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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담당 장관이라니?

 

장소현 (극작가, 시인)

 

문득 외롭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답답할 때가 자주 있으신가요?

온 세상에 희망이 넘치는 봄날에 쓸쓸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좀 겸연쩍기는 합니다만, 외로움에 대해서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대인은 외롭다. 고독은 현대인의 슬픈 현실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외로워진다.”

흔히 듣는 말이죠. 너무 자주 듣다보니, 그러려니 하고 별 다른 느낌 없이 살았는데, 영국에외로움(loneliness) 담당 장관이 탄생했다는 뉴스를 보니 생각이 달라지네요.

영국의 메이 총리는 장관 임명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답니다.

외로움은 너무나도 많은 현대인에게 슬픈 현실이다. 노인, 그리고 이들을 부양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 등 주위에 이야기와 생각을 나눌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 견뎌내야 하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 행동을 취하고자 한다.”

외로움 담당 부서는 영국 국립통계국과 함께 외로움을 측정하는 방법을 찾고, 정책 개발을 위한 기금 설립에 나서게 된답니다. 부서를 이끌게 된 크라우치 장관은시민운동가와 기업, 그리고 동료 의원들의 힘을 모은다면 외로움과 싸우는 데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외로움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극우주의자의 총격에 사망한 조 콕스 의원(당시 41)이 큰 관심을 두었던 사회문제로, 해당 부서와 직책이 신설된 것은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라고 하는군요.

조 콕스 재단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해롭다고 분석해 주목받았었지요. 외로움이 비만보다 더 위험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영국 적십자사의 조사에 따르면, 인구 6500만명 중 900만명이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고, 노인 360만명은 TV를 가장 친한동반자라고 꼽았답니다. 17~25세의 젊은 학생들도 절반 가까이 외로움 때문에 상담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는군요.

한편, 영국 시민단체 에이지(Age)UK‘20만 명에 달하는 노인이 한 달에 단 한 번도 친구나 친척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다루는 국가적 리더십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상황이 이 정도니 담당 장관이 필요해진 것이죠.

 

외로움은 물론 영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럴 수가 없지요. 온 인류의 문제요,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일본의 경우 남성 넷 중 하나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초고령 사회인지라 결혼해도 사별과 이혼으로 혼자 사는 이가 많다지요. 그래서 일본을 단신(單身)사회라 부릅니다.

무연고 고독사가 쏟아지고, <외로움 비즈니스>가 번성합니다. 안부 전화 걸어주는 기업이 성업하고, 유품 정리 회사가 인기랍니다. 애완견이 노인 수만큼 있고, 홀몸 노인이 모여 사는 노인 홈(Home) 분양 광고가 신문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정신건강연구소가 외로움이 치매 발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금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노인이 다섯 명 중 한 명이었는데, 이들의 13.4%3년 뒤 치매에 걸렸답니다. 이에 비해, 외롭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5.7%만 치매가 왔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느낀다고 말한 노인이, 실제로 사별이나 별거 등으로실제 외로운노인보다 치매 걸린 비율이 더 높았다는 점입니다.

 

외로움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전염병입니다. 백세시대를 맞으며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는 곧 고독 사회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뾰죽한 방법이 없으니 답답한 거지요.

지금 우리 사회의 생활 양태와 복지 제도는 모두가 가족과 결혼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화하면서 그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 겁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활이 개인 위주로 돌아갑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놀고그러니 외로울 수밖에 없지요.

게다가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코를 박고 살고 있으니, 남과 잘 어울리는 슬기로운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지요.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하는 법도 익히지 못합니다. 마주 앉아서도 전화기 문자로 대화를 나누는 식이니 말입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개구리알처럼 한 덩어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외로운 존재들입니다. 실존철학이니 뭐니 들먹일 필요도 없겠지요.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나이 들수록 외로움이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상실감이 많아지고, 활발한 움직임도 떨어지는 탓이지요. 그래서 다리 힘이 외로움 척도라는 말도 나오는 겁니다. 나이든 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 한다는 속담에 이어외로움 해결은 나라의 힘으로도 못 한다는 속담을 만들어야 할 판인 것 같네요. 외로움 담당 장관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박준 시인이 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라는 베스트셀러 책에 나오는 글 한 구절입니다.

글쎄요, 외로움과 고독이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나를 만나야 비로소 고독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에는 공감이 가는군요.

외로움이나 고독을 노래한 시나 노래도 참 많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합니다. 그만큼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절실한 감정이라는 뜻이겠지요.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사실 우리는 해결책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들과 사랑으로 어울려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라,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사회에 봉사하라,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을 열심히 하라, 욕심을 버리고 베풀어라, 낭만을 꿈꾸라, 여행을 많이 하고 취미생활을 즐겨라등등. 머리로는 다 알면서도 실천이 안 되니 더 답답한 노릇이지요.

 

이민생활은 한결 더 외롭습니다. 정든 고향을 떠나,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 나그네 삶을 산다고 생각하면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지요.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아직 심각하게 표면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바닥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예를 들면 우울증 같은 것

그래서 교회를 비롯한 다양한 친목단체나 공동체, 사교모임들의 의미가 소중해집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사회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는 사랑공동체인 교회의 역할에 기대를 걸게 되는 겁니다. 교회는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올해로 99세가 된 대표 건강 장수인인 연세대 철학과 김형석 명예교수의 삶에서 얻은 건강 지혜의 말씀 한 구절을 다시 음미해 봅니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덕철 교수와 나눈 대화의 한 구절입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든 고독을 느낍니다. 함께 살던 가족이 세상을 떠나는 때가 찾아옵니다. 나 역시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친구들이 큰 버팀목이 돼줬습니다. 의지하던 친구마저 곁을 떠나면 또다시 고독이 밀려옵니다.

인간은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고독을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에 따라 남은 삶의 질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나는 일과 신앙으로 고독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누구나 고독을 겪는다는 걸 잊지 말고,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사명감을 가지면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을 때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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