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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 힘입니다.                 

 

오정택 목사 <주님의 교회> 담임

 

   미국에서 오랫동안 교제하던 친구 목사가 최근에 한국에 있는 제법 큰 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해 갔습니다. 미국생활이 오래되어 잘 적응할까 걱정도 되었지만 비범한(extra-ordinary) 목사가 되고 싶어 했던 친구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기에 축하를 했습니다. 그 친구를 기억할 때마다 제 마음에 드는 생각은 비범한 목사도 필요하지만, 나처럼 평범한(ordinary) 목사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비범함과 평범함, 세상에는 모두 필요합니다. 비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역할과 어울림으로 인해 세상은 유지되고 발전하고 성장해 나갑니다.

   그러나 평범함보다는 비범함이 주목을 받습니다. 지난 2월, 한국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있었고 올림픽을 달군 비범한 선수들과 그들의 뛰어난 노력과 결과에 대한 관심과 칭찬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1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테니스 대회 4강에 든 정현선수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비범한 그들의 선전으로 국위가 선양되고,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들이 긍지를 느끼며, 같은 민족으로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었으니 주목받고 칭찬을 받는 것이 당연한, 위대한 분들입니다.

   우리 이민자들은 어떻습니까? 평범합니까? 비범합니까? 비범하다고까지는 말하기 어려워도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고향을 떠나 세계최대 강대국인 미국이란 나라에 와서 생존하고 성공을 위해 달려가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고난도 있고 좌절과 실패도 있지만 겪어보니 미국에서 살아간다는 자체가 비범함이라고 여겨집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한인들은 실제로 자신의 자녀들이 학습능력이 앞서 명문대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미국 주류사회의 당당한 일꾼이 되는 비범한 인재가 되길 바라고 적극 후원합니다.

   비범함에 주목하고 환호합니다. 비범함의 그늘에 눌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주목과 칭찬과는 거리를 두고 자기에게 맡겨진 자리에서 성실하게 꾸준히 정직하게 인생의 기초를 놓는 평범한 사람들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평범함에는 비범함하고는 다른 또 다른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3분 고전, 박재희 지음]이라는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풀어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기원전 6백년경 춘추시대 초나라의 철학자 노자는 리더를 4가지 등급으로 나누었습니다. 그 때와 지금은 너무나 다른 시대이지만 귀담아 들으면 지혜를 얻게 됩니다. 가장 낮은 단계는 리더지만 리더같지 않아서 무시당하는 리더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구성원들(부하들)을 두렵게 만드는 리더입니다. 이런 리더가 나타나면 모두가 벌벌 떨고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세 번째 단계의 리더는 구성원들이 늘 칭찬하는 리더입니다. 그러나 칭찬은 언제나 비난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칭찬을 받지만 조금만 문제가 있으면 악플에 시달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단계, 최고의 리더란 누구일까요?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리더입니다. 리더가 있지만 무게를 느끼지 못합니다. 평범하다는 의미입니다.

   칭찬을 받는 비범한 삶을 꿈꾸지만 칭찬을 받다가 마지막에 비난을 받는 리더들이 많습니다. 남들을 무섭게 하던 리더들이 버림받고 배반을 당합니다. 능력 없는 리더들은 이제 공동체에서 퇴출됩니다.

   목회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게 됩니다. 순간적으로 저와 성도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유능하고 탁월한 분들도 있고, 처음엔 무척 신뢰할 만하다가 나중엔 신뢰를 깨뜨리고 배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한데 나중엔 그 존재감과 가치가 큰 분들이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이런 분들 때문에 오히려 목회할 맛이 납니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비범한 영웅들보다 가까이서 조용하게 끝까지 동반자가 되어주는 평범한 사람들. 유명한 식당에서 먹는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집에서 먹는 집밥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세상의 탐욕을 내려놓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정직이란 평범의 가치를 붙들고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힘이 납니다.

   언뜻 보면 평범함을 추구하는 것이 소극적 삶의 방식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곳에 진정한 비범함이 있습니다. 공을 세워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고,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것도 아니고, 내 것이라고 붙들고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려는 것도 아니고, 욕심에 집착하여 남을 속이고 시끄럽게 싸우는 것도 아니고, 겸손히 낮은 곳을 향하여 흘러가는 물처럼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비범함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집밥같은 평범한 매력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