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동인 소설집 <다섯 나무 숲>을 읽고 -조 옥 동 문학평론가-

by Valley_News posted Nov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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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에 가까운 지인의 한 분으로부터 책이 우송되었다. 무심코 책을 열었다. 같은 지역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5인들이 펴낸 동인소설집 <다섯 나무 숲>이었다.

   누구나 몸을 사리고 일상의 활동을 숨죽여 지내고 있는 때에 예상치 못한 동인 소설집 <다섯 나무>가 싱싱한 모습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 맛있는 뷔페를 먹는 기대로 읽어나갔다. 현대 특히 요즘과 같이 다양하게 결핍을 느낄 때 사람들은 무엇을 찾아 떠나고 싶다. 민감해진 관찰력과 영감을 가지고 여러 난제를 뿌리치고 뚫고 나간 결과 다섯 작가가 써낸 <다섯 나무 숲> 동인소설책이다. 보통사람,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읽을거리다.

   소설을 쓸 때 어떤 말투를 택할 가? 진지한 말투, 해학과 코믹한 말투, 명랑한 말투 등에 따라 분위기를 바꾸므로 작가는 개성 있는 나만의 말투를 택한다. 소설에선 무엇보다 언어의 표현력에 큰 비중을 둔다. 대체로 소설가는 가장 익숙한 소재를 택하여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할 때 자전적 소설이 된다.

    어떤 주제를 택하여야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생각하며 대체로 작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로맨스/ 판타지/ 사회메시지/ 드라마/ 미스터리/ 역사적 전설/ 과학적 소재 등을 소재로 배경과 인물의 캐릭터를 정하고 작품을 쓰면서 자신의 특성을 스스로 발견한다.

  소설의 분량에 따라 단편, 중편, 장편 등으로 나눌 수 있으나 부담 없이 작가가 쓰고 또한 독자가 읽기에 지루하지 않은 양은 1만자정도라 한다. 최근엔 웹소설의 유행으로 짧은 문장에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해야 하는 노력이 한층 요구된다. 

   소설문학의 대략을 살펴볼 때 <다섯 나무 숲>의 작품들에서 내가 아는 다섯 작가는 문장의 특징 즉 이미지네이션이 다 각자 달랐다. 나는 다음 작가의 작품으로 넘어갈 때마다 새로운 소설책을 펴는 듯 신선함을 느꼈다. 

 

   오래전부터 밸리지역에선 <밸리 인문학교실>이 매달 운영되었다. 작가 중의 한 분이며 스스로 문화잡화상이라 자칭하며 한인사회에서 극작가, 언론인, 시인, 미술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장소현 선생을(다섯 동인의 한 분) 주축으로 미술, 문학, 역사 등을 주제로 화가, 시인, 소설가, 수필가, 미술평론가 등 여러 분야의 예술인들과 관심 있는 분들이 한 장소에 모여 토론과 연구를 통한 공부를 계속하였다. 

   아쉽게도 이 인문학교실도 2020년 초에 발생한 COVID 19란 팬데믹으로 쉬고 있는 형편인데, 이들 다섯 중견작가들은 쉬지 않고 작품을 열심히 써서 온라인으로 비교 검토하며 서로 독려 격려를 하여, 단 반 년 만에 동인 소설집을 출판해낸 것이다. 

   역병이 가로막는 난국에도 그들에게는 완주해야 했던 이신일심의 목적지가 있었다. 풀어진 나사처럼 늘어져 있는 나에게“비바람 견디고 천둥 번개 치는 날에도 꽃망울은 터진다. 너와 내가 함께라면 고달픈 인생도 여행이었다.”고 그들 작가들이 외치는 듯 나를 깨웠다. 

   나는 당장 첫 작품을 읽기 시작하여 각각 개성이 뚜렷한 작법으로 다양한 콘텐츠의 단편소설 16편을 하루하고 반나절에 완독하였다. 280페이지의 <다섯 나무 숲> 동인소설집은 한편을 읽으면 또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재미와 호기심에 이끌리어 속독을 했다. 

   무엇이 진리이고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보고 살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모르면서 인간은 생을 마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눈앞에 보이는 사물의‘본질’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명쾌한 답을 줄 사람은 하나도 없다. 과학이 발달하여 인간이 만든 로봇이나 AI가 오히려 인간을 넘볼 만큼 각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이제는 편리한 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는다. 과거와 현재가, 현실과 미래가 만나 얘기를 전개한 과학소설을 쓴 작가도 다섯 동인 중에 있다. 

