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오스카 트로피에 담긴 의미 - 극작가 장소현

by Valley_News posted Feb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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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한국말로 수상소감을 말하는 장면은 우리를 뭉클하게 했다. 그것도 4번이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것은 단순한 기쁨을 넘어서 세계영화사에 중요하게 기록될 획기적인 사건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으며 이룬 쾌거라서 한층 의미가 깊다.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영화상 자체에도 큰 돌파구가 되었다.
   ▲세계를 향한 한국문화의 자신감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의미는 한국 문화의 세계무대 진출에 확실한 자신감을 심어준 점일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의 현실을 다룬 한국어 영화로도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92년 아카데미 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영화가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 수상 소감으로 인용한“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이 현실로 이루어진 셈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무대를 향하는 한국 예술가들에게는 매우 큰 격려가 되고 자신감, 자긍심을 심어주는 소중한 의미이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한 오스카 트로피로 한국문화의 세계화는 본격적 힘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 상위권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경제에 비해 부족했던 문화의 취약성을 단숨에 메워주었다.
   한국의 다양한 문화 예술은 그동안 한류라는 이름으로 활기차게 세계로 뻗으며, 성공을 거두고 영역을 넓혀왔다. 방탄소년단을 대표로 하는 케이팝, 클래식 음악의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 작고가 진은숙… 미술계의 백남준, 이우환 등등… 이런 성장세에 오스카 트로피가 정점을 찍은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노벨문학상 정도일까…
   ▲오스카에 새로운 세계 열다.
   아카데미 영화상이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제작된 영화에 작품상을 준 것은 92년 역사상 <기생충>이 처음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아카데미의 고민도 결코 작지 않았을 것이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아카데미의 변화를 상징하는 단면이라는 해석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아카데미는 보수적이고 불평등한 백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백인들이 만들어온‘화이트 스토리’와 전통적 영화문법에 대한 숭배와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었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그런 비판을 불식시키고, 동시에 지역 영화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적 영화상으로 거듭나기 위해, 과감하게 미래와 다양성을 선택했다. 마지막 빗장으로 여겨졌던 언어의 장벽마저 허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이다. 이는 전 세계 영화계에 희망을 준 결정이기도 하다. 소수 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나라에서도 작품만 좋다면 아카데미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은 결정은 아카데미로서는 매우 용기 있는 과감한 방향 전환이다. 이를 통해 아카데미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영화상으로 거듭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생충>의 수상은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역사와 전통의 저력
   한국 영화사 100주년을 큰 경사로 장식하게 된 것 또한 기쁜 일이다. 100년의 역사와 전통의 저력이 있었기에 오스카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생충>의 수상은 한국 영화가 그동안 쌓아온 저력을 상징하는 승리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 영화들은 꾸준히 세계 영화제에서 꾸준히 상을 받아왔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감독도 여러 명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 영화산업 규모도 세계 5~6위권이다. 이처럼 산업적으로나 작품적으로나 무시 못 할 토대를 쌓아온 상황에서 <기생충>이 확실한 증명을 한 셈이다.
   ▲<기생충>의 놀라운 수상 기록
   영화 <기생충>이 그동안 받은 영화상만 꼽아 봐도 기록적이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래, 1년간 전세계의 영화제에서 무려 163개 트로피를 받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1956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 이후 64년 만으로, 역대 두 번째다.
   <기생충>은 오스카 역사상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 작품상의 영광을 차지했는데, 한 영화가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처음이다.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도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최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에만 각본상을 시작으로 국제영화상과 감독상, 최고 영예의 작품상까지 동시 수상하면서 4관왕에 올랐다. 한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4개의 오스카상을 거머쥔 것은 월트 디즈니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알려진다.
   ▲문화의 힘 일깨워줘
   <기생충>의 수상이 주는 또 다른 의미는 사람들에게 문화의 힘과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이다. 수상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보거나, 또는 뉴스로 접한 세계의 한국인들이 경험한 짜릿한 전율은 대단한 것이었다. 또 이로 인해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그건 돈으로 따질 수 없을 지경이다.
   문화의 힘은 그렇게 막강하다. 그런데 그 문화는 예술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숲 같은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트로피는 그것을 일깨워 주었다. <*>봉준호 감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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