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34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Files

 

꿈은 익어가고 희망은 열매를 맺고

이수영_후레쉬바베큐.jpg     

 

이 수 영

<후레쉬 코리아 바비큐> 대표

 

 

LA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눈을 감고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니 세월이 참으로 빠르게 흘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몇 일동안 정신없이 바빴나보다.

솔직히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방문하면서 오랜만에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퍼부어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은준은 메디칼 스쿨에 입학하여 3주전 이곳 알라바마에 도착했고, 며칠 전 난 둘째 은지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것이었다.

이곳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폭염이었다. 습기가 동반된 이곳 날씨는 옛날 한국을 연상케 했다. 가는 곳마다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과 숲, 파아란 하늘 위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고, 집들은 별장처럼 띄엄띄엄 나무숲 속에 묻혀있었다.

 

공항에서 환하게 웃으며 달려온 아들은 3주 만에 만나는데도 꽤 오랫동안 멀리 보내졌던 만남처럼 반갑고 기뻤다. 이곳에서의 학교생활은 무척 바쁘고 밀린 공부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했지만 몇 주만에 그는 훌쩍 커져있었다.

그리고 긴 팔 속에 한아름 안아주는 아들의 품은 이제 내 아들이기보다는 훨씬 커버린 청년이 되어 있었고, 활기와 생기가 차있었으며 든든해보였다.

 

은준은 우리를 데리고 학교를 구경시켜주었다.

엄마는 좋겠다. 이렇게 아들을 만나고, 또 아들이 다니는 학교를 방문할 수 있어서.”

둘째 딸은 연신 흥분과 기쁨 감사에 들떠있는 엄마를 놀리고 있었다.

 

엄마 여기 앉아서 사진 찍어요. 스누피가 공부하는 교실이래요.”

그래 정말 넓고 크구나

200여명이 들어와 공부한다는 클래스룸은 각자 테이블 위에 컴퓨터와 미니 마이크 등 교수님들의 강의를 잘 들을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었다. 또한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쉴 수 있는 공간들도 잘 꾸며져 있었고, 운동도 할 수 있도록 밖에는 푸른 잔디밭에 운동기구들도 놓여져 있었다. 도서실 또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의학 서적들이 즐비해있었다.

 

아들은 이곳저곳 구경시켜주면서 이제는 안심하란다. 아빠 엄마의 기대에 저버리지 않는 아들이 되겠노라며 씽긋 미소지어준다.

 

학교 투어가 끝나고 마켓에 들려 아들이 좋아할 음식들을 잔뜩 샀다. 갈비, 소고기, 닭고기, 과일, 야채 등 한아름 사서 아파트에 들어오니 빈 박스와 치우지 않은 물병들, 벗어둔 옷들과 양말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었다.

 

엄마 오시기 전에 치우려고 했는데 미안해요. 너무 바빴어요.”

괜찮아. 그래서 엄마가 오지 않았니, 너의 시간 조금이라도 저축해주려고

 

난 아들의 흩어진 방을 보면서 그 옛날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시어머님은 우리가 미국 오기 전 가장 결혼을 서두르셨던 분이셨다. 대학교에서 아직도 공부 중이었던 나에게 졸업과 동시에 결혼시켜, 미국에 가서 아들 옆에서 보필해야 된다면서 결혼을 적극 주선했고 서두르셨다. 지금에서야 그때 시어머님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총각 혼자 떠나는 유학생길. 힘들고 어렵고 외로운 길을 배필을 만나 짝을 챙겨주고 싶었을 테고, 머나먼 미국땅에서 공부하느라 힘들 아들에게 보필할 수 있는 짝이 있기를 그처럼 고대하셨던 것이었다.