   사실 과학은 계속 새로운 이론과 미지의 세계를 찾아내고 있으나 새로운 과학 이론이 묵은 과학이론을 반론하며 새로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세상에 온전한 것은 없다는 논리가 현대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과학을 소재로 한다면 신화 같은 소설이 될 수 있다. 어떤 발명왕으로 하여금 지뢰 바이러스와 철조망 바이러스를 만들어 비무장지대를 해체하여 분단한국의 한을 풀고 싶은 상상을 하며 신기한 아이디어를 갖고 작품을 쓴 작가도 다섯 동인의 한 분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문학에서 무엇이 인간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주어 훌륭한 작품을 창작케 하는가? 그 근원은 생명일 것이다. 생명의 실체를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신비하다. 현대과학으로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정교하고 복잡하다. 왜 이 생명체는 무한이 넓은 우주에 비교하면 아주 작은 행성인 지구에서만 생존하는가? 영원한 숙제를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신비한 사실은 생명체는 하나도 똑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꽃은 꽃이고 인간은 인간이요. 꽃이라도 같은 종의 꽃이라도 모두 다르다. 사람도 사람마다 다르고 아들은 부모와 다르고 같은 부모의 자녀라도 다 모양도 성품도 다르다. 우리는 생활관습으로 일정한 규범을 만들어 놓고 그 규범에 맞추려고 한다. 다른 것은 다른 대로 인정을 해야 한다. 다섯 작가 중에서 가족 간의 문제를 소재로 하여 소설을 쓴 이번 작가도 많이 연구했음이 보인다. 

 

  이민역사가 길어질수록 태평양 건너의 얘기를 잊을 것 같은데 아득한 그 곳을 찾아가면 아직도 선명하게 옛 기억이 툭툭 튀어나온다. 변한 것은 그 곳이 섬이든 육지든 그 곳 마을이 발전 변형되고 심지어 사라졌을망정 언어가 살아 있고 풍습이 남아 있고 그 곳에 해가 뜨고 달이 뜨는 자리와 시간은 변함없다. IT강국이 된 조국의 사람들은 새 세계를 접목하려하나 우리는 반대로 고향의 깊은 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려 한다. 

   현재의 노마드는 이민자만을 지칭하지 않고 떠나온 자나 남은 자의 공통의 정신으로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한 작가의 고향을 배경으로 쓰인 소설에서 주인공과 인물들은 나도 잘 아는 사람들 같고 그들의 얘기는 나도 알고 있는 듯 사실적이다.

 

   우리들, 노마드라 일컫는 조국을 떠나 태평양을 건너 온 이민1세들은 변두리 인생으로 받은 상처가 남다르다. 복잡하고 익숙지 않은 풍토와 사회에 뿌리를 내려 삶의 자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목표라든가 진정한 의미나 가치를 음미하며 생각할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핑계하고 싶다. 겨우 자리를 잡고 살만하니 이젠 이민2세와의 사이에서 엮어지는 미묘한 세대 간 차이 그 이상으로 복잡한 가정문제가 한국인 나아가 동양인의 정서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으로 변질되는 사례를 본다.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이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을 수 없다. 이러한 노마드의 삶에서 이 작가들은 훨씬 풍성한 소설적 소재들을 바탕으로 많은 주제를 설정하여 차원이 있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 마디로 모든 작품들이 재미가 있다. 

   문학에서 특히 소설은 우선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내어 이해의 범위와 깊 이로 독자에게 어떤 만족감을 주었다면 성공한 작품이다. 이 세상에 있을법한 새로운 인물이나 현상을 창작할 수 있었다면 성공한 소설이다. 

   많은 사람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비정상적인 이 방콕생활의 지루함을 털어낼 흥미를 맛 볼 기회이다.

    이번 동인소설집을 펴낸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기성작가로서 인정받을 뿐 아니라 삶의 경험이 있는 연륜과 풍성한 경륜으로 쓰여진 여러 작품으로도 우수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이다.

   문학은 함께 걸어가는 길이다. 함께 엮어야 만들어지는 동아줄이다. 다시 축하하며 다음 작품집을 기다린다. 

 

 참고; L.A 한인타운 <반디북스>에서 구입할 수 있음. 문의 (213) 739-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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