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맡겨진 시니어 사역 -김선일 목사 -

by Valley_News posted Dec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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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웨스트힐에서 요양원을 7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십명의 어르신들이 다녀가셨는데 어르신들마다 각자 특이한 성격과 생활 습관 그리고 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저마다 80, 90여 년의 인생을 사시면서 산전수전과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보신 분들이지요. 

   며칠 전에 저의 요양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처음으로 일어난 일이라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할 정도였습니다.

   두어 달 전에 저희 요양원에 잘 걷지도 못하시는 92세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는데 아주 점잖으신 분이었습니다. 6.25 전쟁 시에 중령으로 백마부대에서 대대장으로 전투를 지휘하셨고 그 치열한 전쟁 중에 적군의 포탄이 바로 옆에 떨어졌는데 그 포탄이 불포탄이어서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나셨다고 말씀하신 아주 점잖으신 분입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께서 새벽 6시쯤에 행방불명이 된 것입니다. 이방 저방, 옷장 속, 화장실 어디에도 계시지 않는 것입니다. 평소에 자신의 힘으로는 10M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는 분이 어디 가셨을까요. 매우 당황했지요. 그런데 그 점잖으신 할아버지께서 창문이 있는 방충망을 떼어내고 밖으로 나가신 것입니다. 그것도 창문을 열어서 나가시려면 높이가 1.5M나 되는 것을 뛰어넘어서 나가신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요, 이것은 괴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집을 나가시려면 큰 철문을 열고 나가시야 하는데 그 철문은 평소에 사용하지 않고 열기도 힘든 문입니다. 그 문을 열고 저의 집에 강아지와 함께 집을 나가신 것입니다.

   저희는 경찰서에 먼저 신고하고 동네 골목마다 여기저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4~50분을 찾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혹시 길 걸으시다가 쓰러져서 누군가가 가까운 West Hills 병원에 모셔다드릴 수 있겠다 싶어서 병원 쪽으로 가는 도중에 모자를 쓰고 서 계신데 어느 분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왜냐하면 모자를 쓰고 계셨기에 할아버지가 아니시겠지, 생각했지요. 그래도 키나 옷차림이 비슷해서 차를 돌려서 가보니 바로 제가 찾는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요. 머리에는 팬티를 덮어 쓰고 벼개 커버로 목도리를 하고 신발은 한쪽 슬리퍼만 신고 높은 창문을 열고 나가신 것입니다.  "할아버지 지금 어디가세요?" 라고 물었더니 "을지로 간다"라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약간의 상처들을 치료해 드리고 따뜻한 식사를 마친 후에 도대체 무슨 힘으로 그렇게 나가셨느냐고 물었는데 자신이 어떤 일을 무슨 일을 하였는 줄을 전혀 모르시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그저 길에서 저를 만나서 항복하고 따라오신 것이었습니다.

   어르신들 돌보는 일이 저로서는 아주 행복한 일입니다. 제가 저의 부모님께도 못해드린 일을 전혀 일면식도 없는 분들에게 밥도 떠 드리고 기저귀를 갈아 드리고 때로는 변비가 심하시면 관장도 해 드리지만, 그분들이 평온하게 하루하루를 잘 지내시는 것을 볼 때마다 이 일을 맡기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림니다. 

   맹자는 학문을 중심으로 왕도정치를 가르쳤지만 노자는 학문보다는 깨달음의 진리를 통해 도와 덕과 삶을 가르쳤지요. 숱한 경험과 역경을 딛고 90인생을 사신 어르신들을 돌보다보면 이젠 몸과 행동으로 본을 보이며 혹 믿지않는 자녀들에게는 전도의 기회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저는 이민교회를 30여년을 목회했지만, 이제 직접 행동으로 보여 주며 마음과 몸으로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은 저에게는 참 즐거운 일이요,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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