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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곧 반가운 봄입니다. 꽃피고 새 우는 봄....

  유달리 춥고 어두운 겨울을 견디느라 잔뜩 답답했던 터라 한층 더 봄기운이 상쾌하게 설렙니다. 지겨운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반가운 사람들과 봄나들이를 즐길 계획도 세워봅니다.

  아직은 전염병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변종이 생기며 기승을 부리지만, 백신 접종이 진행중이니 조금만 더 견디면 밝고 건강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전문가들 이야기로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완전히 박멸되지 않고 약한 상태로 남아 계속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합니다. 독감처럼 되는 거죠. 

 

   전염병 이후의 새 세상

 

  이제 문제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되찾는 일인데, 코로나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단언합니다. <뉴노멀 시대>라는 아주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지요. 

  이른바 초불확실성 시대(Age of Hyper-Uncertanity)가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는 겁니다.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두려운 미래가 주는 불안감이 매우 큽니다. 사상 처음 당하는 일이니 당황할 수밖에 없지요.  

  코로나를 견디며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꼬박 일년의 세월 동안 자유를 제한당하며 살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포기해야 했고, 물론 경제적인 타격도 엄청났고, 학생들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문화 예술계는 꽁꽁 얼어붙은 채 꼼짝도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너무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과 인식과 삶과 관계를 모두 바꿨다. 그동안 인류가 구축해온 유형무형의 자산과 가치와 체계와 질서를 코로나19는 하루아침에 허물어뜨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 삶의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거리두기와 비대면일 겁니다. 간단히 말해서 되도록 사람을 가까이하지 말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 사이를 메운 것이 재택근무, 온라인 공연, 화상 회의, 비대면 전시회, 온라인 쇼핑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따지고 보면, 그동안 조금씩 서서히 진행되던 변화였는데, 전염병으로 인해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이루어진 부분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비대면 소통은 아득한 옛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글자가 발명되고 인쇄술이 발명되고, 19세기에 접어들어 전신과 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비대면 소통은 비약적으로 팽창했지요. 이어서 20세기 들어 라디오와 텔레비전,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비대면 공간은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처럼 비대면의 영역은 꾸준하게 팽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그 흐름이 가속화하고 전면화하면서, 인간관계를 비롯한 우리 일상의 문법을 바꾸고 있는 겁니다. 그 변화가 마치 해일처럼 일시에 밀어닥친 것이라서 적응이 쉽지 않은 것이지요.

  하지만, 처음에는 무척 답답하던 것이, 그렇게 살다보니 이런 생활방식도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대면하지 않으니 신경 쓸 일이 줄어들고, 마지못해 의무감으로 참여하는 모임이나 관성적으로 맺어온 친분의 만남은 안 해도 되고, 재택근무도 그런대로 능률이 나는데다 출퇴근하는 고통도 없어서 좋고, 예술 감상도 미술관이나 공연장에 찾아가는 번거로움 없이 집에 앉아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도 급한 건 배달시키면 되니 편하고… 이런 식입니다. 그러나 보니,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겁니다.

  이렇게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지는 동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었습니다. 가령 만나면 반갑게 악수하고, 포옹하는 등의 자잘한 생활습관부터 근본적인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삶의 문법이 달라지는 겁니다. 

  특히 만남을 중요시하고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 성장한 세대들은 대면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고립과 단절로 인한 우울감을 느끼게 마련이죠.  

  “대면의 반대말은 비대면이 아닌 외면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참 무서운 말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관계가 달라지면, 인생관도 바뀌게 되고, 세상의 질서도 변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변화에 적응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이제부터 우리들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새로운 인간관계에 적응하는 일…

  대면과 비대면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고, 대면과 비대면은 순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전통적으로 익숙한 대면의 세계와 새로운 비대면 세계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마음이 담긴 눈길로 타인과 연결된 단단한 인간관계가 곧 행복의 핵심 요소라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새날이 밝았다” 

   It’s a new day in America.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을 보면서 누구나 착잡한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참석한 3000여명의 하객을 2만5000명의 주 방위군 병력이 삼엄하게 둘러싼 가운데 진행된 옹색하고 불안한 취임식… 2만5000명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미군의 5배에 달하고, 주한미군보다도 많은 규모라는군요. 대통령 취임식이 무슨 군사작전도 아닐 텐데…

