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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나무들의 축제

 

이 수 영

<후레쉬 코리아 바비큐> 대표

 

 

오늘 과일나무 7그루가 우리 집 정원으로 이사를 왔다. 그들을 이사 시키면서 나는 자그마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재네들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 또한 시원하고 상큼한 맛을 주었던 나무들이 질투나 하지 않으려는지… 또한 나무들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우리 야채들이 더 깊어진 그늘 속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는지…

난 새로운 과일나무가 우리 집에 이사 오기 전 둘러보고 둘러보면서 자리매김을 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어루만지면서 그들에게 말을 건네 보았다.

가을이면 빨갛게 노랗게 반짝이는 빛을 내며, 아삭거리며 상큼하게 맛을 내고 있는 후지사과에게

“사과나무야, 새 식구가 들어오려구 하는데 넌 어떻니? 난 정말 작년 너 보기가 미안하고 면목이 없었어. 내가 한동안 돌보지 못해 곰팡이균이 너를 뒤집어씌워 너를 가렵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찐득거리는 노오란 액을 뿜어낼 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물로 열심히 샤워 시켜주고, 너서리에 달려가 너의 잎을 보여주고 약을 사다 뿌려주고 또 다독거려주었지만, 넌 조금도 좋아지지 않고, 눈처럼 쏟아지는 하얀 곰팡이균에 시달릴 때… 난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몰라.

그래서 작년엔 그 맛있는 달콤하고 아삭한 너의 맛을 볼 수 없었지만, 그러나 긴 겨울을 지나 봄내음이 풍겨질 때 너 또한 그 아픔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 핑크색 꽃을 피우고, 새파란 새싹을 내밀 때 난 얼마나 환호성을 질렀는지 몰라.

이제 다 나아 해맑은 미소 지으며 방긋 웃는 너에게… 이젠 아프지 말렴, 그리고 건강하게 싱싱하게 자라주렴. 알았지.”

그때 옆에 있던 감귤나무가 한 마디 거들어준다.

“주인님, 나도 옆에서 10년이나 함께한 동무로써 너무 속상했어요. 밤에 잠도 못 자고 아무런 소리도 없이 바람결에 흐느끼는 동무를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그 때 주인님은 나에게 올해도 큰 수확을 얻었네. 우리 딸 은지가 너를 얼마나 좋아한다구. 저번에는 너를 너무 많이 먹어 얼굴이 노랗게 되었다고 투정까지 부렸단다 하시면서 바구니에 한 아름 따서 이번엔 찬구들과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어야겠다면서 나를 한 아름 담아갈 때 사과 동무에게 너무 미안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사과나무가 나보다 먼저 꽃을 피우고 더 방긋거리며 작년의 시름을 걷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찡하게 밝아졌어요.”

“그랬구나. 정말 고맙구나. 동무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이 그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워 난 너만 보면 항상 감사하고 기뻐. 그래서 너의 달콤한 맛이 우리 집 과일 중에 최고로 사랑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너의 맛과 마음씨처럼 항상 부드럽게 미소 띄며 우리에게 상큼한 맛을 주는 탠저린아 고맙구나. 난 네가 우리나라 제주도 감귤이라고 해서, 두 그루나 사와서 함께 잘 길러주었잖니.”

그때 옆에 있던 싱고배가 한 마디 거든다.

“주인님, 작년에 많은 열매를 주인님께 드리지 못했지만, 그러나 전 최선을 다했거든요. 주인님은 작년에 나의 몸집을 너무 크게 하셔서 훌쩍 키를 얼마나 크게 하셨는지, 그래서 열매를 맺을 수 없었어요.

올해는 다행히 제 몸의 가지를 쳐주시고, 또한 겨울 내내 잔디를 퇴비로 만들어 나의 발밑에 덮어주셨으니, 올해는 으쌰으쌰 하면서 더욱더 먹음직스럽고 탐스런 배를 맛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정말 고맙구나. 안 그렇게 해도 너의 마음 다 알아, 네가 얼마나 애쓰고 열매를 맺으려 수고했는지. 그건 너의 탓이 아닌 나의 탓이야. 내가 너희들의 습성을 몰라 그냥 키만 훌쩍 크게 만들었으니 너희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었겠니?

그러나 올해는 예쁘게 머리단장 너의 몸단장 시켜주었고, 거름도 많이 주었으니... 올해는 내가 최고야 하는 소리 들어보렴.”

