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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 교향곡 6번 B 단조“비창”   

 

윤 종 화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회장

 

명곡해설_차이콥스키.jpg

저는 이 교향곡을 처음 접할 때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울한 전반부가 지난 후 현악기로 연주되는 주동기가 연주될 때… 그 아름다움에 취했었던… 그때는 캄캄한 밤하늘에 알알이 보석처럼 박혀있는 별들의 나라를 여행하는 꿈을 꾸게 해 주는….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었습니다. 이 곡의 곡명을 알고 난 후에는 혼자 방안에서 세상의 모든 질고를 홀로 지고 가는 양, 인생의 고뇌를 홀로 삼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흔히 4대 교향곡이라 하면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 슈베르트 교향곡 8번“미완성”, 드보르작 교향곡 9번“신세계”그리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비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의 특징인 선율의 아름다움과 형식의 균형과 관현악의 조화가 뛰어난 이 곡은 차이콥스키의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하고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교향곡은 인생의 절망, 분노, 패배, 체념 등 모든 인생의 부정적인 정서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차이콥스키의 최대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곡은 자신도‘과장 없이 나의 영혼을 쏟아 부은 나의 일생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라고 했다고 전해집니다. 

   짧은 시간에 작곡된 것으로 알려진 이 곡은 1893년 10월 28일, 그가 사망하기 9일 전에 차이콥스키의 지휘로 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초연은 성공적으로 연주되었고, 박수갈채와 앙코르로 그는 다시 무대에 불려 나갔습니다. 그러나 청중에게는 그 당시 이 곡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고, 갈채는 단순히 존경에서 나온 예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초연 후 차이콥스키는 동생 모데스트와 의논하던 중, 동생이“비창”이 어떠냐고 제안을 하게 되어, 이 곡의 제목이“Symphony Pathetique” 라고 써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식이 없었던 그는 조카 다비도프를 무척이나 아꼈는데, 이 마지막 교향곡을 조카 다비도프에게 헌정했습니다.

   차이콥스키는 11월 1일 식탁에 있는 찬물을 한잔 마셨는데, 마침 유행하던 콜레라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차이콥스키의 죽음은 심혈을 기울인 비창 교향곡에 대한 냉담한 반응 때문에 홧김에 자살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가 동성애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상류사회의 멸시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기 위하여 찬물을 마셨다는 설도 있습니다. 당시의 음악학자 오를로바는 비소 중독에 따른 자살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차이콥스키의 죽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차이콥스키는 병상에 눕게 되었고 마침내 11월 6일에 그의 생애를 마감하였습니다. 이렇게 자기 죽음을 예고한 듯“비창”교향곡은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는데, 결국은 이 작품이 그의 마음을 대변한 그를 위한 장송곡이 되었습니다. 

   11월 8일에 비창 교향곡은 다시 페테르부르크에서 명 지휘자 나프라브닉의 지휘로 연주되었습니다. 청중들은 모두 한 음, 한 마디를 곱씹으면서 경청을 했는데, 4악장에 가서는 흐느껴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해지며, 청중들은 이 위대한 작품에 열광했었다고 합니다. 

   차이콥스키가 생전에“나의 일생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확신한 대로, 비로소 청중들은 이 곡이 그의 일생일대의 최고 걸작인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저는 구스타프 말러의 9번 교향곡을 좋아합니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심장병으로 병약해 있는 중에 사랑하는 딸의 죽음과 젊은 아내의 외도로 인해, 깊은 절망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인간 말러를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말러 9번 4악장과 차이콥스키 6번 4악장은 약속한 듯이 4악장의 서주에서 강렬한 현악기 군의 침울한 화음으로 시작되며, 또한 피아니시모로 마무리되는데, 깊은 절망 속에서 신음하는 두 작곡가의 고뇌가 저의 마음속에 진하게 전해옵니다.

   1 악장 서주의 아다지오 선율, 콘트라베이스가 저음으로 한숨같이 느린 저음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인생의 고뇌, 절망, 체념, 운명에의 순응 등을 느끼게 해 주는데, 제일 마지막 콘트라베이스의 반주로 반복 연주되다가 피아니시모로 마무리되는 부분에는 한 줌의 흙이 되어 영원히 사라지는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허무를 느끼게 해 줍니다.<*>     

문의 chesong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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