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독립을 한 얼마 후, 군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젊은 장교가 말에서 내려 시골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말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지쳐 있었던 것입니다.
마침내 징검다리가 놓인 냇가에 다다랐습니다. 그런데 비 그친 직후여서 징검다리가 물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사방을 휘둘러보던 장교의 눈에 저 멀리서 밭을 매고 있는 노인이 보였습니다. 장교는 큰 소리로 그를 불렀고, 노인이 다가왔습니다.
“노인장, 내 말이 지쳐서 그러니 미안하지만 나를 업어서 냇가를 건너 주어야 하겠소. 이 멋진 군복이 물에 젖어서야 되겠소?”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젊은이에게 노인은 미소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업었습니다. 노인이 힘겹게 냇가를 건너고 있는데 등에 업힌 장교가 물었습니다.
“노인장은 군대에 나간 적이 있소?”
그러자 노인이 땀에 젖은 얼굴로 빙그레 웃었습니다.
“젊었을 때엔 저도 군대 생활을 했었지요.”
그러자 장교가 말했습니다.
“계급이 뭐였소? 일병이었소?”
노인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것보다는 조금 높았지요.”
“그럼 상병이었소?”
“그것보다도 조금 높았습니다.”
“그렇다면…….당신은 하사관이었군. 흠…….꽤나 공을 세운 모양이구려!”
그 말에 노인이 웃으면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공이라야 보잘 것 없었습니다만… 그것보다는 좀 더 높았지요.”
그러자 장교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도 장교였다는 말이오?”
노인은 젊은 장교의 군복이 물에 젖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시내를 건너며 대답 했습니다.
“보잘 것 없는 능력이었음에도 그것보다는 조금 높았습니다.”
그러자 젊은 장교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습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그렇다면 장군이었습니까?”
노인의 얼굴에 인자한 웃음이 떠올랐습니다.
“하찮은 저에게 조국과 하나님께서는 그것보다도 높은 직위를 허락했지요.”
젊은 장교는 혀가 굳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시냇가를 힘겹게 건넌 노인이 젊은이를 맨 땅에 내려놓았습니다.
땀에 젖은 노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퍼져 있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젊은 장교님. 저는 밭을 마저 매야겠습니다.”
그가 총총히 뒤돌아서 다시 시냇물을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업혀 시냇가를 무사히 건넌 젊은 장교가 노인을 향하여 정중하게 경례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 독립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오지 워싱턴이 대통령 퇴임 후 자신의 고향 마을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살던 시절의 이야기 입니다.
이 일화는 한 인간이 사람들을 가르치고 이끌 수 있는 기본적인 힘이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그리고 그 힘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내 삶을 돌아보게 했던 좋은 글이라 다시 한 번 상기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