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편지를 씁시다.

by Valley_News posted Dec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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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새해 인사>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새해의 모든 날들이 건강, 행복, 기쁨, 보람, 웃음으로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새해는 토끼의 해랍니다. 자고로 토끼는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졌지요. 판소리 <별주부전>의 꾀돌이 토끼처럼... 그런가하면 서양의 우화에서는 느림보 거북이에게 지기도 하지요.

  새해에도 토끼처럼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모양인가요? 경제가 워낙 나쁘다니 말입니다.

  아무쪼록 새해는 세상이 평화롭고 아름답기를 기도합니다. 그런 세상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지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새해를 맞아 <밸리 코리언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어머니에게 드리는 짧은 편지 보내기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저희가 발명(?)한 것이 아니고, 한국의 잡지 <샘터>가 오래전에 펼쳤던 운동입니다. 독자들이 보내온 편지를 묶어 1995년에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라는 제목의 책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씨가 퍼져나갈 때 우리 가정, 우리 사회, 우리 나라가 한층 따스해지리라 여겨집니다.”

  온통 세상이 어지럽고 험악한 지금이 바로 그런 운동을 펼쳐야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어머니에게 편지를 씁시다.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편지가 어려우면, 전화나 카톡도 좋겠지요. 어머니를 생각하는 시간이 길고 짙어질수록 내가 조금씩이나마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고, 그런 느낌이 모이면 우리 사회도 조금씩 착해지리라고 믿습니다.

  참고로 <샘터>사가 1995년 봄에 발행한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에 실린 편지 몇 편을 소개합니다.

 

          ♥

  어머니가 소(牛)에 받혀 앓아누워 계실 때였어요.

  내가 소룰 팔아버리자고 하니 어머니는 말했지요.

  “너 대학 갈 밑천인데…”

  -주돈식 (전 문화체육부 장관)

          ♥

  어머님, 냉면이라면 그렇게도 좋아하셨죠. 냉면 먹는 배는 따로 있다고 하시면서 곱빼기에다 사리까지 얹어서 드셨지요.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던 평양냉면 한 그릇 대접 못하고 50년간 한이 맺힌 38선을 보며 통일전망대에서 통곡합니다.

  -김경진

          ♥

  어머니! 오늘은 한가위 성묘 간다고 5백만 시민이 고향을 찾아 서울을 비웠다는데, 저는 아침에 연미사만 드리고 이렇듯 서재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북으로 흘러가는 구름만 바라다봅니다.

  -구상 시인

          ♥

  그냥 앉거라. 늙은 에미하고 같이 흰머리인 자식 절 받기 숭없다.

  나이와 함께 세어가는 자식의 흰머리에 행여 그 아들에게 당신의 노년이 짐 되실까, 절을 받으시기도 저어하시던 어머니…

  어찌하여 이제는 두 자리 겹절에도 말림의 말씀이 없으십니까.

  -이청준 (소설가)

          ♥

  내가 그린 집이 똑바로 서 있다면, 그건 어머니의 꾸짖음 때문입니다.

  내가 그린 집에 따스함이 있다면, 그건 어머니의 체온인 게죠.

  혹시 내가 그린 집이 살아 있으면, 그건 틀림없이 어머니의 영혼일 겝니다.

  오늘 추운 새벽도 주께 저를 놓고 기도하셨을 어머니, 아, 오늘도 이 나이 되도록 걱정만 끼쳐드려 못내 부끄러워합니다. …그래도 또 용서하실 테지요.

  -승효상 (건축가)

          ♥

  어머니, 이제사 어머니 마음을 다 알 것 같네요.

  내가 지금 옛날 어머니 나이가 됐어요.

  그곳은 빛과 사랑… 하고 부르시던 노래가 생각나요. 날빛보다 더 밝은 천당… 하고 부르시던 노래도 생각나요.

  어머니, 내가 지금사 참 고향에 돌아왔어요. 

  어머니는 모든 걸 알고 계시지요.

  나는 믿어요, 듣고 계시지요. 어머니의 아들이 부르는 이 기쁨의 노래를.

