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뒤끝이 영 개운하지 못해 시끄럽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쳐 불안하고 답답하다.
대통령 선거와 트럼프 측의 불복에 대해서는 귀가 아프도록 들었으니,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누가 되어도 좋으니 코로나 좀 빨리 잡아주었으면 고맙겠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골치 아프고 짜증스러운 정치 이야기는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간절하다.
하지만, 그저 지나칠 수는 없는 문제들도 많다. 미국사회가 둘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그 중의 하나다. 사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사회가 쪼개지면 그 영향이 바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불복에 대해 온갖 비난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는 꿈쩍도 않고 끝까지 갈 태세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의 득표수가 7천만 표를 넘었다는 배경이 도사리고 있다. 바이든의 7500만 표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트럼프 추종자들의 세력이 아직도 막강하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세력 확장과 명분 쌓기를 위해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백인우월주의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와 소수계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절대 다수 백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 남성들과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두 세력의 충돌이 심해지고 장기화되면, 그만큼 세상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분열 현상이 격해지면 인종갈등이나 빈부 격차를 부추길 수 있으니, 매우 위험하다.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분열된 미국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라는 문제다.
이같은 분열현상이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인사회에는 트럼프 지지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열하지 않고 통합과 융화의 길로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에 더해 인종문제가 없어지지 않는 미국사회의 근본적인 구조에 대한 공부와 이해도 꼭 필요하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곧 LA폭동이 일어난지 30년이 되는데, 그 동안 한인사회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냉철한 반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소식도 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미셸 박 스틸(은주), 영 김(영옥) 두 사람이 모두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워싱턴 제10선거구에서 당선된 메릴린 스트리클런드(순자) 당선인과 함께 한국계 여성 셋이 나란히 연방 하원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뉴저지 제3선거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 하원의원을 포함해 총 4명이 미 연방 하원의회에 입성했으니 큰 경사다.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권익을 대변해주는 정치인들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에 비하면, 밸리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매우 취약하다. LA시의회의 유일한 한인 시의원인 존 리 의원이 밸리에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결집된 정치력을 발휘할 조직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한인회마저 유명무실한 현실은 깊이 반성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