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강 (1970∼)-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해설>
노벨문학상과 맨부커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은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가 이름이 워낙 유명하여 소설가인 줄로만 알고 계신 분들에게 한강 시집의 일독을 추천한다. …(줄임)…
아이를 키워본 모든 엄마와 아빠는 이 시를 읽는 순간 이해하고 말 것이다. 저 속에 바로 나와 아이의 시간이 담겨 있음을 말이다. 울지 않는 아이는 없다. 울어야 할 때 울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계속 울면 엄마 아빠는 통곡하고 싶다.‘왜 그래’‘뭐가 더 필요해’‘나도 힘들어’이런 생각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괴로운 한때, 시 속의 엄마는‘왜 그래’대신‘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엄마는 뭔가 깨닫게 된다.
사실, 이 시는 아이와 부모의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 시는‘왜 그래’와 ‘괜찮아’의 이야기다. 나아가 모든 우리의 영원한 울음에 관한 시다. 이유 없이 우는 아이, 이유 있어 우는 아이는 마흔의 내 안에도 있고, 서른의 당신 안에도 있다.
‘왜 그래’라는 말로는 그 울음을 결코 그치게 할 수 없다. 눈물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므로 우선 닦아줘야 한다.
‘괜찮아’라는 말이 마음의 손수건이 되어 줄 것이다. 이 손수건을 들어 우리의 울음을 닦아주는 법을 이 시는 알려주고 있다.
-문학평론가 나민애 교수(서울대)의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