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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인류가 참된 목적을 위하여 일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장소현글_유일한박사.jpg

  < 유일한(柳一韓, 1895-1971) 회장>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柳一韓, 1895-1971) 회장의 기도문과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를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자녀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 나라와 인류를 위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글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다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유일한 회장은 지금까지도참 기업인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9세 때 선교사를 따라 미국으로 유학, 네브래스카 고등학교와 미시간대를 졸업했습니다.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일하다가 1926년 귀국하여건강한 국민만이 잃었던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유한양행을 설립, <안티푸라민> 등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 생전에 주식의 52%를 종업원들에게 넘겼고, 유한중고교, 한국고등기술학교를 설립하는 등 교육사업에도 힘썼지요.

독립운동에도 투신, 3.1운동 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인자유대회에 참가했고, 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에는 50세의 나이로 미()전략사무국(OSS, CIA의 전신)이 추진했던 한반도침투계획(NAPKO작전) 비밀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1971년 사망 시에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습니다.

 

유일한 박사의 기도문

만물을 창조하시고 전지전능하신 주님, 베풀어주신 은혜와 이날까지도 새 소망을 허락하심을 저희들은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하옵니다.

저희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과거의 잘못을 통하여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도우시고, 슬픔과 후회를 저희들 마음속에서 떠나게 하시고, 대신 어제의 편견이나 내일의 두려움 없이 정해진 사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성령과 용기와 의지를 저희들 마음속에 심어 주시옵소서.

저희에게 유혹을 이겨내고 탐욕과 시기와 부러워함을 정복하게 하시고, 낙심과 증오와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허락하시옵소서.

주님, 분노와 절망과 역경의 깊은 골짜기에서 저희를 건지시고, 패배와 실패와 허무감을 불식시켜 주시옵소서. 저희 의사를 표현함에 있어 자제할 수 있게 하시고, 타인의 의견을 이해와 동정심을 가지고 경청하게 하시며, 그들의 허물을 비판하는 것보다 그들의 미덕을 칭찬하고 인정할 줄 아는 지혜를 허락하시옵소서.

삶에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가를 인식할 수 있고, 오늘날 저희들에게 주어진 좋은 것들을 충분히 즐기며, 명랑하고, 참을성 있고, 친절하고, 우애할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무엇보다도 온 인류 모두가 참된 목적을 위하여 일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저희들의 마음을 겸손함과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 주시옵소서.

아멘.

 

진실한 우정과 인간관계

 

사랑하는 나의 딸 제넷에게

오늘은 네 인생에서 성인이 되는 날이구나. 그리고 제넷, 우리 모두는 네 인생이 행복하며, 유용하고, 만족스러운 삶이 되길 기원한다.

부모로서, 특히 우리는 네가 지닌 가능성이 보여질 때, 자식으로부터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진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했던 충고들이 반복으로 여겨질 때 아마도 종종 너를 훈계했던 것 같구나.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네게 주입하려고 애써왔던 것들을 너는 이제부터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공부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서 너는 상당히 훌륭한 자질과 품성을 갖추고 있단다. 네 마음속에는 동포들에게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지녔으며, 아주 극심할 정도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있단다. 이러한 것들은 단순히 경솔함과 무례함에 의해서 감춰져서는 안 되는 가치이며 자산들이란다.

진실한 우정과 인간관계는 단순히 즐겁게 인사하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요구한단다. 네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들은 진실하고 깊은 마음을 가졌으며, 아무도 생각이 얕은 사람을 오래 참아주지는 않는단다.

사랑하는 딸 제넷아,

너는 이제 성인이 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네가 육체적으로 완전히 우리에게 의존했을 때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단다.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계속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결코 심각한 가족관계를 가지지 말도록 하자꾸나.

(19501019, 캘리포니아에서 변치 않는 사랑으로 아빠가)

 

친구 역할은 중요한 자산

 

아들에게

네가 이 편지를 받을 즈음에 너는 네 생애에 있어서 두 가지 획기적인 사건을 맞이했을 것 같구나. 그것은 네가 극심한 경쟁 속에 좋은 성적으로 유수한 대학을 졸업한 것과, 법적으로 완전한 성인이 시작되는구나.

너는 이제 성년이 됨으로써 때때로 성인으로서 좋은 판단력을 지니기 위하여 너의 인내심을 보여주고,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이해해야 할 것 같구나.

그리고 대학을 졸업함으로써, 우선 네가 무엇을 공부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심사숙고했으리라 믿기 때문에 너의 선택이 제때에 잘 이루어진 것 같구나.

네가 일련의 대학과정을 수료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가 친구들을 사귀고,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재능을 보여주었던 것이구나. 나는 네가 네 인생에서 이러한 면을 더욱 계발함은 물론이려니와, 일상에서 접촉하는 사람들과 일어나는 보다 중요한 일들을 식별하는 분별력을 갖추기를 바란단다.

그리고 상호이익을 위해 어떠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중재자나 친구로서의 역할은 중요한 것이며, 가장 고귀한 자산이 될 것 같구나.

