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제2번 E단조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윤 종 화 회장-

by Valley_News posted Dec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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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이라면, 으례히 피아노와 관련이 있는, 피아노 협주곡 2, 3번 그리고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43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해 드릴 교향곡 2번은, 1악장에 들어서면서, 겨울에 들어야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해가 뜨지 않아 어둡고 추운 겨울을 나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만나 따스함과 포근함을 가득히 품고 있는 걸작품입니다.

   라흐마니노프(1873-1943)는 러시아 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그리고 지휘자였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당대 러시아의 제일가는 피아니스트로 칭송을 받았고, 열아홉 살 때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함으로써 작곡가로서도 인정받았습니다.

   라흐마니노프는 1897년 첫 교향곡 1번을 작곡했으나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 후유증으로 신경 쇠약에 걸려 작품을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친구의 권고에 따라 정신과 주치의의 이른바 '암시 요법'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정신 치료를 맡은 니콜라이 다알(Nikolai Dahl) 박사는 자기의 진료소에서 매일 라흐마니노프에게 "당신은 이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 그것은 대단히 훌륭한 것이 될 것이다."라는 암시를 반복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덕분에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완성할 수 있었고,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그는 이 작품을, 다알 박사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헌정했다고 합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삶은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귀족 가문의 여섯 형제 중 넷째였지만,  아버지의 낭비벽으로 집안은 몰락의 길을 걸었고,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귀족의 신분으로 살아갈 수 없었던 라흐마니노프는 독일을 거쳐 미국에 정착합니다. 그 사이 교향곡 1번이 실패하면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던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의 대성공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후, 내놓은 작품이 교향곡 2번입니다.  첫 번째 교향곡을 선보인 지 거의 10년 만이었으며,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자신에게 작곡을 가르친 타네예프(Sergei Taneyev)에게 헌정했습니다.  

   교향곡 2번의 1악장은 현악기들의 느리고 우울하게 시작합니다. 이어서 목관과 호른, 바이올린이 등장하는데, 전 악장에 걸쳐 등장합니다. 이어서 템포가 전환되면서 바이올린이 첫 주제를 제시하고 그것이 점차 확장됐다가 애잔한 클라리넷 독주, 이어서 목관과 현악기가 어울려 서정적인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합니다. 2악장에서는 관현악의 색채가 매우 화려할 뿐 아니라 생기가 넘치는 악장입니다. 3악장은 가장 사랑받는 악장인데, 바이올린이 리드하는 현악기 선율로 시작해서 이어지는 클라리넷이 길게 그리고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꿈꾸듯 연주합니다. 마지막 4악장은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데, 간간히 전 악장의 주제곡이 다시 등장하며 마무리가 됩니다. 활기차게 행진곡풍으로 전개되며, 중간에 잠시 템포가 느려졌다가 다시 본래의 활기찬 분위기로 돌아와 끝을 맺습니다. 

   라흐마니노프와 뗄 수 없는 팝 가수가 있는데, 1970대에 인기를 누린 에릭 카먼 Eric Carmen입니다.  그의 대표곡 “All by myself”는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의 선율로 만들었는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도 삽입되었습니다. 이 곡은 설린 디온 Celine Dion이, 월드 투어에서 열정 다해 노래 부르는 감동의 무대를, Youtube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설린 디온은, 몸의 근육이 굳어지는 불치의 병으로 고생하고 있어, 그녀를 아끼는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향곡 2번 3악장의 선율로 만든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이 있습니다. 이 교향곡 2번은, 리건 톰슨이 브로드웨이에서 연극 무대를 연출하며 재기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버드맨 Birdman”에도 삽입되었습니다. 

   한 번만 들어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3악장 ‘아다지오’는, 우수와 낭만이 포근하게 잘 어우러져 있어서, 추운 겨울날 따뜻한 난로가 곁에서 언 몸이 녹아내리듯, 뭉쳐있는 저의 마음을 따뜻이, 포근히 녹이는 마력이 있는듯합니다.<*>  

 

라흐마니노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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