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Hawkins -<밸리산악회> 김 찬 호 -

by Valley_News posted Oc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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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15세 때 난독증 판정을 받고 학업을 포기하게 된 그는 엘리트 군인을 양성하는 영국 공수 특전단에 지원, 5번의 불합격 끝에 입대에 성공하나 언어장애로 인해 진급할 수 없다는 현실에 낙담, 12년의 군 생활을 정리하고 1997년 제대를 선택한다. 그사이 이혼의 시련까지 겪으며 벼랑 끝에 몰린 그는 극한 상황 속에 자신을 밀어 넣고 극복해 보리라는 결연한 결심 끝에 세상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로 발을 내디딘다. 교통수단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손수레와 두발만으로 세계를 한 바퀴 돈다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목표를 세운 후, 5살 아들도 부모님께 맡기고 1998년 1월 그의 나이 29세에 시발점인 남미 끝 푼타아레나스로 날아간다. 그가 계획한 경로는 푼타아레나스를 시작으로 중남미의 열대우림, 멕시코, 미국, 캐나다를 지나 알래스카와 러시아 사이의 베링해협을 건너 러시아, 몽골, 중동, 유럽 대륙을 통과해 영국에 도착하는 총거리 58,000km 로 지구 한 바퀴 둘레(4만 6,250km)를 넘는 거리가 된다. 

   영국인 칼 부쉬비. 그의 현재 나이 53세. 인생의 절반을 걸으면서 보낸 그의 여정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파나마의 열대 정글을 지날 때는 콜롬비아 반군을 피해 강물 속으로 피신해야 했고 손수레를 허리에 묶고 폭설을 견디며 미국 로키산맥을 넘는다. 8년에 걸친 남, 북미 종단 끝에 여정의 백미, 베링해협을 마주한 부쉬비. 걸어갈 수 없는 바다를 프랑스의 탐험가 키에프의 도움으로 14일 만에 극적으로 건너게 된다. 육로 93km, 빙하지대 240km를 이동한 행군이었다. 

   현재까지 베링해협을 도보로 건너간 사람은 칼 부쉬비가 인류 최초이며 유일하다. 이후 그의 여정이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소개되면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음식과 숙소를 제공받기도 하고 평생 후원자인 아버지의 지원과 기업 후원, 방송 촬영으로 여행 자금을 모았지만 때로는 농장 일꾼, 청소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먹을 것과 잠잘 곳을 구했다. 그렇게 건너간 러시아에서는 영국 특전사 출신인 그의 이력이 발목을 잡아, 스파이 혐의로 추방되고 단기 비자 발급, 재발급, 해외로 나가 재승인을 받아 걸음을 멈춘 지점에서 재출발하는 여정을 11년째 반복한 후 몽골을 거쳐 이란 여행 제한, 코로나 사태, 그리고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등의 복잡한 정치적 문제들로 2022년 현재 중앙아시아에서 발이 묶여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난한 여정과 고행을 견디는 그의 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약 없는 그의 미완성이, 성취와 좌절의 반복인 우리네 인생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숙연해진다. 그의 안녕을 기도한다.

 

   Mt. Hawkins는 엔젤리스 국유림, 산가브리엘 산맥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1900년대 초 이곳에 등산과 여행을 즐기던 엔젤리노들을 위한 작은 호텔이 있었는데 여기서 근무하던 아름다운 아가씨의 이름이 호킨스 양이었다. 꽤 인기가 있었던지 그녀의 이름을 딴 산봉우리가 4개나 되는데 그 주봉이 Mt. Hawkins이다. 

   이곳을 가는 두 곳의 트레일이 있는데 라카냐다에서 2Hwy 북쪽 Islip Saddle에서 PCT 일부를 거쳐 가는 트레일과 오늘 오르는 39 Hwy 끝 지점인 크리스탈레익 캠프장에서 출발하는 트레일, 모두 PCT의 여러 트레일이 가진 장점들을 고루 갖춘 멋진 곳이다. 캠핑 주차장에서 Windy Gap Trail로 들어서면 청량한 공기와 발에 전해지는 경쾌한 자극에 절로 긴 호흡을 내뿜는다. 0.4마일 후 소방도로를 만나고 가로질러 길을 건넌다. 30여 분 후 마주친 윈디갭 1.4마일 표지판에서 왼쪽 길로 향한다.

   서서히 가팔라지며 바위가 많은 경사로 스위치백을 숨차게 오르면 이름 그대로 항상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순식간에 땀을 식혀주는 윈디갭에 선다. 여기 있는 몇 개의 트레일 중 PCT, Hawkins Ridge Trail 1.4 마일이라 쓰여 있는 표지판 왼쪽 길로 향한다. 이 트레일이 장거리 PCT 하이커들의 재보급로 또는 중간 출구로이다. 거친 호흡 끝에 정상에 서면 산과 들, 하늘과  땅이 서로에게 스며듦을 느낄 때가 있다. 우리도 사실 그렇게 존재하는 게 아닐까. 산행은 그것을 일깨우는 교실이다.

 

높이; 8,890ft.  왕복; 10마일. 등반고도; 2,700 ft. 난이도;3 (최고5)  등급; 4 (최고 5)

가는 길; 118(E)- 210(E)- Azusa Ave에서 내려 산길 북쪽 39Hwy 직진- East fork 다리 지나고 39Hwy 계속 가면 Camp Ground 끝 파킹장.<*>

 
산행 1.jpg

 

산행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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