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추억>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이 부른 마지막 노래 <바람이 부네요>

by Valley_News posted Jul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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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jpg

 

                                            바람이 부네요

 

임인건 작사, 작곡

 

바람이 부네요 춥진 않은가요

밤 깊어 문득 그대 얼굴이 떠올라

가슴 뛴 그대 미소 떨리던 그 목소리

많은 상처에 얼어붙은 내 마음 감쌌던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세상엔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 마음을 열어요 그리고 마주 봐요

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 손 잡아요

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 손 잡아요

 

  <바람이 부네요>는 한국 재즈의 대모로 불리는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1943년~2020년)이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다. 삶의 깊숙한 곳을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로 읊은 이 노래는 어딘지 처연하다. 병마와 싸우며 휠체어에 앉아서 이 노래를 녹음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고인은 신부전증으로 오래 투병해왔다. <바람이 부네요>를 녹음할 당시에도 지병이 급속히 악화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노래를 완성하는 투지를 보였다. 그녀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병원을 나와서 연습과 녹음을 하고, 다시 돌아가서 입원하는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감동이다. 

  “나는 인생의 이 모든 고통에 대해 불만이 없어요. 시련조차도 음악적 축복이지요. 외롭고 괴로울 때면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 난 블루스를 더 잘 부르게 되겠구나. 고통은 나의 블루스를 더 깊게 만든다.”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어떤 남자가 재즈처럼 몇 십 년 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곤 했다.

 

  한국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인 박성연은 1978년 신촌에 국내 첫 토종 재즈클럽 <야누스>를 만들어 평생 운영해 온 한국 재즈계 산 역사다. <야누스>는 1세대 재즈 뮤지션부터 수많은 음악인이 모여들며 한국 재즈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고인은 야누스를 운영하며 긴 세월 재정난과 싸워야 했다.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평생 소장해온 LP 음반 전부를 경매로 처분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신촌에서 대학로, 이화여대 후문, 청담동에 이어 지금의 서초동에 정착하기까지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면서도 한국에서 재즈 뮤지션들이 설 무대를 지켰다.

  “재즈는 내 운명이고 생명”이라고 말한 그는 2018년 <야누스> 40주년을 맞아 휠체어를 타고 클럽에서 특별 공연을 펼치기도 했고, 재즈 발전을 위해 서울숲 재즈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40여년 전 재즈 불모지였던 한국은 이제 여러 재즈 스타와 대규모 국제 페스티벌들을 보유할 만큼 울창한 숲이 됐다. <야누스>는 오늘의 숲이 있게 한 그 처음의 나무다.”

  후배들의 이런 존경과 감사에 박성연은 이렇게 답했다.

  “남들은 헌신이라 볼지 모르지만, 그저 제가 행복했다. 그것이 내 생명력이자 행복이다. 절실하게 노래하고 싶었던 저나 후배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야누스는 꼭 필요했다고 믿는다” 

  “내가 음악에 인생을 바친 게 아니라, 음악이 나에게 인생을 준 것”이라고 말한 박성연은“무대에서 죽는다는 말은 내게 덕담이다. 죽을 때까지 노래할 것”이라는 자신의 말을 삶으로 증명해냈다.

 

  박성연은 2019년 초 후배 가수 박효신과 함께 <바람이 부네요>를 듀엣으로 다시 녹음하기도 했다. 이 곡이 고인의 생전 마지막 음악 기록이 됐다.

  이 노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배경 음악으로 가수 이소라가 부르기도 했고, 한 자동차 광고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자료 정리: 장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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