“알았어요, 주인님.”이렇게 고개 숙여 미안해하는 싱고배를 뒤로 하고, 옆에 있는 대추나무에게 눈을 돌려보았다. 과수원에서 작년에 우리 집으로 이사를 온 대추나무였다. 오자마자 대추나무는 무럭무럭 자라서 한 바가지나 되리만큼 대추를 영글어주어서 겨울 내내 감기 걸린 아빠와 아이들에게 대추차를 끓여 줄 수 있어서 얼마나 고마웠던지.

“고맙다, 고마워. 작년 겨울 너 때문에 너무 따뜻했어.”나보다 훨씬 키가 커버린 대추나무에게 미소 지으며 쓰다듬어 본다. 그 때 살랑살랑 대추나무 잎은 바람에 희적거리며 사랑의 눈길을 보내온다.

그 때 아직도 노오란 레몬이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1년 내내 노오란 저고리 입고 총총 매달려 있는 레몬은 색깔도 예쁘고 겨울 내내 레몬차를 대추차와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지금도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나의 눈길을 끌며 새롭게 꽃 피고 있는 아기 레몬에게“너도 나처럼 튼튼하게 열매 맺어 주인님께 사랑 받아야 된다”면서 엄마 레몬이 부탁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또한 우리 집에서 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칵테일은 가장 잘난 체 한다. 아마도 내가 저를 특별히 사랑하고 있음을 아는가보다. 난 정말 우리 집 칵테일 맛에 푹 빠져버렸다. 그녀의 상큼 달콤 쌉쌀한 맛은 어느 과일에도 느낄 수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맛을 풍긴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오는 친구들은 칵테일을 한번 맛보면, 어디에서 구했냐면서 자기네들도 구하고 싶다고 야단들이다.

또한 우리 집 감나무들. 그들은 내가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자라왔나 보다. 우리 집 수목원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가을이면 얼마나 탐스런 감이 주렁주렁 열리는지… 아무 소리 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20년을 함께한 우리 집 감나무. 작년에도“풍년을 맞으셨네요.”할 정도로 가지가 찢어지도록 달려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지. 난 감나무에게 말을 건넸다.

“단감나무야, 올해는 너무 많이 달리지 말렴. 너의 몸도 생각해야지. 너의 가지가 휘어지고 부러지리 만큼 많이 달려 아파하면서도 주인님께 드리겠다고 묵묵히 서있는 너를 볼 때 나의 마음이 아프거든. 달콤한 맛을 보여주며 아무런 불평도 없이 꿋꿋이 서있는 너를 볼 때마다 난 마음이 얼마나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지 몰라.

올봄에는 너의 새싹까지 나에게 선사하며 김잎차를 한 봉지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서 정말 감사해. 아침 새벽 해가 동녘에서 비추일 때 너의 감잎차를 한 잔 따뜻한 물에 우려서 너의 밑에서 의자에 앉아 둘레둘레 돌아볼 때면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진단다.”

그 때 가장 큰 숲을 이루며 자라고 있던 석류나무. 그녀 또한 나에겐 잊을 수 없는 나무 친구다. 지금도 나무 가지 가지 사이로 새빨갛게 피어난 꽃들은 가을이면 커다란 몸집을 하구선 그 새빨갛게 익은 열매 속에 작은 꼬마들이 올망졸망 있는 모습들은 보기만 해도 얼마나 귀엽고 탐스러운지… 또한 농익어 짝짝 벌어진 몸 사이로 빨갛게 석류알이 터질듯 내비칠 때면 그들은 우리 주인님께 새콤달콤한 맛을 드리며, 또 우리가 이곳에서 자리 잡고 살아갈 수 있음을 감사하자고 하는 것 같다.

난 그들에게 정말로 미안하고 감사했다. 왜냐하면 난 석류나무를 베어버리려고 했었다. 석류나무들이 얼마나 크게 자라고 옆으로 뻗는지 옆의 과일나무들을 뒤틀고 침범하고 찌르고 하는지, 그래서 없애려고 했던 나의 마음을 아는지, 그녀들은 자기네들을 없애지 않고 지금까지 돌봐주고 그 자리에서 자랄 수 있게끔 하여줌을 감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석류나무야 미안해. 잠시나마 너희들을 베어버리려고 했던 나를 용서하려무나. 그러나 너의 옆의 동무들에게 침범하지 마. 그리고 너희들의 가시를 그들에게 내밀지 말고. 그들이 너희들에게 찔려 눈물 흘리고 아파하는 것을 보면 밉단 말이야. 알았지.

넌 빨갛게 무르익어 가장 예쁘다고 뽐내지만, 너무 너희 잘남을 뽐내지 말고, 각자 모두 모두는 그 나름대로의 맛과 향기와 멋이 있단다. 너만 잘났다고 뻐기면 약하고 어린 과일나무들이 힘들어 하니깐 말이다. 강할수록 겸손하고 겸허하고 공손해야 돼.

