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세계 경제, 고통 떠안은 미래-장 시 복 교수

by vknews posted Sep 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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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세계 경제, 고통 떠안은 미래

 

장 시 복 교수

<목포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을 사상 최초로 부도에 이르게 할뻔 한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 직전에 가까스로 타결돼 한시름 놓는가 했더니,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는 바람에 미국과 세계의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번 일로 빚더미에 앉은 미국의 딜레마와 자기 파괴적 분열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세계 증권 가격을 매기는 기준점인 미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면서, 세계 각국의 증시가 널뛰기로 출렁거리며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도 점차 추락하는 양상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7월28일부터 31일까지 미국의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이번 채무상한 증액 협상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의 말을 들어본다. 한국의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실린 <목포대> 경제학과 장시복 교수의 칼럼을 간추려 옮겨 싣는다. <편집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세상이 요란하다. 1941년 창립한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처음으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세계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리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8월의 저주, 이 공포…수습할 리더십 없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쓰나미… 언론이 보도하는 이 요란함을 보자면 세계경제에서 엄청난 혼돈이 다시 일어날 듯하다.

어찌 보면 이 사건은 그 동안 위기를 감시하는 데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S&P가 제 역할을 해보겠다며 명예회복에 나선 결과일 수도 있겠다. 신용평가기관으로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 보려는 속셈으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사건을 만들어 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자본의 위기, 국가가 충격을 떠안다

그럼에도 S&P가 벌인 사건이 제 명예회복만을 위한‘공연한 야단법석’은 아닐 것이다. 심각한 국가부채위기와 재정위기는 이미 그리스와 아일랜드를 거쳐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위협하고 있다. 또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과 다른 나라들도 이 문제는 골칫거리다.

 

이런 측면에서 S&P가 단행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세계경제에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위협요인임을 보여 주고 있으며, 이 문제가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심대한 국가부채위기와 재정위기는 2007년과 2008년 세계대공황이 양산한 산물이다. 2006년 하반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발한 세계대공황은 2008년 9월 중순 리먼 브라더스 등 거대 금융자본의 몰락으로 자본의 위기가 심화하고 시스템의 붕괴까지도 우려되는 상황까치 치달았다.

 

세계경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각 국 정부는 역사상 유례없는 양적완화 정책과 케인스주의적 경기부양으로 시스템 몰락은 막아냈다. 이에 따라 겉보기에는 2010년 세계대공황이 끝나고 세계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얻은 듯 보였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경제는 이미 심각한 국가부채 누적과 재정적자라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자본의 위기를 막는 과정에서 위기의 충격과 손실을 국가가 떠안은 것이다.

 

이 문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해보면 이렇다. 세계경제는 2008년 9월 중순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심장마비를 겪었고, 각국 정부는 심장을 소생시키는 데 주력해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고 세계경제는 겉보기에는 회복된 듯 보였다. 그러나 심폐소생술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국가부채위기와 재정위기라는 암(癌)이 서서히 퍼져 세계경제는 더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문제는 실물경제의‘더블딥’

그렇다면 이 징후적 사건이 가시적으로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무엇일까? 우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국채 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각 국에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한편으로 국채가격 하락으로 미국 국채를 다량으로 보유한 중국 등 아시아 나라들의 손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 입장에서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위험이 상승하면서 국채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지불 부담을 더 져야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국채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나리라 전망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미국 국채를 대신할 안전자산이 없고, 미국 국채를 다량 보유한 중국 등이 미국 국채를 투매할 경우 국채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국채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더 떠안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입장에서도 부채상한선을 올려 국채에 대한 추가적 이자지불을 감당할 여력이 아직까지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는 하겠지만, 미국 국채시장이 갑작스러운 패닉 상태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세계금융시장에서 일어난 패닉과 같은 상황은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미국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충격이 실물경제에 전달됐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미국경제가 처하게 될 심각한 상황이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다른 금리도 동반 상승할 것이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주택시장에서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가 더블딥(double deep)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국채금리 상승으로 미국 정부는 더 많은 재정적자를 져야할 상황인데다가, 부채증액 협상안에 재정지출 감소를 명시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더라도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실물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금융시장은 직접적인 타격을 크게 입지는 않겠지만, 향후 미국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물경제의 위협이 세계경제에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세계경제에 미칠 가시적 영향은 2008년 9월 세계경제를 위협했던 금융시장 붕괴와는 다른 형태의 실물위기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살림살이를 위협할 국가위기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문제는 이 사건이 2007년 이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세계대공황이 새로운 차원의 모순을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2008년 9월의 불안과 공포와는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형태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형태의 위기는 유럽발 재정위기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같은 사건들에서 보이는 것처럼‘국가 위기’이다.

 

‘국가 위기’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차원의 문제라는데 그 핵심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살림살이도 장기간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전면화하는 국가위기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국가를 매개로 한‘대중의 수탈’이 더 강화되고, 위기의 손실을 국민 모두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가부채는 국민의 부채이며 국가재정지출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국가가 진 빚은 국민이 모두 짊어져야할 빚이며, 국민이 감당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세계대공황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금융지원과 재정지출로 국가부채가 엄청나게 늘고 재정적자가 계속 쌓이면서

 

국민들이 짊어진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부채위기와 재정위기가 전면화하면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국가부채 축소와 재정건전화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세계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회복에 따른 재정수입 확대가 힘들게 되면 국가위기를 타개하려는 정책은 결국 세부담을 늘리고 국가씀씀이를 줄여 달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위기는 증세나 공기업 및 공공자산 매각, 사회복지 지출축소와 의료보험 개혁, 연금개혁 등과 같은 내핍을 통한 해결방안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타개책들은 우리의 살림살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미래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예를 들어 세부담이 늘고 사회복지 혜택이 줄어들면서 우리의 살림살이는 더 퍽퍽해 질 것이 분명하며, 연금개혁으로 미래의 우리 삶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문제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의 정도를 상상하기는 힘들지만, 국가위기는 서서히 우리의 살림살이를 위협할 것이다.

 

세계경제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번 S&P의 국가신용등급에서 징후적으로 나타난 것처럼 국가위기가 전면화한다면 우리가 떠안아야 할 고통은 점차 커져갈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국가위기가 우리의 살림살이와 미래에 줄 영향을 가늠해보고 이 영향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며 미래의 변화를 추구할 것인지를 긴 시간의 지평 위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위기를 둘러싼 사회세력 간에 쟁투의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고통을 인내하지 않으려면 무관심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분노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의 말처럼“창조, 그것은 저항이며/저항, 그것은 창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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