 

그렇게 서두른 시어머님 덕분에 졸업 후 제일 먼저 결혼을 하였고, 어린 나이에 남편을 따라 이 먼 땅에서 외로움과 함께 눈물짓던 그 옛날이 생각났다. 지금 좋은 조건과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그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엄마, 우린 경험도 없고 그때의 삶을 느낄 수 없지만 단 하나 아빠 엄마 열심히 사셨고 또한 우리들에게 베풀어준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잘 알아요. 그래서 항상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어요.”

난 이렇게 말해주는 아들이 눈물 나도록 고마웠고 감사했다.

 

많이 컸구나. 매일 컴퓨터 게임에 빠져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하더니, 아들을 위해 드린 나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함께해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더욱더 가슴이 찡해온다.

 

저녁은 아들이 좋아하는 갈비찜과 무국을 끓여놓고 우리 셋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오랜만에 최고의 식사라면서 밥을 두 그릇이나 먹는 아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엄마, 요사이는 왜 이렇게 배가 자주 고파요?”

공부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서란다.”

이렇게 맛있게 먹는 아들을 보니 얼마나 가슴이 뿌듯한지 모르겠다.

 

식사 후 아들은 사람의 인체구성과 해부학(Anatomy)을 외우느라 바빴다. 박스 안에 들어있는 사람의 뼈를 보니 그 옛날 나의 간호학 공부하던 생각이 났다.

저 뼈들과 함께 움직이는 근육의 형태를 다 외워야 되지?”

잘 안 외워져요. 난 물리, 화학, 수학은 재미있는데, 해부학은 다 외워야 되니까 잘 안 되네요

그래, 그렇지만 꼭 해야 되는 과정이니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믿어.”

 

이렇게 밤이 늦은 줄 모르고 책상에 앉아있는 아들을 보니 딱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자신의 발전과 어려운 사람들 옆에서 슈바이처처럼 되고 싶다는 아들의 모습이 정말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다음날 아침 갈비탕을 후딱 한 그릇 먹고 학교로 달려가는 모습이 고등학교 때 허둥대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아들을 보내고 어제 사온 고기들과 야채들을 다듬고 구워서 간단히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갈비찜, 닭찜, 연어구이, 꼬치구이, 불고기 등 냉장고에 차곡차곡 채워,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나하나 이름을 써서 챙겨주었다.

 

흐트러진 옷장 속엔 옷걸이와 수납장을 사와 하나하나 챙겨 주었고, 빨래와 배큠 등 쓸고 닦고... 엄마란 이런 것인가 보다. 힘들지만 그래도 아들기 때문 불평불만 없이 헌신적으로 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오후엔 딸과 함께 플로리다에 있는 파나마바닷가에 갔다. 한 시간 운전하여 이곳에 도착하니 정말 아름다웠다. 끝없이 펼쳐진 눈처럼 하얀 모래사장, 진초록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루며 하얀 물안개를 뿌리며 달려오는 파도, 따뜻한 바닷물의 온도... 그래서 사람들은 여름이면 이곳 플로리다를 열광하는가보다.

 

여기저기 파라솔이 떠있고 자전거 타는 연인들, 파라솔 밑에서 쉬는 피서객들, 모래성을 쌓고 있는 아이들... 각자 휴가를 즐기며 낭만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이들을 바라보니 내 마음도 여유로워졌다. 딸과 함께 모래사장도 걷고 바닷물 속에 발을 담그며 함께 도란도란 그녀의 이야기도 들어주었다.

 

또한 하늘은 너무나 맑고 청명했다. 어쩜 저렇게 아름답니. 뭉게뭉게 떠도는 구름들은 아기곰 모습, 토끼 모습, 천사들이 뛰어노는 모습들... 보는 사람의 눈마다 다르다고 했지만 예쁘게 펼쳐진 구름 사이로 금방 예수님이 나타나실 것만 같았다. 그리고 한 말씀 하실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사랑하는 내 딸, 정말 너는 나의 사랑이구나하는 말씀을 들려주시는 것 같았다. 난 항상 기도 속에서 예수님의 마음 속에 그려진 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탓인지 어젯밤 꿈에는 성당에 가서 기도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미소 짓게 하였다.