보렴. 저 멀리 담장 밑에서 벽과 나뭇가지에 의지하며 무성하게 펼쳐지는 포도나무를. 난 포도나무를 볼 때마다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몰라. 보라색 예쁜 옷을 입고 몽글몽글 포도송이를 만들어 조롱조롱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으면서 부끄러워 항상 나뭇잎에 가리워져 있잖니.

내가 나뭇잎을 살짝 들어주면 부끄러움에 감추었던 보라색 미소를 띄우며“주인님께 들켰네. 그렇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내가 더욱더 짙은 보라색 옷으로 농익을 때 주인님 저를 따다 포도주 만들어 친구와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가을의 정취를 맛보세요. 그리고 주인님께서 저를 비유하며 예수님 말씀 들려주는 것 너무 기뻐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작은 열매도 맺을 수 없듯이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그러 하리라.

너희가 내 안에 생활하고 있으면 만족스럽게 추수할 것이나 너희 내 곁을 떠나면 모든 게 불가하리라.

사람이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가지들처럼 버려져 마르고 다른 이 그것을 불속에 던지고 사르리로다. 너희가 네 안에 항구하게 머물면 희색치 않는 푸르름 있겠고 탐스런 열매가 풍성하게 맺으리로다.”

“정말 저희들은 버려지는 가지가 되지 않으려 서로서로 보호하며 사랑하면서 이렇게 어깨동무하면서 꼬옥 붙어 있답니다.”가을이 되어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정다움, 정겨움, 사랑 그 자체였다.

이렇게 나의 수목원에 자리 잡은 과일나무들을 보면서 아직도 틈틈이 외로움을 토하는 그들에게 새로운 친구 나무 일곱 그루를 소개해주었다.

이 나무는 아바카도 나무란다. 너희들처럼 상큼달큼 아삭한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윳빛 같이 부드러운 맛과 은은한 맛이 앞으로 너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꺼야.

그리고 다른 친구 롱갠은 타일랜드에서 이민 온 외국산이라는구나. 저번에 먹어보니 얼마나 달콤했던지. 이민을 온 나무지만 너희들과 함께 잘 지내면 좋겠어.

그리고 이 친구는 뽕나무란다. 가을이면 보라색의 귀여운 오디가 열리는데, 오디는 무척 연약하고 약해. 그러니 너희들이 잘 보호하여 부서지지 않도록 감싸주면 좋겠어.

키가 훌쩍 큰 오렌지 나무가 알겠다며 바람결에 나뭇잎을 살랑거린다.

이렇게 많은 나무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흐뭇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새로 이사 온 나무들과 잘 지내도록 부탁을 했다. 너희들은 텃세 부리지 말고, 새로 우리 집으로 이사 온 너희들은 기죽지 말고 서로가 친구 되어 잘 지내기를 부탁했다.

그때 작은 잎을 내밀며 자라나는 상추, 깻잎, 파, 시금치, 호박, 가지, 오이 모두들 나의 수목원을 이루며 한 가족 되어 잘 협조하며 사랑하며 의지하며 자라기를 부탁했다.

주인님, 뜨거운 태양이 내리 쪼일 때 나무들이 그늘이 되어 주면 그들 밑에서 건강하고 싱싱하게 예쁘게 자라 주인님께 이 몸 바쳐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아직도 흙속에서 새싹들이 밀려나오지도 못한 채 이구동성으로 말을 건넨다.

주인님 우리가 어리고 약하다고 얕보지 마시고 가끔씩 거름도 주고 사랑도 달라며, 빤히 바라보면서 막 움트며 초롱거리는 새싹들의 눈망울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래 너희들 모두에게 약속할게. 올해에는 너희들이 병충해에 시달려 고생되지 않도록 책도 읽어보고 정원사들의 조언도 들어가면서, 너희들이 어려움 없이 서로가 잘 자라도록 보살펴줄게.

그들은 고맙다면서 봄바람에 날개를 펴듯 살랑살랑거린다.

그들의 축제가 이제 머지않아 우리 집 텃밭에서 이루어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뿌듯해져온다. 그리고 이렇게 나에게 생명과 희망과 사랑을 준 우리의 태양과 바람과 나무들과 야채들에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호스로 물을 뿌려 샤워를 시키면서 무지개를 만들어본다. 예쁜 무지개가 물보라를 뿌리며 만들어질 때 정말 봄의 향연이 너울너울 나의 앞에 춤추며 나의 마음 끝없는 기쁨으로 덩실거리게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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