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4번 - 윤 종 화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회장-

by Valley_News posted Oct 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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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말러 음악을 처음 접한 기억은 방울 소리와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였습니다. 그저 교향곡 1번과 2번을 건성으로 몇 번 들어본 것이 전부였는데, 전혀 감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날  교회에서 5살 위인 새로운 교인을 만났는데, 이 분과의 만남은 “구스타브 말러를 좋아하십니까?”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말러리안 형님 성도님과는 매주 2-3번은 만나 음악 얘기꽃을 피웠고, 거의 2달에 한 번꼴로 Walt Disney concert hall을 중심으로 음악회를 다녀왔었습니다. 이 형님의 첫 번째 조언이, 준비 없이 들으면 말러 교향곡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 교향곡 4번부터 감상하라고 하셨습니다. 

   말러리안 형님은 15년 전, 1월 1일에 60세의 일기로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셨지만, 사실 밸리 클래식 음악 모임도, 둘이서의 다짐이 있었기에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 지금 천국에서 말러 교향곡 4번을 듣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1시간 45분 정도가 소요되는 교향곡 3번을 작곡한 말러는, 1시간 정도의, 자신이 남긴 교향곡 중에서 가장 간결하고 아름다운 교향곡 4번을 작곡했습니다.  고전적인 4악장으로 되어있어, 마치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말러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과 같은 교향곡 형식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는  말을 증명하듯, 마지막 악장에는 소프라노 독창이 등장합니다.

   처음 방울 소리와 플루트로 상큼하게 시작했다가 차츰 왜곡되는 제1악장, 유쾌함과 기괴함 사이를 오가는 제2악장, 순수하게 정화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제3악장, 천지

   천진난만한 흥겨움과 천상에서의 여유로움을 담은 제4악장에는 소프라노 독창으로 천상의 기쁨을 노래하며 천국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1901년 초연되었는데, 이전 교향곡이 너무 길고 무겁다는 혹평을 들었기에, 말러는 이번에는 짧고 밝아서 호평을 기대했었는데, 내심 이전 교향곡과 같은 무거운? 분위기를 기대하던 관중들은 실망했다며 악평을 쏟아내었다고 전해집니다.

   말러의 교향곡을 1번부터 4번까지는 말러 자신도 ‘하나의 완결된 4부작’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향곡 1번에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방황하는 젊은이의 모습, 교향곡 2번에선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와 죽음 후의 부활을 다룹니다. 부활한 후, 3번 교향곡에 이르러 자신의 존재를 둘러싼 우주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우주와 하나가 되어 교향곡 4번에선 마침내 천국에 다다르게 됩니다. 따라서‘천상의 삶’을 노래한 말러의 교향곡 4번은 말러 교향곡 초기 4부작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러는 그의 교향곡 4번에 천상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가 예전에 이미 작곡해 놓았던 가곡 ‘천상의 삶’(Das himmlische Leben)을 이 교향곡의 4악장에 사용했습니다. 원래 이 가곡의 가사는 독일의 민요 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따온 것으로, 천국에서의 삶의 모습이 마치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아주 순수하고 소박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말러는 그가 특히 좋아했던 이 시에 곡을 붙여 ‘천상의 삶’이라는 가곡을 만들었고, 이것을 그의 교향곡에서 아주 핵심적인 내용이 되었습니다. 

   특히 약 20분에 걸쳐서 연주되는 제3악장은, 교향곡 2번 “부활”의 4악장 ‘참빛’ 처럼, 말러 작품의 느린 악장 중에서 가장 서정적이며 아름다우면서도 아픔이 짙게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참빛을 따라 살아야 부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처럼 … ,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 기꺼이 져야 하는 십자가의 짐 같은 아픔, 고난이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 

   Lorin Maazel이 지휘한 Vienna Phil의 CD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1악장, 3악장의 현악기 군의 각 악기 소리가 한 악기같이 잘 모이고, 깨끗하게 연주됩니다. 또한 4악장에서 소프라노 Kathleen Battle의 청아한 목소리가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문의 chesong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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