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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말>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과 행복이 늘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2022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랍니다. 시커먼 호랑이도 좋고, 백호라도 상관  없으니 제발 빨리 와서 코로나 바이러스 좀 깔끔하게 물리쳐주면 고맙겠네요. 델타도 때려잡고, 오미크론도 박살내주기를… 그래서, 일상으로 돌아가, 마스크 좀 벗고 사람 마음대로 만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호랑이도 무서워하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호랑이가 마스크 쓰고 나타나서, 거리두기를 하는 건 아닐지? 설마 그런 일이야 없겠지요.

 

  새해 아침 밝고 명랑한 희망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 오미크론이라는 변이가 나타나 기승을 부리니 참 걱정입니다. 그래도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지 어쩌겠습니까? 별 수 없지요.

  2022년 새해에는 중요한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LA 폭동 30주년을 맞는 해이고, 우리의 조국 한국에서는 오는 3월9일 선거가 치러지고 새 대통령이 탄생합니다. 두 가지 모두 큰 의미를 갖는 일입니다.

 

   한국의 새 대통령

  정치 이야기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국 정치판 이야기는 더욱 그렇지요. 하긴 투표권도 없는 주제에 왈가왈부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하지만 조국의 장래가 걸려있는 일이고, 해외에 사는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고, 또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안이니 남의 일처럼 모른 척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열심히 지켜보게 되는데, 볼수록 갑갑해집니다. 아예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아요.

  제 개인적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지금 진흙탕에서 힘겨루기 하고 있는 두 사람 중 어느 분이 뽑혀도 나라의 앞날이 평안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 큽니다. 

  “청와대행 아니면 감옥행”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사생결단의 위태로운 아수라판이라지요?       

  아무려나, 어느 분이 대통령이 되시건 나라 떠나 사는 해외동포들의 존재를 제대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기 바랄 뿐입니다. 해외동포가 750만 명에 육박하는 시대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열심히 살고 있는 해외동포들은 소중한 자산이요, 세계 진출의 선봉장임을 잊지 마시라는 말씀이지요.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영화나 K-팝, K-푸드 같은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가 타향살이에 지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지…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우리의 조국이 그런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그런 나라로 이끌어갈 훌륭한 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면, 변방은 버려진 곳이 아니라, 변화와 가능성의 창조적 공간이라는 사실, 인류 역사상 새로운 세상은 언제나 변방에서부터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기억해주면 참 고맙겠습니다. 꿈이 너무 야무진가요?

 

   사이구 30주년을 맞으며  

  1992년 4월29일, 폭동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사이구>는 미주 한인 이민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할 사건입니다. 어느새 30년이 흘렀네요. 4월29일 무렵에는 <사이구>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30주년을 맞는 우리 한인사회는 과연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걸까요?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핵심은 LA폭동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과연 30년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달라지기는 했는가, 한인들의 의식구조는 어떻게 변했는가 등등의 질문일 것입니다. 확인하고 점검해야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왜냐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우리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언제 건 다시 터질 수 있는 지뢰가 사방에 깔려 있기 때문이지요. 가령, 팬데믹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안 증오범죄가 좋은 예입니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 우리가 화풀이의 대상이 되거나 희생양이 되는 일이 되풀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각성이 필요합니다. 그저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냉철하게 반성하게 되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한인사회의 규모와 힘은 커지고 돈도 많이 벌고… 했지만 사고방식이나 정신 상태는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달라지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며 객관화시켜야 하고,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객관적 시각을 가질 수 있겠지요. 미국 공립학교에서 정식으로 도입한 <인종학> 같은 것을 우리 어른들이 먼저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특히 미국에서 흑인들이 겪어온 가슴 아픈 역사 같은 것…

 

  그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 의식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입니다. 그동안 <사이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우리는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다”라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사실이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피해자 하소연을 되풀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런 비극이 일어난 근본적인 사회 구조의 모순에 눈을 돌리고, 극복의 지혜를 함께 찾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폭동의 피해와 아픔을 되짚어보는 일만큼, 폭동 바로 직후에 감동적으로 펼쳐졌던 10만명 평화대행진의 의미를 되살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화합과 단결, 평화공존이 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말이죠. 

 

  폭동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인종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슬기로운 미국 생활을 위해서는 백인, 아시안, 히스패닉, 원주민 등 다양한 인종에 대해서 알아야겠지만, 특히 흑인의 역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소설가 김영문의 유고집 <흑과 백 그리고 나>의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이 책은 제목이 암시하듯 미국사회의 근본적 모순, 특히 인종차별과 갈등을 다각도로 진지하게 파헤친 책입니다.   

  “우리는 흑인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이 신대륙에 납치되어 와서 어떠한 고난과 형벌을 받으면서 살아왔는지 알아야 한다. 흑인의 역사를 모르고 미국을 이해할 수 없다. 아무 이유도 없이 흑인을 멸시하고, 환영해주지도 않는 백인 쪽에 빌붙어 서려고 한다면, 우리는 또 한 번 폭동을 당할 수도 있다.”-김영문 지음 <흑과 백 그리고 나>에서 

  저자 김영문은 특히, 백인들에게는 비굴하게 살랑거리면서 흑인이나 멕시칸 등 다른 인종들을 까닭 없이 낮잡아보는 한인들의 고약한 인종차별, 자신을 백인으로 여기는 바나나 근성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며,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같은 공부와 반성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인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금 우리가 서있는 위치는 어디인가, 남들의 존경을 받을 만큼 제대로 살고 있는가… 등의 근본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그런 확신이 없이는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지요.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우리 2세들에게는 정체성 확립이 중요합니다.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난 우리 2세들은 재미교포나 나그네가 아닙니다. 미국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사회생활에서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부모 세대나 비슷한 갈등을 겪습니다. 그래서 정체성과 자신감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코리안-아메리칸, 즉 한국계 미국인인데, 코리안에 무게를 두느냐, 아메리칸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삶의 자세나 사고방식도 당연히 달라지겠지요. 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 문제인 겁니다. 

  폭동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를 고민해본 분들이 많을 겁니다. 부모 세대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한 겁니다.         

    

  아, 말이 또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사이구의 근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책 몇 권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장태한 교수의 <흑인 그들은 누구인가?>

  ▲소설가 김영문 유고집 <흑과 백 그리고 나>.

  ▲스태프 차의 장편소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캐시 박 홍 지음 <마이너 필링스>

  ▲홍영순 장편동화 <팬케이크 굽는 아이들>

  새해 초부터 이렇게 심각하고 골치 아픈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우리와 우리 2세들의 앞날을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서 어쩔 도리가 없네요. 앞으로는 즐겁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 

 

호랑이우표.jpg엘에이폭동평화대행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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