  이것이 세계 제일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미국의 민낯인가? 이런 나라를 믿고 살아도 되는 것인지? 앞날에 희망을 걸어도 되는 것인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unity)을 강조하며, 분열과 증오를 뒤로 하고 통합과 치유의 시대를 열자고 외쳤습니다. 국가를 위한 긍정적, 낙관적 비전을 제시할 것이며, 사람을 모으고, 국가를 단합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모두 민주주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느끼고 있다. 마침내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미국을 다시 하나로 모으고 통합해야 한다. 백인 우월주의와 국내 테러리즘 부상에 맞서야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과 동맹의 복원을 강조하며“미국이 돌아왔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만만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통합 외에도 경제 살리기, 철저한 방역 대책, 국제적으로 추락한 미국의 위상 살리기 등등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대공황에 빠져있던 1933년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는 대통령일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미국이 처한 안팎의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결심하고 취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믿고 희망을 걸어봐야지요. 다른 도리가 없으니까요.

  참으로 역설적입니다만, 트럼프가 주장했던 마가(MAGA)복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마가(MAGA)복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그동안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일들, 그러니까, 트럼프의 선거결과 불복, 극성 지지자들의 폭력적 의사당 난입 소동, 하원의 탄핵안 통과, 그리고 대통령 취임식 불참과 셀프 환송식,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퇴장하는 불명예 등으로 이어진 과정들은 널리 알려진 일이니, 여기서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겠지요. 

  독립선언 이후 245년간 미국 민주주의를 수호해온 의사당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모습은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됐습니다. 대의 민주주의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수치스러운 광경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죠.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겁니다.

  이런 상황의 밑바닥에 깔린 몇 가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첫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장했지만, 이른바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은 간단하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 뿌리는 더 깊어질 것이라지요.  극렬 트럼프 지지자들은 아직도 미국이 백인의 나라이며, 이번 선거에서 백인 다수가 지지한 트럼프가 정통 대통령 당선자라고 믿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트럼프가 없어도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민주당과 공화당과 트럼프 지지 세력의 3개로 쪼개졌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물론 이전부터 있었던 미국의 치부가 트럼프로 인해 표면으로 드러난 것입니다만…  

  따라서, 트럼프가 떠난 이후에도 인종주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릴 것이고,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여전하며, 바로 이것이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미국 사회의 가장 큰 도전이라는 겁니다. 미국 사회가 회생하는 유일한 길은 트럼프의 인종주의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것이죠.

  이는 우리의 이민자들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일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트럼프 극성 지지자들은 백인우월주의를 신봉하는 극단적 인종주의 세력입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은 거의 대부분 가난한 저학력 백인남성으로, 사회 불만 많은 성차별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 합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유색인종을 보는 시각이란 뻔하지요. 아주 편파적이고 위험합니다. 의사당 난입 사태에서 보았듯 폭력적이기도 하구요. 그러니 우리 이민자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밖에요. 지금까지보다 더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 판에!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한인사회에도 트럼프 지지자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고 합니다. 최근 한인사회 일각에서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등으로 나뉘는 분열과 양극화의 바람이 나타나고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아직은 그 강도가 미약하다지만… 

  의사당 난입 시위 현장 생중계 화면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든 시위자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지요.

  둘째는 정치지도자를 잘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일입니다. 이건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어떻게 하든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된 사람을 바르게 뽑아야한다는 것이 이번 사태가 주는 가장 큰 교훈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투표하는 유권자의 의무이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미국이 건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 글자 그대로 미국(美國)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인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이 나라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나라에서 행복해야 합니다. 교육도 중요하고, 돈을 많이 남겨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더욱 소중합니다.  

  그런데 막상 따지고 보면, 우리 같은 일개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참 답답하지요.

  하지만, 바르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미국에 대해서 좀 더 깊고 넓게 알아야겠습니다, 가짜 뉴스나 음모론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판단을 하려면 공부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이 나라를‘내 나라’라고 생각하는 주체의식이 필요합니다. 이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렇게 노력해야 합니다. 대단한 애국자는 못 되더라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시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나 하나의 힘은 미약하지만, 뜻을 모아 뭉치고 단결하면 큰 힘이 된다는 걸 믿어야 합니다.

  너무 뻔하고 막연하고 나약한 이야기인가요? 아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원칙을 잘 지켜야 나라가 건강해지고, 나라와 사회가 튼튼해야 우리의 삶도 평화롭고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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