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를 장악하면 모든 것을 장악한다!

by Valley_News posted Sep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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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를 장악하면 모든 것을 장악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유명한 시 구절이 있지요.

1948년 노벨 문학상을 탄 영국의 시인이며 평론가, 극작가인 T. S. 엘리엇(Eliot)의 서사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원문은 April is the cruelest month,입니다.

시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글쎄, 과연 4월이 가장 잔인한지는 모르겠지만, 꼽아보면 무거운 날이 많기는 하네요. 거짓말 하는 날로 시작해서, 세월호가 침몰한 416, 419, 429

한국 사회는 4월 말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염려가 아주 없는 건 아닌 것 같네요. 그런가 하면 사회 곳곳이 #미투 운동으로 소란스럽네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유머와 웃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안하고 복잡한 시대일수록 유머의 미덕은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유머를 장악하면 모든 것을 장악한다!는 말도 있지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당신이 사람들의 유머를 배우고 그것을 정말로 장악한다면, 거의 모든 것을 장악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1세기는 유머의 시대라고 합니다. 정치나 경제 분야는 물론, 부부생활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서 유머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답니다. 유머를 다룬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하나같이 유머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유머가 중요하다는 말이겠지요.

"유머 감각이라는 건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현명하게 사는 지름길"

"유머를 즐기는 종업원이 많을수록 회사가 성공한다"

"유머를 즐기는 사람들이 무표정한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

현실생활에서도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 인기를 끕니다. 진화심리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사회에서 분쟁을 줄이고 자존감을 높이면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유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머러스한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유전적으로 더 나은 상대를 고르기 위해 본능적으로 유머에 더 끌린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날이 갈수록 우리네 삶이 삭막해지면서 유머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속 시원하게 웃을 일도 별로 없지요.

본디 우리 겨레는 해학, 익살, 풍자 등에 익숙했고, 생활 구석구석에 유머가 스며있었지요. 풍자와 해학은 전통 마당극이나 판소리 소설의 핵심이었습니다.

현대에 와서도 정치나 사회 풍자 유머를 텔레비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요. 2000년 전후에는 세기말 불안했던 심리를 바탕으로 기성 권위에 대한 조소와 세대 간의 단절을 반영한 유머 사오정 시리즈가 크게 유행했었습니다. 이어서 만득이 시리즈, 최불암 시리즈, 썰렁개그, 허무개그도 유행했었지요. 유머는 세상에 대한 시민의 분노를 어루만지는 처방전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유머는 배꼽 빠지게 크게 웃는 게 아니라, 찬물을 끼얹은 듯 좌중을 조용하게 만드는 게 유머였습니다. 근엄함과 위엄이 높은 가치를 지니고, 가볍게 웃고 넘기는 건 경시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것이죠.

최근 들어서도 유머는 여전히 푸대접받고 있습니다. 썰렁개그의 연장선상이라는 아재개그는 불쌍한 중년 남성을 위로하고, 떨어진 권위를 그나마 세워주는 조소(嘲笑)에 가깝습니다. 시대 흐름에 뒤처진 중년 남성을 풍자하는 데서 아재개그가 탄생했기 때문이지요. 아재개그에서 보듯 한국 중년 남성들은 수준 높은 유머감각을 뽐내기보다는 조롱의 대상에 놓이곤 합니다.

유머는 보통 자기를 내려놓고 스스로를 희화시키는 데서 높은 점수를 받는 데 비해, 한국에선 상대를 하대하고 끌어내리는 게 발달해 거부감과 상처를 주곤 했습니다. 권위주의가 강하다보니, 긴 호흡의 개그에 인색해진 것이죠.

이처럼 사람들이 유머를 즐길 줄 모르고 웃음에 인색하게 된 까닭은 물론 현실이 팍팍하기 때문이겠죠. 온 세상이 불만에 찬 굳은 표정에 무언가 심통 맞고, 경직된 자세로 가득 차버린 겁니다.

한국의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지난 2016년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사람 2명 중 1명이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감정 표현에 능할 것 같지만 오히려 20대의 50%감정을 되도록 숨기는 게 좋다고 답했답니다.

유머란 현재 처한 상황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한 발짝 떼어내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적(知的) 거리감의 표현이며, 결국 유머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웃기지 못하고 웃지 않는 문화는 언어 이미지도 딱딱하게 만듭니다.

