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시절

by Valley_News posted Apr 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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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 때문에 세상이 온통 뒤숭숭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잦아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소식이 없네요. 

  전 세계로 번져나가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빠른 시일 안에 잡힐 것 같지는 않아 보여 불안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도 안심해도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저 조심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야 물론 언젠가는 전염병도 잠잠해지겠지요. 하지만, 병이 잡힌 후에도 사회 여러 방면에서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무척 심각할 것으로 보여 걱정입니다. 물리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극복하는 일이 간단치 않겠지요. 근본적인 방역 대책도 마련해야 할 테고, 주저앉아버린 경제도 일으켜 세워야 하고, 나라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외교적 갈등도 풀어야 하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거칠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희망을 가꾸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안정감과 위로, 긍정적 인간관계와 유대감… 등일 겁니다. 병의 전염을 피하기 위해‘자가격리’니‘사회적 거리두기’니하는 말들이 강조되며, 사람과 사람 사이가 격리되고 고립되는 현상이 심각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며 피해야 하는 상황이 심화되는 겁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포감도 커지겠지요. 

  전문가들은 코로나에 감염되지는 않았더라도 공포감으로 정신이 병드는 현상을 매우 염려하는 모양입니다. 

  그나마, 우리 주위의 산과 들을 뒤덮은 초록색이 정말 싱그럽고 아름답습니다. 산불로 참담한 폐허가 되었던 자리에 돋아난 풀빛이라서 그런지 한결 더 고와보입니다. 그 빛나는 생명의 색에서 희망을 봅니다.

  부활절, 온 누리에 기쁨이 가득하기를…        

 

   위로를 주는 광화문글판의 글귀들

  우리 모두에게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시절입니다. 문득 서울 광화문에 있는 글판이 떠오르는군요.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심금을 울리는 문구, 위로의 손길 같은 글귀, 희망의 메시지로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명물이지요.  

  그 광화문글판이 올해로 꼭 30년을 맞았답니다. 

지난 1991년 정월부터 시작되어 올해 봄까지 선보인 글귀가 총 100편에 이른다는군요.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내걸리는 가로 20m, 세로 8m의 대형 글판으로, 글판에는 30자 안팎의 짧은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한 해 4차례씩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걸리는 글들은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잠시나마 안식을 제공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도심 속의 옹달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짧은 글귀들은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운 요즘 세태에서 사람이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고 진지한 만남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겨줍니다.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의 한복판을 무지개로 물들이는 시(詩)구절, 바쁜 현대인이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문구…

  광화문글판의 글귀는 고은, 정현종, 나태주, 도종환, 김용택 등 한국 서정시에서 따온 경우가 많지만, 공자, 헤르만 헤세, 파블로 네루다 같은 현인들의 말씀도 있고,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사가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광화문글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가 된 셈입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도심 큰 건물에 구호나 속담이 아닌 문학성 풍부한 구절을 지속해서 노출한 경우는 외국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문정희 시인은“한국의 언어는 흙탕물처럼 파괴되고 폭력적인 무기의 언어가 됐다. 상징적인 장소인 광화문에 이같이 보석 같은 글들이 걸림으로써 언어가 다시 절제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지난 30년간 광화문글판을 장식한 글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위로를 받아봅니다. 우리 마을에도 그런 위로의 손길이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없으니…간접적으로라도…

 

   ★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천양희 시인 <너에게 쓴다>에서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 <풀꽃>

   ★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장석주 시인 <대추 한 알>에서

   ★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 시인 <풍경 달다>에서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도종환 시인 <흔들리며 피는 꽃>

   ★ 있잖아,/ 힘들다고 한숨 짓지마./ 햇살과 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일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약해지지 마>

   ★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김규동 시인 <해는 기울고>에서

   ★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누군가의 가슴 울렁여 보았으면

  -함민복 시인 <마흔 번째 봄>

   ★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고은 시인 <길> 

   ★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메리 올리버 <휘파람 부는 사람>

   ★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윤동주 시인 <호주머니>에서 

   ★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어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시인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

   ★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은 함께 맞는다는 것

  -힙합 가수 키비 <자취일기>에서

   ★ 겨울 들판을 거닐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허형만 시인 <겨울 들판을 거닐며>에서 

   ★ 숲은 아름답고 깊지만/ 내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있네

  -로버트 프로스트 <눈 내리는 겨울 숲가에 멈춰서서>

   ★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숲이 된다/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

  -고은 시인 창작

   ★ 푸른 바다에는 고래가 있어야지/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정호승 시인 <고래를 위하여>에서

   ★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시인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고은 시인 <낯선 곳>에서

   ★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문정희 시인 <겨울 사랑>

   ★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눈보라에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정호승 시인 <겨울강에서>

   ★ 사랑이여 건배하자/ 추락하는 모든 것들과/ 꽃 피는 모든 것들을 위해 건배!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 봄이 속삭인다/ 꽃 피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삶을 두려워하지 말라

  -독일 소설가 헤르만 헤세

   ★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건너서 마을로/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윤동주 시인 <새로운 길>에서 

   ★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정현종 시인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가장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김승희 시인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에서

   ★ 먼동 트는 새벽빛/ 고운 물살로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용택 <섬진강 1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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