<줄임>

(195661, 동경에서 애정을 보내며. 아버지 일한)

 

희생하는 인생관

 

아들에게

법률학교가 점점 좋아지고 있고, 복습이 잘되고 있고, 법률학교의 기초코스가 네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편지를 통해 알게 되니 기쁘구나. 그리고 인생에 대한 너의 생각과 견해에 대해서 알게 되니 기쁘구나.

좌절, 지나친 방종,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실망과, 가까운 사람들의 행동,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보상의 결핍, 그리고 그 이외에는 하느님만이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환경 아래 있는 사람들은 가끔 인생에 대해 혼동할 때가 있다고, 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단다.

내가 가졌던 불타는 야망, 대학을 들어가고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의욕들이 나는 한국을 외국의 지배로부터 독립시켜야 하며, 한국 국민들을 경제적으로 잘살게 해야겠다는 의욕으로 불태웠단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졌었단다. 그리고 내가 제시한 이러한 것들을 이루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단다.

<줄임>

당신은 타인의 목적을 위하여 당신을 희생하라는 너의 인생관은 너에게 만족감을 가져다 줄 것이며, 나에게도 물론 가장 근본이 되는 인생관인 것 같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험에서 우리는 우리가 타인의 유용한 목적을 위하여 소용되어질 때 스스로가 행복함을 느낄 것 같구나.

<줄임>

아들아, 아버지 특히 남자는 겉으로 슬픔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다른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 사상과 동료애, 이해심과 그리고 가까운 부자애를 나누고 싶었단다.

<줄임>

나는 내가 너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만큼 너도 나를 이해해 주는 감정을 가지길 소망한단다. 나와 같이 부족함이 많은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아들이 더 많은 것을 해주길 바란단다. 하지만 나는 네가 내가 실패한 것들을 메우는 데 네 인생을 허비하기를 더더욱 원치 않는다.

만약 한국에서 우리가 네게 사회복구프로그램을 요청하고 이것이 만약 네 마음속에 있는 열정을 불태울 수 있으며, 네 삶의 흥미를 준다면, 너는 일상의 고역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완전히 공허한 기쁨이 아닌 인생에서 유용한 삶을 느낄 수가 있을 것 같구나.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혹은 작은 나라가 갖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든지,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대해서는 분쟁해결이 불가능한 곳은 없는 것 같구나. 한국은 완전히 폐허화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산재한 재건의 기회는 많으며, 제약산업은 좋은 여건을 제공할 수 있으며, 1000여 명의 가족에게 희망을 제공할 수 있으며, 동시에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많은 의약품을 필요로 하고 있단다.

그리고 이러한 분야는 훌륭한 사람의 비전과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도전할 수 있는 곳이라 여겨지는구나.

<줄임>

한국에서 많은 것을 제공해야 할 것, 우리가 보아온 것처럼, 즉 사회 구석구석에 복지나 덜 가진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투쟁 같은무엇인가를 잃어버린이들에게 귀속시켜야 할 공공사무, 건축가, 출판가와 같은 이들에게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한 많은 것들이 놓여 있다.

편지가 길어지는구나. 네가 이 편지 내용을 좋아할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이 편지의 내용은 네가 무엇을 선택하든 간에 나는 항상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나는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네가 나와 함께 나누고 싶듯이 나도 함께 나누기를 바란다.

<줄임>

마지막으로 삶에 대한 열정이 너무 강하고 중요해서 너에 대한 내 우려의 기도가 너를 귀찮게 하지는 않을지, 내 생활양식에 대한 나의 회고가 내 삶을 꾸려나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구나.

(19561127, 동경에서 애정을 보내며. 아버지로부터)

 

특권에는 책임이 따라

 

귀여운 딸에게

네가 서울로 떠난 지 일주일이 넘었다. 너와 만나면 나는 할 말이 많다만 네 방문은 언제나 너무 짧은 것 같구나.

내 주위에서 나를 즐겁게 해주지 않으면 나는 네가 보고 싶다. 너는 내게 편지하는 것을 잊지 않으며 또 여러 가지로 나를 기억하는 것을 잊지 않기 때문에 틀림없이 네가 곧 내게 편지를 읽어주겠지.

<줄임>

나는 네게 커다란 행복이 온다고 믿는데, 그것은 잠깐 동안의 만족보다 긴 동안의 자기만족을 네가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며, 너는 올바르고 네가 어울리는 남자를 오랫동안 기다려왔을 것이다. 그 희생이 값진 것으로 하고 단기적인 환상에 뛰어들지 말길 바란다.

인간의 본성이란 그런 것이어서 가까움이라는 것이 사람의 행동과 많은 관계가 있는 것 같구나.

나는 네가 나처럼 많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바라며, 내가 네가 말해주는 모든 것들은 너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의논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너라.

(195824, 동경에서 너를 사랑하는 아빠 일한)

 

이 기사는 <월간 조선>의 기사를 간추린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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