 

파나마 비치에서 돌아올 때는 비를 만나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자주 온다는 이곳은 정말 그랬다. 조금 후엔 비가 금방 걷히고, 무지개가 파스텔 색깔을 하며 선명하게 떠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무지개만 보면 항상 흥분하는 나를 보며 우리 딸도 한마디 거들어준다.

하느님이 엄마 사랑해서 또 보여주시네요

 

난 정말 무지개를 잘 본다. 비 온 후에도, 어떨 때에는 맑게 개인 청명한 날에도, 저녁 석양이 질 때에도 난 자주 무지개를 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항상 하느님은 엄마에게 특별한 사랑과 약속을 주신다고 했더니, 아이들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무지개와 함께 길동무하면서 돌아오면서 5번이나 무지개를 접할 수 있어서 난 정말 흥겹게 콧노래까지 흘러나왔다.

 

아들도 학교 수업이 끝나 멋진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 했지만, 엄마가 만들어놓은 음식이 더 맛있다고 빨리 아파트로 가잔다. 아파트에 돌아와 아침에 준비해놓은 연어구이와 샐러드를 놓고, 또한 작은 케익에 촛불을 켜놓고 그의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주었다.

 

촛불에 비추어진 아들의 모습 속에서 항상 촛불처럼 주위를 따뜻이 밝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도를 잊지 말라고 했다.

 

다음날 늦잠을 잔 우리는 아침도 먹지 못하고 아들은 학교에 갔고, 이제 떠날 준비를 하나하나 하면서 빠진 것이 없는지 구석구석 챙겨보았다. 딸은 냉장고에 쌓아둔 음식을 사진을 찍고, 아빠한테 보여준다며 비디오에 담았다.

 

수업 중간 잠깐 짬을 내어 달려온 아들과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 떠나는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이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들이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선 홀로 일어서는 법도 배워야 했다.

 

