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진흥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데는 우연하게도 길고양이가 계기가 됐다. 오래전 근무하던 병원 근처에 있는 홈디포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 주차장에서 까만 길고양이를 보았다. 고양이는 주위를 경계하는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마른 모습이 마음에 걸려, 며칠 후 퇴근길에 다시 들렀다. 한 타인종 중년 여성이 나무 사이 덤불 밑에 고양이 먹이를 놓아주고 있었다. 그녀는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를 포획하고(trap), 피임 수술을 시킨 후에(neuter) 원래 살던 동네에 다시 놓아준다(return)’는 뜻)’ 봉사단체 일원이었다.
나는 암 치료 테크니션인 도나와 고양이 구출 작전을 세웠고 성공적으로 입양도 했다. 이 과정에서 UCLA 문애리 사회학 교수를 만났다. 그녀와 나는 ‘고양이 구제’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다. 문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사회학과 상관없는 한국어 진흥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학자다. 고양이가 계기가 돼 문 교수는 나를 <한국어 진흥재단>으로 인도했고 그곳에서 차세대를 위해 한국어가 세계 언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 하는 이사들을 만났다.
생계 때문에 부모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아이들은 정신적, 문화적 자극이 결핍되기 쉽다. 그러나 어린 시기에 학교에서 제공하는 외국어를 배우면 뇌의 표면적이 넓어지고, 이는 지능지수를 높여 사회·경제적으로 뒤지지 않는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논문을 통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나는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미국의 대학진학 시험인 SAT는 SAT I(수학과 영어)와 SAT II(특정 학과목 지식과 능력을 평가하는 영어, 수학, 역사 및 사회학, 과학, 제2외국어 과목별 시험)로 나뉜다. 한국어는 20여 년 전 공립학교의 선택과목으로 인정되었으며, 마침내 1997년에 SAT II 제2외국어에 포함되어 첫 시험이 치러졌다.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 자녀들에게는 뜻깊은 일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에 SATII가 생긴 지 84년 만에 전격 폐지되면서 SATII 한국어 시험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SATII 보다 수준이 높고 차별화된 최고 과정은 AP이다. AP란 ‘Advanced Placement’의 약자로 대학교 학점을 고등학교에서 취득하는 제도이며, 38개의 과목이 선정돼 있으나 일본어, 중국어에 반해 한국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SATII 한국어 채택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어 진흥재단>은 칼리지보드가 AP 한국어를 빠른 시일 내에 포함하도록 하는 준비 작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12개 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이 작업은 지난 2016년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노력으로 프로포지션 58을 통과 시켜 공립학교에서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처럼, 학생과 학부모, 한인커뮤니티, 단체 등이 함께하면 성공할 수 있다.
K푸드, K뷰티, K컬처 등‘K’에는 힘이 있다. 한국어는 우리의 자랑이고 힘이다. 미국의 차세대가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한국어를 통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은 공상이 아니다. 그리고 AP 한국어의 채택은 한국의 위상에도 의미가 있다.
‘AP 한국어 채택 서명 캠페인(supportapkorean.org)’을 통해 참여의 길이 열려있다. supportapkorean.org 으로 들어가서 이름과 이멜만 기입하면 간단히 서명된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4주가 됐는데 현재 서명자가 2만 명에 육박한다. 감사하게도 타인종 주민들과 한국 거주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많은 한인이 서명에 참여해 AP 한국어 채택으로 가는 길에 동행을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