53호인 진돗개는 의리와 충직함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저에게 첫 정을 준 주인을 결코 잊지 못하는 습성 때문에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고, 귀소본능이 강해서 아무리 멀고 험한 곳으로 데려 가더라도 기어이 제 옛집을 찾아오고 말지요.

천연기념물 368호 삽살개 역시 주인에 대한 의리와 충성심이 강하고, 건강하고 강한 체력을 자랑하지요. 해학적이고 듬직한 인상 탓에 일명 사자개라고도 불리며,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 영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에 대한 속담도 많지요. 개를 영물로 취급하면서도 속담에서는 철저히 미천하고 하찮은 미물로 묘사되고 있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 개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黃毛) 못 된다. 개 못된 것은 들에 가서 짖는다. 개 보름 쇠듯 한다. 등등요새 것으로는 식당 개 3년에 라면을 끓인다는 말도 있지요.

 

감동적인 개 이야기들

현대인들이 개들을 유달리 좋아하게 된 것은 지독하게 외롭기 때문이라는군요. 그 고독을 달래기 위해 한결같은 친구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게다가 건강에도 좋다지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등 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안 기를 수 없지요.

하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개는 사람처럼 배신을 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배신!

 

사람들과 가깝게 살다보니, 감동적 사연을 남긴 개도 많지요.

예를 들면,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에서는 매년 <오수 의견 문화제>를 여는데, 주인이 불길에 휩싸였을 때에 개가 몸으로 뒹굴며 불을 껐다는 이야기에서 연유된 것입니다.

일본 동경 시부야 역에는 유명한 개 동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개의 이름은 하치. 하치는 우에노 교수가 기르던 강아지입니다. 하치는 우에노 교수를 배웅하거나 마중하려고 종종 시부야 역까지 나가곤 했는데, 19255, 우에노 교수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게 됩니다. 그런데, 하치는 매일 시부야 역 앞에서 오지 못하는 주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겁니다.

<하치 이야기>1987년 리차드 기어가 주인공인 미국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지요.

한국을 대표하는 충견인 백구 이야기도 감동적입니다.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약 300km의 거리를 되돌아 진도로 돌아온 진돗개 백구.

백구는 19933월 대전의 애견가에게 팔려갔으나, 원래 주인을 그리워하여 목에 매인 줄을 끊고 먼 길을 헤매고 헤매, 결국 199310월 진도로 돌아왔습니다.

백구 이야기는 동화, 애니메이션, 뮤지컬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지요. 그리고 진도군은 돌아온 백구를 기리기 위해 하치 동상과 마찬가지로 <돌아온 백구상>을 만들어 세웠습니다.

 

개는 물건인가?

사람들이 호들갑스럽게 개를 위하는 것 같은데, 다른 한 편으로는 버려지는 유기견도 많고, 의미심장한 미소로 우리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복날이면 공포에 휩싸이곤 하지요. 사방에서 들려오는 우리 친구들의 비명소리에 굉장히 슬퍼집니다. 깨갱깽깽! 그렇다고 한물 간 불란서 여배우 브리지드 바르도 할머니에게 에스오에스를 칠 생각은 없습니다만

 

대한민국 민법(民法)은 개를 물건으로 취급한다는군요. 이게 말이 됩니까?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법이 동물을 물건으로 해석하고 있고, 사법부의 동물에 대한 인식도 그런 수준에 그치니, 아무리 잔인한 동물학대 사건이 일어나도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마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이 동물을 때리거나 죽이는 사건이 발생해도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물건 값만으로 배상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외국에서는 물론 다르지요. 독일과 오스트리아 민법에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고 동물이 생명을 가진 보호대상임을 규정하고 있고, 스위스와 독일은 헌법에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답니다.

미국과 대만은 동물학대를 주요 사회범죄로 규정하고 있다지요. 동물학대로 적발되면 신상이 공개되고, 거의 성폭행범 취급을 받는답니다.

 

긴 말 할 것 없이, <개의 십계명>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읽어드리고 싶네요. 작자 미상인 노르웨이의 어느 시인이 썼다고 합니다.

저의 일생은 10년에서 15년입니다. 당신과의 이별이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저를 오랫동안 꾸짖거나 벌()로써 가두지 마세요. 당신은 다른 할 일이 있고, 재미있고, 친구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당신밖에 없답니다.”

 

개를 가족처럼 사랑한다면서, 험악한 욕엔 반드시 저희를 앞에 붙이는 건 또 무슨 까닭인지요? 개새끼, 개판, 개꿈 등등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사람들 사이의 옥신각신도 능히 짐작할 수 있지요. 개 같은 사람,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 엎치락뒤치락 여기저기에서 판을 치는 세상으르렁 컹컹!

황금개의 해라는 2018년 새해는 제발 그런 세상이 아니기를지나친 욕심일랑 모두 버리고, 개의 좋은 점들을 닮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빌고 또 빕니다. 멍멍 멍멍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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