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글> 일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의 시

by Valley_News posted Jul 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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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잘 늙기’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활기차고 아름다운 노년을 꿈꾸는 이들에게 할머니 시인으로 유명했던 시바타(柴田) 도요(1911-2013)의 시는 큰 자극과 용기가 된다. 

  시바타 도요는 주방장이었던 남편과 사별 후 아들의 권유로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다. 2009년 10월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 둔 100만엔을 들여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판했다. 시 속의 유머 감각과 긍정적인 태도가 호평을 받으면서 2010년 대형 출판사가 삽화와 작품을 추가해, 시집을 다시 펴냈다. 시집은 만부만 팔려도 성공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158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일본열도를 감동시켰다.

  시바타는 생전에 자신의 책이 번역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의 꿈대로 한국을 비롯해 대만,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중국과 영국에서도 출판됐다.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는 2011년 6월 자신의 100세 생일을 기념하는 두 번째 시집 <100세>를 펴내기도 했다. 그해 3월에는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희생자와 피해자를 기리고 용기를 불어넣는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3년 1월2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102세.

 

 

약해지지 마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바람과 햇살과 나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어머니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나에게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아침은 올 거야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말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시바타도요 시인.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