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을 맞으며>
-최 유니스 밸리 거주-
길을 가는 나그네
언제나 처음 가는 길
돌이켜 지우고 싶은 시간들 있어도
결코 앞으로만 가야 한다
어린 시절 너무 고은 붉은 감 이파리
한바구니 가득 담아 간직했으나
며칠 후 누렇게 말라 바스러지고
책 사랑한다면서도
더 많은 시간들을
먼산 바라보며 공상에 잠기었다
건실하고 덤덤한 남편을 만나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이세상에서 최고의 아들들로 키우리라
온 맘으로 쏟은 열정의 시간들도
부족한 나로 인해 부족하였음을 알게 되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더니
든든하고 능력있는
남자들로 장성한 아들들에
늘 미안한 마음이다
짝 못찾을까 염려하던 중
아들이 데려온 참한 아가씨의
고운 미소에 울컥 눈물이 났다
나 여전히 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목적지가 멀지 않을 수도
딸이었고 아내, 엄마가 되었고
시어머니가 되었다
먼 하늘 바라보며 눈물 지으시던 나의 엄마
아픈 삶 기도로 이기신 나의 시어머니
내 지난 삶은 삶이었고
남은 여정은 고운 시간들로만 채울 수 있을까
여전히 길은 처음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