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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한 설경 속 풍경화 Mt Islip.            김찬호 <밸리 산악회> 대원

 

Mt Islip_산행2.jpg

 

 세계 곳곳에 산재한 험난한 산맥 군들에는 그 명성에 걸맞은 유명한 트레일들이 있다. 그중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험하고 모험적인 루트로 손꼽히는 GHT(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는 영국 산악인 로빈 부스테드가 5년간의 연구와 답사 끝에 완성하고 그중 가장 핵심적인 루트인 네팔 히말라야 하이루트 구간(1700Km)을 162일간의 대장정 끝에 2009년 2월 세계최초로 완주한다. 이후 전 세계 산악인들이 꿈을 꾸듯 도전 길에 나서지만 그러나 GHT완주는 네팔인들의 표현으로 신의 도움으로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만큼 완주한 사람도 아직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워낙 코스가 장거리이며 또한 위험 구간이 많아 대부분의 도전자가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코스인 1500Km 로우루트로 우회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로우루트 횡단은 네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구간을 한국인 최초,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완주한 사람이 있다. 올해 40세, 문승영씨. 20세에 산에 빠져 종횡무진 산을 헤매다 히말라야 K2에서 운명의 남자를 만나 늦은 결혼, 신혼여행이라며 의기투합헤서 온 곳이 GHT 횡단 트레일 출발점인 칸첸충카였다. 그렇게 시작한 GHT 종주는 총 5차례에 걸쳐 구간을 나누어 히말라야를 넘나들게 된다. 시작은 남편과 함께, 그 이후론 혼자서 셰르파만 대동한 채 혹한 속에 눈과 비를 맞으며 걷고, 비박을 감행하며 위험을 넘나들다 2015년 네팔 대지진 때는 공포 속에 주저앉는다. 결국 트레일이 통제되어 돌아와야 했던 일 등, 트레킹에서 겪을 수 있는 고난도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서 2018년 1월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그 후 네팔 관광청의 인증서를 받고 현지 신문에 한국인 최초 GHT 횡단 위업이란 기사로 대서특필 된다. 지금쯤 또 다른 높은 곳을 매의 눈으로 찾고 있을 그녀의 도전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엔젤레스 국유림 산게브리엘 산맥 중심에 자리한 Mt Islip 은 1800년대 중반 풍광에 반해 이곳에 거주한 캐나다인 George Islip의 이름을 딴 곳으로 오래전부터 정상에서 보는 LA 일대의 전망과 모하비사막, 산맥 고봉들의 위엄 등의 출중한 전망으로 정상에는 1927년 산림국에서 세운 전망대와 캐빈의 잔해가 남아있다. 크리스탈레 캠프 주차장 에서 출발, Wildy Ridge Trail 따라 향한다, 

   오늘은 특별하다. 주중 몇 차례 내린 많은 양의 비로 6000피트 트레일헤드에선 이미 설국이다. 시작부터 눈앞에 전개된 설경의 기대에 모두 한껏 부푼다. 크램폰을 끼우고 내딛는 걸음이 꿈결 같다. 밤새 내린 눈길의 첫 발자국, 설렘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0.5마일 정도에서 만나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한다. 눈꽃터널이 이어진다. 사실 겨울산행에서 눈꽃을 제대로 만나기는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은 행운이다. 눈 내린 다음에 바로 올라야 제대로 된 눈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치로만 본다면 시간과 공간이 온전히 정지한 정적 속, 무채색 풍경화. 이 표현조차 미흡하다. 위로 뻗은 파인트리 가지들이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늘어뜨린 모습들이 자연에 고개 숙인 거인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꿈길인 듯 설경에 압도되어 걷다 보니 Islip Ridge Trail 정상까지 0.9 마일 남은 표지판에서 오른쪽으로 마지막 피치를 올린다. 10년 가까운 겨울산행에서 만난 최고의 설경으로 오랫동안 기억의 잔상에 남아있을 것이다.

   왕복 12 마일. 난이도; 3+(최고 5) 등반고도;2300 피트. 등급 5(최고 5) 높이;3302M.  가는길; 210(E)- 10(E)-111 Hwy- Tram Way Rd 에서 라이턴-Station.   (213) 445-1280  www.valleyhik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