건강한 유머와 웃음을 되찾아야 하는 까닭입니다.

 

삶에서 유머 감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누구나 꽉 막힌 사람보다 재밌고 유쾌한 사람을 좋아할 것은 당연한 일이죠. 무언(無言)의 미소가 우리들의 주위를 밝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게 합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웃음은 경직을 유연함으로 교정하고, 개체를 전체에 재적응시키며, 모난 것을 제거해 둥글게 하는 것이라고 저서 <웃음>에서 분석했습니다. 그러니까, 유머란 닫혀 있던 감정을 폭발해내는 탈출구이자 정신적인 안정제인 셈입니다.

사람은 웃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철학자 알랭은아름다운 의복보다는 웃는 얼굴이 훨씬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웃는 얼굴은 주변 사람의 기분까지 좋게 만들지요.

어린아이는 하루에 300600번 정도 웃는데, 성인들은 기껏해야 하루 15번 정도밖에 웃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각박한 세상에서 웃을 일이 별로 없기에 그런 것이겠죠.

같은 뜻을 지닌 말이라도 재치와 풍자를 섞어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효과가 있습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속담과 격언은 웃음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해왔고, 1970년대 이후 수많은 학자가 웃음에 관한 관심과 임상시험을 시행하면서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병 치료에 웃음을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웃음을 최고의 의약으로 권한다고 하며, 한국에서도 웃음 치료의 효과가 많이 알려졌지요. 웃음을 통해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이겨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웃음에는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웃음이 NK세포를 14%나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우리말로는자연 살상 세포라고 부르는 NK세포는 암세포 등 우리 몸에 해로운 세포나 바이러스를 스스로 찾아서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의 뇌는 한 번 웃을 때마다 엔도르핀을 포함한 여러 가지 쾌감 호르몬을 쏟아내는데엔케팔린이란 호르몬은 모르핀보다 무려 300배나 강한 통증 완화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웃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에 따르면, 사람의 얼굴에는 표정을 만들어 내는 근육이 42개인데 이 근육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19가지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 한 가지만이 진짜로 즐거워서 웃는 것이고 나머지 18가지는 가짜 웃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사람들의 입술을 당겨 가짜 미소를 짓게 해도 행복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우리의 뇌는 진실이 아닌 것에도 잘 속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진짜로 웃으나 가짜로 웃으나 똑같은 쾌감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웃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죠.

우리 뇌에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라는 특별한 신경세포가 있다고 합니다.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이 행한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위를 직접 할 때와 똑같은 활성을 낸다는 거죠. 거울을 보고 웃으면 거울 속의 사람도 웃는 것처럼, 가정에서 부모가 행복하면 자녀가 그 기분에 젖어들게 되는 겁니다.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 얼굴의 근육을 풀고 밝게 웃으면 됩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웃어야 자녀가 웃고, 회사에서 사장이 웃어야 사원이 웃습니다.

유머를 어떻게 쓰느냐가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회장이 주는 권위주의 대신 친근한 유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박용만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은내가 웃기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게 된다. 그들을 마주 보면서 결국 내가 행복해진다고 말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디지털세대인 요즘 젊은이들은, 세상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웃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여기서 나오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젊은 세대들이 나서지 않는 게 미덕이었지만 요즘 세대는 다르다는 것이죠.

이들은 다인종 문화에 개방적이고, 진지함에 매몰되기보다는 가볍고 즉각적인 감각에 반응합니다. 테니스 스타 정현 선수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나 세련된 매너로 팬을 몰고 다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이 이 세대에 포함됩니다.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제임스는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 현대에 와서 여러 과학적 실험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사실임이 밝혀졌습니다.

<웃음 명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전문가에 따르면, <웃음 명상>의 출발은 주변의 사물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랍니다. 아주 간단하네요. 날씨가 좋아서 고맙고, 비가 와서 고맙고, 바람이 불어도 고마운 겁니다. 온몸으로 크고 길게 웃으면 웃음 세포가 활성화되어 낙관적인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게 된다는 얘기지요. 하루에 두세 번 10초 정도 배꼽을 잡고 크게 웃으라는 조언입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면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먹서먹하고 불편한 인간관계도 웃음이라는 윤활유가 들어가면 한결 원활해집니다. 웃음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되도록 자주 크게 웃읍시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 크게 웃읍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