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황금돼지 꿈꾸세요.

by Valley_News posted Jan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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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 모두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복도 많이많이 지으시고, 많이 베푸시구요…

  2019년 새해는 돼지의 해입니다. 그것도 황금 돼지해라는군요. 예로부터 돼지는 부와 풍요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지요. 돼지꿈은 길몽으로 여겨지고, 돼지 저금통도 그렇고… 그런데 황금돼지의 해라니 황금처럼 번쩍번쩍 빛나는 복이 굴러들어오려나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넘치지는 말고, 꼭 알맞게만!
  2019년 새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미주 지역에서도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펼쳐질 계획으로 이미 준비를 하고 있으니, 새해는 애국심을 새롭게 다지는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회가 <도산 안창호의 날>을 제정, 선포한데 이어, LA시의회가 <코리아타운의 날>을 제정하는 등 한국과 미주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때이니 만큼, 나라사랑의 마음도 한결 자랑스럽고 소중해집니다. 어머니 나라(母國)은 언제 어디서나 귀하고 고맙지요.
  아무쪼록 새해가 나라사랑을 다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새해의 띠동물인 돼지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그동안 그저 맛나게 먹기만 했지, 돼지의 존재나 고마움, 또는 문제점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미안하지요.
  ▲풍요의 꿈, 돼지의 역사
  돼지가 멧돼지에서 집돼지로 사육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약 5천년 전부터라고 합니다.
  가축화된 돼지는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인데다, 새끼를 많이 낳고 번식이 쉬워서 풍토와 기후에 맞게 적응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집돼지는 100종류나 된다고 하네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돼지는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동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한 것은 약 2천년 전부터라고 합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돼지 기르기를 좋아하며 그 고기를 먹고 가죽은 옷으로 만들어 입는다는 기록이 있답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고려사> 같은 역사책을 보면, 돼지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임과 동시에, 나라의 수도를 정해주는 신통력의 동물로 전해집니다. 예를 들어, 하늘에 제물로 바치기 위해 기르던 돼지가 달아나, 잡으러 뒤쫓아가보니, 그곳이 천하의 명당자리인지라 수도를 그곳으로 옮겼다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제사나 고사에 삶은 돼지머리를 쓰는 것은 삼국시대 때부터 전해지는 풍속으로, 요즘도 개업 행사 같은 데서 사업 번창의 상징물로 웃는 모습의 삶은 돼지머리를 올리곤 하지요. 절을 하고, 주둥이에 지폐를 물려주고… 이런 풍습은 부(富)를 기원하는데서 비롯된 겁니다.
  그런가 하면, 기우제(祈雨祭)에도 돼지가 제물로 이용되었습니다. 기우제는 마을 중심의 제사이자, 마을주민들이 제물을 나누는 농경사회의 전형적인 행사로 주민들의 단합과 공동체의식을 선양시키는 역할도 수행해 왔지요.
  흔히 돼지를 지저분한 동물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깨끗한 환경을 더 좋아하는 동물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외국에서는 애완동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인의 돼지고기 사랑
  돼지를 가축으로 기르는 주목적은 잡아먹기 위해서입니다. 소, 말, 양, 닭, 개, 고양이, 토끼, 오리, 돼지 등 여러 가축들 가운데, 운송수단이나 농사일에 사용하지 않으면서 오직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가축이 돼지지요. 현재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고기를 제공해주는 가축은 단연코 돼지랍니다.
  한국 사람들의 돼지고기 사랑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 사람들보다는 덜 하지만요… 돼지고기를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라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3.3㎏으로 2006년 18.1㎏에 비해 28.7% 뛰었고, 같은 기간에 국내 연간 돼지 생산액도 무려 87.6%나 급증했답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0년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19.3㎏으로, 닭고기 10.7㎏, 소고기 8.8㎏를 훨씬 능가합니다.
  2016년에는 돼지고기가 쌀을 제치고 농축산 생산액 1위를 차지했는데, 한국 사람의 주식인 쌀이 농축산물 생산액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2016년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조사 결과,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구이용 부위는 삼겹살(61.3%)과 목살이고, 다른 부위는 10% 미만으로 삼겹살 편애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삼겹살에 대한 선호는 세계적으로도 유별나지요. 해마다 3월 3일을 <삼겹살 데이>로 지키는데, 3자가 겹쳐 삽겹인 날이니 삼겹살을 많이 먹자는 의미랍니다. 
  어디 삼겹살뿐인가요. 살코기는 물론 갈비, 족발, 곱창에 껍데기에 이르기까지, 굽고 지지고 볶고 삶고 끓이고 고고 찌고 데치고 … 아무튼 맛있게 잘도 먹습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돼지에게 미안할 뿐이지요.
  그런데, 이처럼 돼지고기를 즐겨 먹게 된 것은 1970년대 이후부터라고 합니다. 불과 몇십년 만에 일어난 변화라는 겁니다.
  우리 역사에서 돼지고기가 늘 인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불교가 중심이었던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함부로 살생을 금지하는 법이 생기고, 육식을 삼가는 바람에 육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육식문화가 새롭게 부활하기는 했지만, 그 중심은 소고기였지, 돼지고기가 아니었답니다.
  하지만, 2010년 말 현재 한국의 돼지 사육 두수는 988만 마리로, 한우와 젖소를 합친 것의 2배가 훨씬 넘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고기를 얻기 위해 기르는 가축으로는 소보다 돼지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돼지의 사육이 크게 늘어났고, 돼지고기의 소비도 함께 크게 늘어난 것이지요.
  한편,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에게 돼지는 가장 혐오스러운 동물이랍니다. 그들에게 돼지고기는 부정(不淨)과 금기 식품의 상징이라는군요.
  기독교의 성서에도 돼지를 모든 추악함의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지요. 야비한 본능과 부정, 간음, 질투, 욕심 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천주교와 기독교가 돼지고기를 먹게 된 것은 신약성경이 쓰인 이후랍니다.           
  ▲세계경제 좌우하는 중국의 돼지
  돼지고기의 소비가 많아지자, 이것이 정치나 환경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등장했습니다. 그저 먹어치우기만 하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현실이지요.
  중국의 예를 보면, 실감이 됩니다.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지요.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에게 주식과 다름없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인은 연간 약 5억 마리의 돼지고기를 섭취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돼지 수의 절반 이상(55%)에 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돼지의 제국(Empire of the Pig)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증가하는 중국인의 돼지고기 섭취량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변화에 대해 깊게 다루기도 했습니다. 돼지고기 소비는 날로 증가하고 있어서, 연간 1인당 평균 섭취는 1979년에 비해 5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돼지고기가 중국인들의 삶과 직결되면서, 돼지고기 가격의 변동이 국내 경제를 좌우하게 됐습니다. 돼지고기 값 안정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문제가 된 겁니다. 돼지고기의 가격 변동은 부동산, 주식시장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등 중국 거시경제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 즉‘돼지고기와 곡식이 천하를 편안케 한다’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돼지고기 값이 싸야 천하가 안정된다는
말이죠. 예로부터 돼지고기 값 안정은 중국의 지도자(治者)에게는 기본 필수과제입니다.
  때문에, 중국 당국은 5억 마리가 넘는 돼지를 일종의 정치적 전략자산으로 간주하고, 해외에


