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 할머니 토스트 -<웨스트힐장로교회>오명찬 담임목사-

by Valley_News posted Mar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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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리코리언뉴스’ 애독자 여러분들께 하나님의 사랑과 기쁨이 마음에 부어지기를 축복합니다!  

   얼마 전, 지인이 보라고 보내준 ‘창동 할머니 토스트’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 도봉구 창동에 살았던 적이 있었던 터라,‘창동에 무슨 일이 생겼나?’라는 생각으로 영상을 보았습니다. 

   제 생각과는 다르게, 오랜 기간 창동의 한 길거리에서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크기의 모닝 토스트를 구워주시던, 한 할머니의 최근 근황에 관한 영상이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한국 방문 시 지나가다 그 토스트 가게를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창동 할머니 토스트’ 영상을 보며, 2008년 한국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주님 나라에 가신 저의 친할머니의 모습과 많이 닮으셔서 마음이 울컥하였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제 부친은 회사 일로 제 모친은 미용실 일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맞벌이 부부로 바쁘게 살게 되어서, 저의 친할머니께서 손을 걷어붙이고 세 명의 손녀들과 한 명의 손자를 극진히 보살펴 주셨더랍니다. 

   더구나 손주들이 중고교시절에는 4명이 매일 각 사람이 2개 이상씩의 도시락들을 필요로 했었는데, 할머니는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손수 따끈따끈한 밥과 반찬까지 손주들의 입맛에 맞게 정성껏 준비해주셨고, 겨울에는 보온밥통에 뜨거운 국물까지 담아주셨던 사랑의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방학이 되어도, 집에 있는 손자 손녀들의 끼니를 매번 다 차려주셨고, 심지어 설거지와 빨래까지도 묵묵히 섬겨주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제 기억 속에 할머니께서는 단 한 번의 짜증이나 귀찮은 기색을 보이셨던 적이 없으셨습니다. 너무나 철없던 어린이 시절과 사춘기 시절, 그렇게 큰 사랑과 친절을 오랜 기간 받았음에도, 할머니께 진심 어린 감사와 따스한 사랑의 선물조차 제대로 드려보지 못했던 것이, 할머니를 천국으로 보내드린 이후에야 얼마나 죄송스럽고 후회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미국은 이제 만 1년째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자녀들/손주들 매 끼니 차려주고 설거지해주고 빨래해주고 청소해주고 온라인 수업까지 보살펴 주어야 하는 일들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많은 분들이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학창 시절 저희 4명의 철없는 손주들에게 10여 년 동안 사랑의 수고로 섬겨주시기만 하셨던 우리 할머니께서는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이 피곤하고 힘드셨을까.. 라는 생각이 온 맘으로 밀려왔습니다. 

   지난 시간 드리지는 못하고 받기만 했던, 그 갚을 길 없는 할머니의 사랑과 수고에 마음이 저려 와서, ‘창동 할머니 토스트’ 영상을 보다 말고, 예수님께서 우리 할머니 천국에서 잘 보살펴 주시라고 울먹거리며 회한의 기도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기도 후, 한국에 있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창동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창동 할머니 토스트’ 천막에 꼭 찾아가서, 많이 팔아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러면 왠지 우리 할머니를 향한 이 후회스럽고 죄송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상쇄될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한국에 살았더라면, 오늘 당장 창동 할머니 찾아뵙고, 토스트 한 개 시킨 후, 주머니에 있는 모든 돈 몽땅 넣어드린 다음, "할머니 예수님 믿으시고, 꼭 건강하세요"라고 말하며 손잡아드린 후 도망쳐왔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애독자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의 삶에 주신 지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 배우자, 자녀, 은인, 교우, 목사님…  코로나를 지나며 그분들이 우리와 늘 항상 함께할 수 없을 수도 있음을, 두고두고 후회되는 시간이 오기 전에,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그분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은혜의 기간 동안, 그분들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해주며, 그분들이 곁에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종종 표현해드리면서, 그분들의 손도 잡아드리며 사랑으로 격려해 드릴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렇게 받은 사랑 앞에 감사를 표현하며 살게 될 때에, 비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흉흉해지지만, 우리의 인생길은 점점 더 훈훈해지리라 믿습니다. 

 

 

   홈페이지 www.iwhpc.org  /  유튜브 “웨스트힐 장로교회”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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