아들은 걱정 말라고 하는데 난 왜 이렇게 마음이 서운하고 안타까울까? 자식은 항상 품 안이라고 했던가. 공항에서 뒤돌아가는 아들을 보면서파이팅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해라는 말을 수없이 들려주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4 책임을 잘 지키는 삶 - 김승완 책임을 잘 지키는 삶   김승완  Canoga Park 거주   우리들은 우리의 책임을 실천하는 삶을 사는 태도를 가져야 하겠다. 우리들의 책임은 가정에서부... Valley_News 2018.01.02 26
93 따뜻해요. 하얀 목도리 - 따뜻해요. 하얀 목도리 이수영 대표 &lt;Fresh 코리안 바베큐&gt;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난 항상 엄마 생각과 함께 어릴 때부터 즐겨 매던 하얀 목도리가 생... Valley_News 2017.12.01 69
92 대화 - 김승완 대화   김승완 Canoga Park 거주   오늘날은 대화가 없는 시대입니다. 텔레비전이 가정의 안방에 들어와서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었습니다. 대화가 없... Valley_News 2017.11.01 167
91 A vow for life A vow for life   Kyle Yun    The sight was one I never experienced before - one that I would never forget. The living conditions of this villag... file Valley_News 2017.10.02 191
90 어머니, 우리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서울대학교 합격자 생활수기   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 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 바랜 옷…. 내가 가진 것 중에 헤지고 ... Valley_News 2017.05.01 451
89 <독자 시> 소은에게, 송정은 소은에게 송 정 은 더운 여름날 엄마의 꿈과 아빠의 소망은 너로 인해 다시 태어난다 햇살보다 눈부신 미소로 호수보다 깊은 눈망울로 우리에게 ... vknews 2015.08.14 1942
88 분노와 용서 - 최청원 분노와 용서 최 청 원 내과 전문의 바하 캘리포니아 12시간의 장거리 운전 후는 몸이 지친다. 전에는 다음날의 달콤한 휴식으로 피로가 항상 회복되... vknews 2015.02.08 2564
87 새해에는 감사하며 살래요 - 이수영 새해에는 감사하며 살래요 이 수 영 &lt;후레쉬 코리아 바비큐&gt; 대표 “감사하며 살래요”하는 나의 새해의 희망의 언어를 예쁜 그림엽서 속에 그려보면... vknews 2015.02.08 2574
86 G-선상의 아리아 - 최청원 G-선상의 아리아 최 청 원 내과 전문의 어둠 속의 적막을 깨는 기타 음률이 오피스 주차장 구석에서 들려온다. 어딘가 조금 어색한 리듬이지만 펑키 ... vknews 2015.02.07 2624
85 우리 천사들 - 이수영 우리 천사들 이 수 영 &lt;후레쉬 코리아 바비큐&gt; 대표 LA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하늘을 바라보니 주홍빛 하늘이 얼마나 아름답게 수놓아졌는... vknews 2015.02.07 2637
84 우리는 한 배를 탔다. - 김 용 우리는 한 배를 탔다. 김 용 &lt;한울 운동&gt; 대표 이 배는 46억 년 전에 만들어진 때로부터 1초도 쉬지 않고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초속 30킬로 속도로 ... vknews 2015.02.07 2895
83 12년간의 우정 - 최청원 12년간의 우정 최 청 원 내과 전문의 내 나이가 벌써 치열한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고 있다. 이 가을에 삭막한 겨울이 닥치기 전, 지난 16년간 온 정... vknews 2015.02.07 2224
» 꿈은 익어가고 희망은 열매를 맺고 - 이수영 꿈은 익어가고 희망은 열매를 맺고 이 수 영 &lt;후레쉬 코리아 바비큐&gt; 대표 LA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눈을 감고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니 ... file vknews 2014.09.01 3346
81 고무신과 내리사랑 - 최청원 고무신과 내리사랑 최 청 원 내과 전문의 오래 전 인턴으로 근무할 때였다. 의무담당 과장인 닥터 더허티의 호출이 왔다. 그는 전형적인 아이리... file vknews 2014.07.12 3090
80 사랑의 열매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선물과 축복 - 이수영 사랑의 열매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선물과 축복 이 수 영 &lt;후레쉬 코리아 바비큐&gt; 대표 오늘은 가족여행을 시애틀로 떠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분주... vknews 2014.07.12 2470
79 부부란 소중한 존재 - 신금석 부부란 소중한 존재 신 금 석 노스리지 거주 오늘은 산책하는 사람도 없고, 나의 머리카락을 나부끼는 윙윙 하는 바람소리뿐이었다. 나 혼자서 거닐... vknews 2014.07.11 2794
78 내 머리로 생각해 자주적으로 살자 - 김 용 내 머리로 생각해 자주적으로 살자 -세월호 참사 관련 유감- 김 용 &lt;한울운동&gt; 대표 우리 고국의 세월호 참사로 많은 생명을 잃게 된 안타까움이 크... vknews 2014.07.10 2507
77 과일나무들의 축제 - 이수영 과일나무들의 축제 이 수 영 &lt;후레쉬 코리아 바비큐&gt; 대표 오늘 과일나무 7그루가 우리 집 정원으로 이사를 왔다. 그들을 이사 시키면서 나... vknews 2014.06.26 2559
76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기도 - 이수영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기도 이 수 영 &lt;후레쉬 코리아 바비큐&gt; 대표 봄이 오면 지금도 아련히 가슴속 이름으로 기억되는 형제분이 한 분 있습니다. ... vknews 2014.03.10 4063
75 3.1운동의 진실 - 김 용 3.1운동의 진실 김 용 &lt;한울운동&gt; 대표 올해는 갑오년(1894년) 동학혁명이 일어난 후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로부터 준비된 3.1운동이 불같이 ... vknews 2014.03.10 3634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Next ›
/ 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