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큰소리, 찍소리 장소현 (극작가, 시인)
큰소리 뻥뻥 쳐봤자 잔소리 몇 마디에 찍소리도 못하고 박살나는 것이 요즈음의 생생한 모습입니다. 어느 가정이나 속내를 알고 보면 어슷비슷 대동소이 거기서 거기일 겁니다. 안 그런가요?
특히 나이 들고, 은퇴 후에는 더 하다고 하지요. 잔소리 앞에 큰소리가 속절없이 쓸데없는 흰소리로 부서지곤 합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읽은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글 하나 간추려 소개합니다. <중앙일보>에 실린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의 칼럼).
함께 생각해 보시죠.
5위 당신이랑 소파랑 한 몸이야?
4위 양말 좀 제대로 벗어놓으면 어디가 덧나?
3위 제발 좀 씻어!
2위 그러게 술 좀 작작 마시지
1위 여보~
한국의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정말 듣기 싫은 아내의 잔소리 5가지>입니다.
‘여보~’가 당당하게 1위에 오른 현실이 참 우습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네요.‘여보~’라고 부르기만 해도 깜짝 놀라는 모양이죠?
잔소리라면 대개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소리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실제로는‘시시콜콜한 남편의 잔소리’도 많다고 합니다. 은퇴 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남편들이 이것저것 콩이야 팥이야 미주알고주알 참견하는 거죠.
아무려나 아내이든 남편이든 잔소리는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닙니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친절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이게 모두 잘 되라고 하는 소리다,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는 간절한 사랑의 소리다, 내 말 들어서 손해날 것 하나도 없다… 등등…
하지만, 잘 살펴보면 잔소리에는 근본적인 함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지요.
우선 잔소리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그러므로 고쳐야 한다는 일방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겁니다. 상대방을 낮잡아 보는 것이죠. 그래서 슬기롭게 하지 않으면 듣는 이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게 됩니다.
한편 듣는 쪽에서는, 같은 소리를 자꾸 들으면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리거나, 울뚝밸이 솟아서 일부러 엇나가기도 합니다. 듣기 좋은 흥타령도 자꾸 들으면 짜증나게 마련이니까요. 무시당하는 느낌이 드는데 기분 좋을 리 없지요.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잔소리의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군요.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의 말을 들어볼까요.
“가랑비에 옷 젖듯 잔소리도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일반적인 언어폭력처럼 우울증, 불안 장애, 급성 스트레스 증후군을 유발한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지만, 정신적인 외상을 남기는 것이다.”
어떻습니까? 생각보다 심각하죠?
그래서 소통을 잘하는 지혜가 필요한 겁니다.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공감하는 노력… 소통 잘 못하면 대통령 자리에서도 밀려나는 세상 아닙니까!
이상으로 잔소리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