서 값싼 사료를 수입해 가격 안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중국 정부는 세계에서 최초로돼지비축제도(Pork Reserve)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 제도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과 흡사한 것으로 정부가 냉동 돼지고기나 살아있는 돼지를 보관해놓고, 가격이 너무 오르면 비축해놓은 것을 시중에 풀고 떨어지면 회수하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이라도 돌아, 돼지고기 값이 오르면 난리가 납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돼지고기 값 폭등은 중국 식품 값 전반에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자칫 정치, 사회적 이슈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아시아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2018년 가을에는, 걸렸다 하면 치명적인데 백신도 없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무서운 속도로 중국의 농가를 강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랴오닝성의 선양에서 지난 8월초 처음으로 발견되었는데, 3개월여 만에 중국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겁니다. 
  <사이언스 매거진>은 ASF 확산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인 중국에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사료 값 앙등과 함께 들먹이던 돼지고기 값이 벌써부터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그런가 하면,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국제사회의 공적(公敵)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인의 돼지 섭취량 증가로 전 세계가 새로운 고민거리에 빠졌다는 겁니다. <이코노미스트>지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들이 제기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돼지고기 1kg를 얻으려면 약 6kg의 사료가 필요합니다. 즉, 100kg짜리의 돼지는 600kg의 사료를 섭취하는 겁니다. 돼지의 주 먹이는 콩과 옥수수인데, 세계의 농업 생산량 절반가량이 중국 돼지 먹이로 사용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습니다.  
  2010년 중국의 콩 수입량은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고, 2022년이 되면 옥수수를 1900만~3200만 톤 가량을 수입해 전체 시장의 25% 가량이 중국 돼지 사료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이같은 돼지 사료용 곡물 재배를 위해 아마존의 삼림이 마구 훼손되고 있고, 이는 전 세계적인 환경파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후진국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하며, 환경파괴를 서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죠.
  브라질은 아마존 우림이었던 2500만 헥타르 상당의 지역을 갈아엎고 콩을 심기 시작했고, 아르헨티나 역시 콩을 생산하기 위해 수천 헥타르의 울창한 숲을 파괴했습니다. 이 두 나라의 콩들은 모두 중국 돼지를 위해 수출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나라들이 제초제를 과다 사용해 선천적 장애를 가진 아이 출산과 암 발병률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 내 돼지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요. 한해 수십억 톤에 이르는 돼지 사육 폐기물에서 나오는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일반 이산화질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300배 이상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후진국의 땅을 사들여 직접 돼지를 사육하고 농사를 짓고 있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이 후진국에서 사들인 땅만 500만 헥타르에 달한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은 미국의 시골 지역인 미주리주와 텍사스주의 땅을 사들이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전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알고 보면 문제가 무척 심각하지요?
  아, 그렇다고 돼지고기를 먹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돼지고기를 안 먹으면, 다른 고기를 먹게 되겠죠, 뭐!
  단지 현실을 제대로 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별이 더러워지는 것을 안타까워할 필요는 있다는 이야기올시다. 덧없는 하소연일지도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