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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독서의 계절… 요즘도 그런 말이 통하는지 모르겠네요. 바야흐로 <독서>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서글픈 소식이 들려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하루라도 책을 안   읽으면 입 안에 혓바늘이 돋는다.”
  이런 말들도 박물관 진열장에 처박힌지 오래다지요? 사람들이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전화기만 노려보며 신령님처럼 믿고 있는 세상이니 그런 한탄이 나올 만도 하지요.
  세상이 참 짜증스럽게 돌아갑니다. 날이 갈수록 더 심해져가는 것 같아요.
  이런 때는 만사 잊고 시원한 나무그늘에 앉아 좋은 책이라도 읽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팔자 늘어진 소리 작작하라구요? 아닙니다. 아무리 삶이 바쁘고 팍팍해도 가끔은 그런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 삶에도 여백이 필요하거든요.

  독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한 소년이 방바닥을 뒹굴뒹굴 거리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조용히 타이릅니다.
  “얘야, 책을 그렇게 누워서 읽으면 못쓴다. 그 책을 쓰신 분이 얼마나 힘들여 썼을 지를 생각해 보려무나”
  그 뒤로 소년은 책을 읽을 때는 단정하게 앉아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손하게 읽었다.
  오래 전 아폴로 박사로 유명했던 조경철 박사의 이야기입니다. 

  종이책 위기론이 나오는데도, 책이 무척 많이 나옵니다. 넘쳐날 지경이지요. 대한출판문화협회라는 기관의 출판 통계를 보면, 한국에서는 연간 약 6만종의 책이 발행된다고 합니다. 매일 164종의 신간서적이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숫자에는 참고서, 만화 같은 것도 포함된 것임.) 참 굉장합니다.
   그런데, 요즘의 디지털 사람들은 긴 글, 골치 아픈 글은 안 읽는다지요? 종이책은 아예 가까이 하지 않고… 이건 참 큰일입니다. 제가 글쟁이라서 하는 말이 결코 아니예요.

   종이책 안 읽으면, 뇌 안의
   깊이 읽기 회로가 사라진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종이책 안 읽으면, 뇌 안의 ‘깊이 읽기 회로’가 사라지고, 디지털로 읽는 ‘겉핥기식 독서’는 비판적 사고와 공감력을 떨어뜨리며, 특히 지적(知的) 성숙이 진행중인 청소년들은 가짜 뉴스 희생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지신경학자이자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인 매리언 울프의 저서 <다시, 책으로>에서 몇 가지를 인용해봅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일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평균 약 34기가바이트, 10만개의 영어 단어에 가까운 양이다. 
  그러나 이처럼 무차별적인 정보를 가볍게 읽는 것은 단지 오락일 뿐, 깊은 사고를 증진할 수 없다.”

  “디지털 읽기를 계속하면 종이책을 읽을 때 구축된 뇌의 ‘깊이 읽기 회로’가 사라지고, 따라서 깊이 읽기의 결과물인 비판적 사고와 반성, 공감과 이해 등을 인류가 잃어버릴 수 있다. 뇌의 가소성(可塑性) 때문에 한번 디지털 읽기에 최적화된 뇌 회로는 좀처럼 예전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체내 플랫폼에 고유한 배경 지식을 저장한 독자 집단으로부터 서로 유사한 외부 지식 서버에 의존하는 독자 집단으로 변해가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가짜 뉴스나 불확실한 정보의 희생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디지털 읽기는 종이책 읽기와 읽는 방식부터 다르다고 합니다. 디지털 읽기의 표준은 ‘훑어보기’지요. 스크린으로 읽을 때 우리는 지그재그나 F자형으로 텍스트를 재빨리 훑어 맥락부터 파악한 후 결론으로 직행합니다.
  소설 한 편을 곱씹어 읽을 때 뇌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감각을 그대로 체험합니다. 인간이 독서를 통해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원리 덕분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섯 단어만으로 된 헤밍웨이 아주 짧은 단편소설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팝니다: 아기 신발, 사용한 적 없음)을 읽는 순간 가슴이 저려 오는 독자라면 ‘깊이 읽기’가 체화된 것이라는 겁니다. 그간의 독서로 축적된 배경 지식이 왜 이 글 속의 아기 신발이 사용된 적이 없는지를 단번에 추론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날 때부터 디지털 읽기에만 노출된 젊은 세대의 경우 이 문장에서 아무런 심상도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울프는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에게도 ‘종이책 읽기’라는 <고향집>을 지어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종이와 디지털 모두 균형 있게 읽을 수 있는 양손잡이 읽기 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두 살 이전의 아이에게는 디지털 기기와의 접촉을 제한하고, 2~5세 아이가 하루 두 시간 넘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라고도 권합니다.  엄마들이 기억해야 할 조언입니다. 한번 디지털 읽기에 최적화된 뇌 회로는 좀처럼 예전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다음은 다시 종이책

  한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유튜브 다음은 다시 종이책일 것이다, 아날로그에 굶주려 있는 사람들은 만질 수 있는 것을 그리워하고 있다, 증강현실(AR)의 시대가 온다고 해도 영혼까지 들어갈 수 있는 매체는 영원히 새로울 종이책과 문학뿐일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결국 앞으로 새롭게 출현해올 것은 잠시 사라지고 있다고 믿었던 종이책과 문학이라고 생각해요. 문학이 다루는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 사랑, 슬픔 등은 영원히 새로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종이책에는 전자책으로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독서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책을 많이 읽고 나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책을 바빠서 못 읽는 시기엔 사람이 희미해진달까,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느껴요. 책에 대한 허기가 져서 며칠 동안 정신없이 책을 몰아서 읽으면, 어느 순간 충전됐다, 강해졌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책을 읽지 않을 땐 자신이 부스러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읽고 나면 부스러졌던 부분이 다시 모아지는 느낌이 있어요.”
  자신감이 충전된 느낌! 이건 대단히 소중한 것이죠. 부디 이 가을 좋은 책을 통해 지친 영혼을 충전하시기 바랍니다.<*>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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