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5월 영국의 에드몬드 힐러리의 에베레스트 첫 등정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1만 회가 넘는 등정 횟수 동안 특기할 만한 여러 등정 기록이 쓰였다. 첫 등정에서 22년 후인 1975년 5월 일본의 타베이 준코가 여성으로서 처음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고, 이어서 1992년에는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오른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또 일본의 산악인’ 미우라 유이치로’는 1970년에 처음 에베레스트에 오른 후, 43년이 지난 2013년 80세의 나이로 다시 정상에 올라 최고령 등정 기록을 세운다. 미국의 소년 ‘조던 로메로’가 2010년 13세 10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등정 기록을 가지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네팔의‘카미리타 셰르파'는 2024년 5월 에베레스트 등정 30회라는 놀라운 신기록을 세운다. 그의 기록을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네팔의 세르파라는 직업적 특수성이 많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 힘든 등반의 고통을 같은 산에서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인간의 심리일진대 한마디로 해외 등반대에 고용되어 받는 돈이 아니었으면 세울 수 없는 기록이다. 그중 2001년 미국의 ‘에릭 웨이헨 마이어'(당시 33세)의 도전은 단연 돋보인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엄청난 핸디캡을 안고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것이다. 13세 때 눈 망막의 희귀병으로 시력을 잃은 에릭은 곧 시력을 되찾을 것이라며 지팡이와 점자 익히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현실을 인정하고 나서는 장애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배우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그렇게 좋아했던 농구나 축구공은 포기하는 대신 에릭이 빠진 것은 레슬링이었다. 정상인들과 어울려 매트 위를 뒹굴며, 몸의 균형 유지와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면서 상체와 하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레슬링을 통해 배우면서,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그리고 16세 때 아버지와 함께 등산을 시작한다. 타고난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그는 누군가의 도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팡이와 앞장선 동료의 배낭에 달린 벨 소리만을 의지해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숱한 고통과 좌절을 극복하며 상처투성이의 성취를 만들어간다. 1995년 북미 최고봉 알라스카의 데날리산(6,194m)을 시작으로 2001년 5월 에베레스트 등정에 이어 2008년 파푸아뉴기니의 빌헬름산 (4,509m) 등정까지 13년 여정의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완성한다. 그의 놀라운 도전과 성취는 2001년 타임지 커버스토리에 실리는 영광으로 이어진다. 2014년 그랜드케년의 콜로라도강 277마일 급류를 카약으로 질주하기도 한 그는 지금도 세계 전역을 다니며,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 말고 역경을 견뎌내자고,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강연 연사로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Blue Ridge Trail은 산가브리엘 산맥의 마운틴하이 스키장으로 잘 알려진, Right Wood에서 가까운 Big Pine에 있는 평균 해발 6,000피트의 고지대로, 겨울철에는 스키와 눈썰매를 즐기는 인파가 이어지고 나머지 계절은 숲이 우거진 등산로와 캠프장을 찾는 하이커들이 끊이지 않는 인기 있는 곳이다.
파킹장 길을 건너 트레일이 시작된다. 파인트리, 오크나무 가득한, 시원한 숲속 등산로를 오르며, 오늘 밸리 최고기온 98도라고 해서 무더위 산행에 고생하지 않을까, 잠시 염려했던 게 기우였음을 실감한다. 2마일 지점, Blue Ridge 캠프장까지 1,000피트 등반 고도를 지그재그로 꾸준히 오르지만 경사가 완만해 힘들지는 않다. 시원하고 전망 좋은 블루릿지 캠프장에 도착, 한 모금 물로 숨을 가다듬는다.
캠프장을 지나면 마운틴하이 스키장의 스키 리프트를 지나 소방도로에서 왼쪽 PCT 트레일로 들어선다. 트레일 안쪽으로 스키장 공급 용도로 만든 개방형 인공저수지가 보였는데, 야생동물로부터의 오염 방지 때문인지 지금은 높이 울타리가 쳐져 있다. 울타리를 벗어나니 오른쪽으로 배든 파월과 마운틴 워터맨의 정겨운 모습이 보이고 왼쪽으로 모하비사막이 그 광활함을 드러낸다. 그렇게 다시 한 시간여 걸으면 울창한 숲이 사라지고 눈과 가슴이 탁 트이는 초원 지대가 나타난다. 블루릿지 캠프장에서 오늘의 목적지 Guffey Camp까지 3.5마일 거리, 등반고도 300피트의 거의 평지를 걷는 수준이다. 시원한 숲속 캠프장에 도착, 배낭을 내려놓고, 이제부터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