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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성우이자 배우 주상현(周尙鉉, 1933∼2020) 선생께서 지난 4월8일 오후 4시 별세했다. 향년 87세.  

   그 소식을 듣고 한 동안 먹먹했다. 지난 2월말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후배들과 모임을 가지고, 식사를 함께 하며 연극 이야기로 웃으며 즐거워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슬픔이 큰데, 코로나19 때문에 장례 절차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큰 별이 또 하나 졌다.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라디오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에게‘주상현’이라는 이름은 추억을 불러오는 커다란 별이었다. 목소리의 힘은 그렇게 크다.

   1954년 기독교 방송 성우 1기로 방송계에 입문해 초창기 한국방송에 큰 역할을 한 주상현은 <장마루촌의 이발사> <열두냥짜리 인생> 등 수많은 방송극을 통해 다양한 인물을 목소리로 그려내며 큰 인기를 누려왔다. 

  특히 <현해탄은 알고 있다>의 악독한 일본인 군국주의자 모리 일등병역으로 청취자들의 미움(?)을 독차지했고, <박서방>에서는 서민층 노역을 맡아 인정 많은 전형적 한국인상을 창조했다. 

   그의 개성적인 연기는 청취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데, 이처럼‘전혀 이질적인 배역을 맡아 두 작품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둔 사실은 그의 풍부한 예술적 재질을 말해주는 좋은 반증’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성우 주상현은“천성적으로 타고난 텁텁한 목소리가 연륜을 쌓아가면서 차원 높은 인생의 애환을 담아 많은 청취자의 심금을 올려준 성우”로 평가된다. 막걸리처럼 걸걸하고 구수하고 정겨운 그의 목소리는 전형적인 한국인 서민의 애환을 맛깔스럽게 잘 표현해 주었다.

   1979년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까지 26년 동안 수백편의 라디오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편으로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에서 개성 강한 배우로도 활동했다. 주상현은 성우로 이름을 날렸지만, 대학시절부터 연극이나 영화를 전공한 연기자이다.

   그런 공로로 한국방송대상 성우상, 방송문화대상 등의 상을 받았고, 이민 오기 전까지 성우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미국으로 온 후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아, 라디오코리아가 초창기에 의욕적으로 제작 방송한 <태평양 아리랑> 등의 일일연속극에서 열연했고, 연극 <맹진사댁 경사> <오, 마미> 등에 출연하여 선 굵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극단 서울’공동대표로 후배들을 격려하며 미주한인연극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후배들에게는 그냥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기둥 같은 믿음직한 존재였다.

   지난 2월말 후배들과 가진 모임에서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꼭 출연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니 슬픔이 더 크다. 좀 서둘러 연극판을 벌려 자리를 깔아드렸어야 했는데… 인생 체험을 가득 눌러 담은 농익은 연기를 보지 못한 것이 정망 아쉽다. 

   라디오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 듣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제한 없이 자극하기 때문이다. 1938년 10월30일 오손 웰스의 라디오 드라마 <우주전쟁>이 불러온 엄청난 반향은 라디오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사건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라디오를 통해 들은 인상적인 목소리는 뇌리에 남아 오래 지워지지 않는다. 성우 주상현 선생의 목소리도 그렇게 오래오래 별로 남을 것이다.

   삼가 두 손 모아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늘나라에서도 굵직하고 구수한 목소리로 멋진 연기 보여주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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