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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Beethoven - Symphony No. 5 C-minor)

 
윤 종 화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회장
베토벤.jpg

 

  모든 클래식 음악을 통틀어 굳이 한 곡으로 대표하라면, 저는 망설임 없이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겠습니다.

   우리에게는“운명”교향곡으로 더 잘 알려진 교향곡 5번은“운명”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곡을 조용히 듣노라면, 높고 두꺼운 운명의 벽을 하나하나 넘으면서 가시밭길을 헤쳐 돌진하는 악성 베토벤의 위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육체의 고통과 정신적 절망 속에서 굴하지 않고 예술 속에 자신의 온 힘을 다해 위대한 음악을 후세에 남긴 거장 베토벤의 인간 승리에, 존경과 함께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 곡은 1804년에 발표한“영웅”교향곡 이후 약 4년간 온 힘을 기울여 베토벤 자신의 인생관을 투영한 걸작 중의 걸작으로, 그가 38세 되던 해인 1808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운명”교향곡은 베토벤 자신의 삶을 담은 분신과도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서구에서는 주로 교향곡 5번 다단조로 불리는 이 작품은, 귀에 이상이 생기고 불멸의 연인으로 알려진 테레제와의 이별, 나폴레옹의 침공 등 불행이 겹치던 시기에 작곡되었습니다. 
  “영웅”이나“전원”이라는 이름을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과 달리 교향곡 5번은 후세 사람들에 의해 붙여졌습니다. 베토벤의 제자 겸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가, 첫머리의“빰빰빰 빠-”하고 시작하는 유명한 동기에 대해 베토벤 자신이“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고 전함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운명”교향곡으로 불리기 시작한 듯 보입니다. 
   귀의 통증으로 자살을 결심하여 유서를 제자에게 남길 정도로 처참했던 베토벤은 자살로서 자신의 삶과 음악을 마감하는 대신, 유서를 쓰는 동안 나락 깊숙이 빠져 있던 비참한 감정에서 벗어나서 죽음으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하나님께서 부여한 사명을 쫓아 인류를 위해 창작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했을 것입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곡을 거침없이 써 내려간 후 거의 수정을 하지 않았던 모차르트와는 달리, 베토벤은 한 곡을 완성할 때까지 수도 없이 고쳤습니다. 그래서 그의 악보는 다른 이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항상 너덜너덜했고,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운명”교향곡 4개의 악장은 작곡가 자신의 삶을 압축해 놓은 듯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운명을 그린 1악장에 이어 경건한 기도로 마음을 달래는 2악장, 인생에 대한 풍자를 그린 듯한 3악장을 지나 4악장에서는 운명을 극복한 승자의 환희를 그리고 있습니다. 한편 교향곡 5번은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큰 의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고전파의 맥을 이어 엄격하고 절제된 짜임새를 가지는 동시에 작곡가 개인이 지닌 내면의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해 낭만파 음악의 문을 연 위대한 혁명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작곡가 베를리오즈 (유명한“환상 교향곡”을 작곡한 프랑스 작곡가)의‘회상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베를리오즈의 스승이면서 프랑스의 저명한 음악교수인 르쥐외르(Lesueur)는 학생들 사이에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던 베토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베를리오즈의 성화에 못 이겨 “운명” 교향곡이 연주되는 음악회에 가게 되었는데, 연주가 끝난 뒤 베를리오즈는 스승에게 그의 의견을 물었습니다.“어땠습니까, 선생님?”“우선 바람을 좀 쏘여야겠어, 굉장하군. 모자를 쓰려고 했는데 내 머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네. 지금은 아무 말도 할 게 없네. 다음에 얘기하세.”
   다음 날 베를리오즈가 그를 방문했을 때, 그는 그때의 감동을 얘기하면서 고개를 흔들며 말했고 합니다. “이런 음악은 더 작곡되어서는 안 될거야.”베를리오즈가 대답하기를,“물론입니다, 선생님. 다른 사람이 이런 음악을 작곡할 염려는 조금도 없습니다.” 
   베토벤 음악 하면 왠지 남성적인 열정과 강인함만 있고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섬세한 아름다움은 조금 결여된 것 같다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남성적인 강인함과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잘 조화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운명”교향곡의 첫마디를 들어보면,“빰빰빰 빠-”로 시작하는 남성적인 멜로디 바로 다음에 아주 여성적이고 연약하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첫 멜로디의 강인한 느낌을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남성적인 열정, 불굴의 투지와 가시밭길을 헤쳐가며 겪어야 하는 좌절과 슬픔을, 여성적인 부드러움으로 아픈 상처를 보듬는 듯 아름답게 조화시킨, 악성 베토벤만이 작곡할 수 있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저는 마음의 옷깃을 여미고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들어야겠습니다.<*>                            문의 : chesong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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