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꿈꾸네」 - 조 옥 동 문학평론가, 시인

by Valley_News posted Jun 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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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아주 아담한 시집「나무는 꿈꾸네」를 받았다. 장소현 시인의 7번째 시집으로 겉표지엔 그의 부인 김인경 사진가의 작품, 나무로 장정(裝幀)되어 무게가 실려 있다.
이 시집에는 나무에 관한 생각을 담은 시, 이야기 시 등 몇 년 전 세상 떠난 동생을 그리는 시들을 비롯해, 다양한 형식의 시 40편과 시극 ‘눈 속에 떠나가다’가 실려 있다.

‘대상에서 얻은 감각과 상상에서 얻은 사유’의 기록
 깊은 서정성으로 삶에 대한 사유를 시 속에 녹여온 장소현 시인이 고독하게 대지를 헤매다가 “나무의 꿈은 높고 단순해/…나무의 꿈은 참 깨끗하고 단순해/정말 부러워//”(나무의 꿈),”나의 스승이신 나무는/ 언제나 정직하시지/거짓말이 무엇인지조차 모르시지/순리 거스르는 법 배우지 않으셨지//… 정직하지 않으면 죽으니까/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기도하는 마음으로/정직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세상엔 참 많아, 그래서 나무는 언제나 정직하지,//
(나무는 정직해),라며 자신이 깊이 품고 있는 진정을 노래한다.
“… 나무가 중얼거리듯 말씀하시네/노래를 하려거든 제발/제대로 부르시게나/그림자 짙은 굵은 목소리로 아니면 아예 입 다무시게!//그림도 공부도 사랑도/사람살이 한 세상도/모두 마찬가지!//(나무의 말씀),”…나무는 나무답게/사람은 사람답게/죽어서도 사는 엄마나무에게/배우는 오늘 하루,/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무심한 흙먼지//”(엄마나무) 등의 작품에서 우리들 가까이 존재하는 흔한 나무를 통하여 따뜻하고 부드러운 영혼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기원과 매듭풀기 탐색’의 전개
 우리의 마음은 샘물과 같아 퍼내면 퍼낸 만큼 고인다고 한다. 허나 샘물도 샘물 나름이다.
샘물이 어느 땅에 위치했는가? 어떤 샘에 고인 물을 퍼 올렸는가? 가 문제이다. 예술가의 작품은 작가가 품은 영혼의 샘에서 퍼 올린 샘물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우회전 좌회전 좌충우돌/때로는 빠르게/때로는 느릿느릿/ 많은 순간 비겁하고 누추하게//…먼 길 돌고 돌아/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지금 어디에)”슬픔은 무게일까/외로움은 거리일까 깊이일까//바람처럼 자취 없이/그림자처럼 슬그머니/사라지고 지워지고 스러지고/바스라지며//뭔가 축축한 것이 그리워질 때/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세상 너무 거칠고 날카로워/두렵다.//그래도 가끔은 무지개 뜨고/아주 가끔은 쌍무지개 걸리고.//(사막에 살며 전 문)에서와 같이 외롭고 고독한 사막과 같은 인생길에서 ‘나는 어디에 있나?’ 자문하지 아니해 본 자 있는가? 허나 가끔은 무지개 뜨고 쌍무지개 걸리는 하늘도 있으니 타박거리는 걸음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함을 작가는 암시한다.
‘사람답게만’‘비를 기다리며’‘하늘 공부’등의 작품에서 시인은 낙천적이라기보다 순응하는 삶에서 얻어지는 순리의 진정한 가치를 희구하고 희망한다.
“…아이고 그 매듭 한번 독하게 꼬였네/쉬 풀기는 글렀네/그렇게 말한 사람 누구였나,/하필이면 허리께 모질게 묶인 동아줄/벗기려 버둥거릴수록/더 조여들어 파고들어/살 썩고 뼈 시들어// 고약하게 엉키기만 한/그 매듭 풀릴 날 언제일까/바람소리 쓸쓸한/허리께/그 매듭 단단하고 모질어도/때때로 그리운 사람 목소리 들리고//새들은 오가고 냇물 흐르고/매듭만 남아 검은 그림자로 남아//묶은 자가 풀어라//울컥 목울대 흔드는/ 뜨거운 사랑 하나쯤/어디에나 있으려나/가슴 밑바닥 솟구치는 장단 한 자락//아, 저기 동 트고 새벽 온다/매듭 풀어지는 소리 스르르…// (묶은 자가 풀어라)등의 작품에서 우리는 잠시 장소현 시인의 진지한 인생관,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지닌 세계 곧 그의 코스모스(우주)적 사유를 엿보게 된다. 묵시와도 같은 부드러운 은유가 펼쳐있다.

 ‘서두르지 않고 게으르지도 않은’자세
 “시인은 현재형이어야 한다.”, 또한“…한때 시인은 시인이 아니요. 지금 시 쓰는 자가 시인”이라는 말씀을 늘 기억하며 좋아하는 이 작가는 평생을 쉬지 않고 작품을 쓰고 있다.
   장소현 선생을 주위에서는‘작은 거인’이라 부른다. 그 분을 만나면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시인, 극작가, 미술평론가, 언론인 등 다방면에서 미주 지역에서 한국문화 소개와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자칭 ‘문화잡화상’인 장소현 선생에게 경의를 표한다.
   관중이 없는 예술은 고독하다. 보아주는 사람이 없는 미술품, 독자가 없는 문학은 마치 민중이 없는 광장과 같다.
   시집, 희곡집, 칼럼집, 소설집, 콩트집, 미술책 등 21권의 저서를 펴냈고, 미술 관련 저서로는『거리의 미술,『에드바르트 뭉크,『아메데오 모딜리아니,『그림이 그립다,『그림은 사랑이다,『문화의 힘,『예술가의 운명(번역) 등 10권을 펴냈다.   
   현직에서 물러나 있지만 1990년대 중반 L. A에서 월간 <밸리코리언뉴스>를 창간하여 오랫동안 발행했으며(현재는 에리카 김 발행), 한국과 미국에서‘서울말뚝이’,‘한네의 승천’(각색),‘김치국 씨 환장하다’,‘민들레 아리랑’,‘오, 마미’,‘사막에 달뜨면’등 50여 편의 희곡을 발표, 공연했다.
   서울미대와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문학부(동양미술사 전공)를 졸업하였고, 고원 문학상과 미주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