  참 아름다워라, 참 아름다워라.

  -최종태 (조각가)

  6학년 때 가출했다가 나흘 만에 돌아와보니 엄마는 울기만 했습니다.

  아이들 만화 그릴 때마다 원고지에 눈물을 적시는 건 그때 엄마의 눈물입니다.

  -박수동(만화가)

          ♥

  어머니, 가끔 속상해 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죠.

  “내 가슴을 보여줄 수 있다면 아마 핏멍어린 보랏빛일 게다.”라구요.

  이젠, 당신의 가슴에 일곱 가지 무지개빛이 피어나도록 해드릴게요.

  -김미경

          ♥

  엄마,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는줄 아세요? 이제 몇 주만 있으면 볼 수 있는데 몇 주가 왜 이리 길고 지루한지…

  비행기가 안 뜨면 어쩌지?

  아파서 못 가면 어쩌지?

  엄마가 공항에 못 나오시면 어쩌지?

  이 걱정 저 걱정에 오늘도 새벽에 잠이 듭니다.

  -심은지 (미국)   

  “네가 타고 가는 차에 나도 같이 타고 갈 수 없을까?”

  한 평생 내 귓가를 맴도는 어머니의 목소리.

  저 멀리선 중공군의 포성이 들려오고 앞길에선 빨리 떠나야 한다고 재촉하는 도창 직원의 독촉소리.

  어머니,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김성윤

          ♥

  보름달이 뜨거들랑 바라보거라. 나도 지구 한쪽편에서 너를 생각하며 달을 바라보겠다. 그러면 너는 외롭지 않을 거라던 엄마…

  -최문숙 (미국)

          ♥

  수녀인 두 딸보다 더 열심한 기도 속의 엄마, 어쩌다 방문을 하면“새 이부자리도 준비했는데 그냥 갈거야?”하며 서운해 하시는 그 음성을 뒤로 하고 돌아설 때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우리의 태몽 얘기, 엄마의 꽃밭 자랑도 더 많이 하고 싶으실 텐데…

  -이해인 수녀

          ♥

  노환으로 마지막 자리에 누우셨을 때에 유학하고 있던 나는 일시 귀국을 하여 어머님을 상봉했습니다. 그때 아파트 베란다 난간을 짚으시고 

  “얘야, 내 이제 다시 너를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없을 것만 한다. 이 세상 잠깐이더라. 천국에서 다시 우리 만날 터인데 내 니 앞에 눈물은 보이지 않으련다. 그래, 잘 가라”하셨지요.

  나는 날아갈 듯이 여윈 노모를 품에 안고 한참 동안 울었지요. 과연 어머니 말씀대로 이것이 이승에서 나와 어머니의 마지막 상봉이 되고 말았습니다.

  -조광호 신부

          ♥

  돌아가신 뒤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용돈으로 드린 만원을 안 쓰고 가셨더군요.

  다 쓰시면 제가 또 채워드릴 건데 만원도 다 못 쓰고 빨리 가셨나요? 이젠 이만원도 드릴 수 있는데…

  -윤을현

          ♥

  아버지 장례식 다음날 아침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혹시나 하며 아버지 산소에 가보았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계시던 어머니.

  어머니 이젠 눈물 흘리지 마세요. 아버지를 닮은 이 아들이 있으니까요. 사랑해요, 어머니.

  -김행철

          ♥

  “일하다가 정 힘들면 엄마 생각하고, 그래도 못 견디겠으면 꼭 돌아와라!”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님 곁을 떠나 돈 벌러 서울 가던 날, 어머님이 건네주신 쪽지였지요.

  -정기승

          ♥

  평소에 무뚝뚝하시던 아버지가 어느 날 저녁상에서 무심히 하신 말,

  “니 엄마 나이가 들수록 김치맛이 깊어져”

  엄마 얼굴에는 빙그레 미소가 번졌어요.

  -심영혜  

          ♥

  아들이 내 말을 듣지 않아 속이 상합니다.

  왜 이럴 때는 천당에 계신 엄마의 얼굴이 떠오를까요?

  -황필호 (전 동국대 철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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