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늘어나는 로봇들이 국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인간에게 반항하거나 인간의 일자리를 훔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7월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인간-로봇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자신을 만든 제작자에게 반항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답입니다.
로봇의 이런 대답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지에 대한 부정적 의구심이 당연히 뒤따랐지요.
인공지능 챗GPT는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일자리의 변화입니다. 이미 교육과 회사의 업무에서 상당 부분 AI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간의 창의적인 영역인 소설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현재 추세로 보면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활용은 더욱 가속될 것입니다. 이처럼 놀라운 속도의 AI 발달에 따라 우리 인간도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봅니다.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첨단과학과 기계가 세상을 바꾼 일은 인류 역사상 계속 있어왔다. 그동안의 기계 문명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고마운 변화였다. 기차나 자동차 같은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변화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간이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사람보다 훨씬 더 잘 하는 기계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니 위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찬반이 팽팽하지만, 아무래도 위험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한결 더 큰 것 같다. 챗GPT를 개발한 과학자도 무서웠다고 고백했다니…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 열풍의 이면에서는 AI가 인간을 곧 뛰어넘어 인류 사회에 위협이 될 것이란 디스토피아적 공포도 함께 싹트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넋 놓고 앉아서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동차의 존재와 기능을 인정하고, 그것이 바꿔놓을 세상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려면, 우선 운전을 배우고 운전면허를 따고… 그래야 한다. 자동차 사고의 위험성을 걱정하기 전에 그래야 한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모르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결론은‘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꼽씹어야 할 말씀을 몇 가지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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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 즉 AI가 인류가 멸망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AI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따를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현재 우리에게 인공지능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향상하는 보조 도구일 뿐,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대상은 아니죠. 하지만 AI와 관련된 윤리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선 일종의 가드레일(사고 방지 장치)이 필요합니다.
-미라 무라티 오픈AI의 CTO(최고기술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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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멸종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핵전쟁이나 전염병을 예방하는 것만큼 AI에도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샘 알트먼, 오픈AI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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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킬러로봇 되는 날이 두렵다”
핵무기와 달리 기업이나 국가가 비밀리에 AI 기술을 연구하는 지 알 방법이 없다. 최선의 희망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기술을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협력하는 것이다. 나는 AI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겨질 때까지 AI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 딥러닝 개념을 처음으로 고안한 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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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문명의 미래에 대한 최대 위협 중 하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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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화석연료 개발에 사용하면 끔찍하겠지만, 건강, 교육, 문화에 사용하면 아주 멋질 것이다. AI의 좋고 나쁨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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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똑똑한 AI가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것을 위협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매우 혜택을 주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람보다 똑똑한 AI 비서를 갖는다는 것이다.
-얀 르쿤 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 AI 수석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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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통제불가능한‘괴물’이 될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에서 확산되는 거짓정보와 혐오, 통제불가능한 괴물이 될 수 있는 AI의 위협이 세계 공동의 조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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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예술
최근 인공지능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겼던 예술 창작에까지 도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지만, 고도의 사고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예술은 인간만의 특권이며, 최후의 저지선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술, 음악, 문학, 기사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구현해내는 창작물들은 단순한 모사 이상의 수준을 보여준다.
객관적 시각을 얻기 위해 되도록 많은 이들의 다양한 말씀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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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심을 제약받는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이 훌륭한 문장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적재적소에 문장을 배치해서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설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설가 김영하의 인터뷰 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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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I 소설가의 등장으로 인간 소설가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A. 전혀 위축될 일을 아니라고 본다.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는 대회가 개최되는 것을 보고, 이제 AI가 소설을 쓰는 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저의 모습을 써보고자 마음먹었다. 저는 문명친화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른 이들은 소설 쓰는 AI가 등장하면 작가들의 생업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 독자들이 인간과 AI의 소설을 시장에서 선택하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아가 이왕이면 좋은 소설을 쓰는 AI가 많이 나오면 좋겠고, 그 과정을 돕는 인간 작가도 필요해 보인다.
-<AI가 쓴 소설>의 저자 박금산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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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설은 감정의 영역이다. 감정이 없는 AI가 소설을 쓸 수 있는가.
A. 감정은 어려운 부분이다. 과연 감정이 인간만의 영역인가, 선천적으로 생기는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 등 생각해야 할 요소가 많다. 이 문제에 대해 감정은 공포, 두려움 등은 선천적인 부분도 있지만, 자라면서 주변 환경을 통해 배우는 후천적인 요소도 있다고 본다.
AI도 학습적인 측면에서 감정이 담긴 새로운 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이 담긴 글을 데이터로 학습하기 때문에 AI가 의도치 않지만 감정이 담긴 새로운 글을 만들 수 있다.
Q. AI가 창작에 도움을 준 작품이 많이 나오게 되면 사람들도 이를 수용할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 동감한다. 사람이 AI와 다른 것은 비판적인 능력, 정복적인 사고능력, 창의적인 사고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정복하거나 비판하지 못하고 온전히 수용한다. 반면 사람은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한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강우규 교수(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에서 HK연구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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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로봇)는 초기에 선을 완벽히 따라 그리지 못했습니다. 이를 통해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바로 우리의 실수들이 작업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바로 기계의 불완전성이, 서로의 불완전성이 상호작용하여 아름다움으로 바뀌었다는 것을요. 저는 지금도 인간과 비인간인 기계의 창조성에 깃든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아직은 모르지만 저는 너무나 궁금하네요.”
-AI를 활용한 아티스트 수젠 청(Sougwen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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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선, 면, 색, 질감, 형태 등 조형적 요소에서 인간보다 탁월하다. 하지만 거기엔 예술적 가치관도 없고 철학도 없다. 미술계에서는 조형뿐만 아니라 미술사적 의미 등 20개 가까이 되는 지표들을 기준으로 그림을 평가하는데 AI 그림은 결국 복제일 뿐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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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에 들어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질문을 시작했다.“AI가 글쓰기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더니“저는 AI이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해서는 개념적인 이해만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글쓰기를 통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거나,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사실에 기반을 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면, 그 글의 가치는 높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수필가 이희숙 칼럼 <챗GPT와 글쓰기>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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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지적사유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적 글쓰기는 AI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작가의 역할은 AI로봇을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그것의 장점을 활용한 새로운 글쓰기의 방법을 창출해야한다.
<중략>
AI시대의 작가는 인공지능과의 소통 및 협업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독자는 오히려 높은 수준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문학은 예술임과 동시에 인문학의 자리를 지켜왔다. 우리의 삶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에 또 하나의 인간인 셈이다. 따라서 문학은 우리의 내재된 욕구를 드러내는 표현행위가 된다.
AI시대를 맞았지만 우리의 감정을 프로그래밍 하거나 혹은 알고리즘으로 치환할 수는 없다. 문학은 인간이 인간을 생각하는 결과물이며, 그 영역은 인간의 영역 안에 있다. 최첨단 과학시대에 작가는 우리의 삶과 정서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드러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하청호 대구문학관장의 칼럼 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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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회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알파고가 바둑을 재정의한 것처럼 AI가 소설가의 역할도 바꿀 것이다. AI를 통해 문학이 더욱 풍성해지고 작품의 질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한국 최초로 인공지능(AI)이 쓴 장편소설로 알려져 있는 <지금부터의 세계>의 김태연 소설감독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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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법적 오류의 경계에서 AI와 작업하면 흥미로운 시가 나올 것 같았다. 시아와 함께 작업하면서 ‘시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다. AI도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예술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형태로 발전할 것 같다.”
-인공지능 시인 <시아>의 개발자 김제민 교수(서울예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