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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람스 -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브라암스.jpg

 

윤 종 화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회장

 

   저의 대학 시절에는 미군 부대를 통해 들어오는 클래식 음악 원반은 너무나 비싸고, 시중에는 복사판으로 된 음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음반으로는 음악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약음으로 연주될 때에는 잡음이 연주되는 음보다 더 커서 감상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학 2학년 때로 기억하고 있는데, 온 실력을 발휘해서 자작한 6BQ5 진공관 앰프에, MM (Moving Magnet) 카트리지 (Cartridge)를 장착한 턴 테이블 (Turn Table)을 구입한 후, 큰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원반 한 장을 샀습니다. 일부러 브람스 곡을 사려 한 건 아니었지만, 사게 된 원반이 아이작 스턴 (Isaac Stern)이 연주하고 유진 오르먼디 (Eugene Ormandy)가 지휘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습니다. (군을 제대한 한참 후에야 성음에서 라이센스를 받아 제작된 DECCA 클래식 음반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열심히 레코드판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브람스 협주곡 앞면에는 1악장, 뒷면에는 2, 3악장이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거의 잡음이 없는 깨끗한 음악을 듣게 된 것도 감동이었지만, 2악장이 시작되고 오보를 중심으로 서정적인 목관악기의 서주가 연주된 후에 이어지는 아름답고 애절한 바이올린의 연주에 저는 홀린 듯, 감동을 넘어, 온몸과 마음을 전율하며 바이올린 연주에 심취했었습니다. 이 한 장의 원반에 들어있는 신기에 가까운 명 바이올린 연주, 이 협주곡 한 곡이 저를 오랫동안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었는지 모릅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브람스의 내면 깊은 곳에 잠재해 있는 클라라를 향한 말할 수 없는 사랑이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으로 … 그러나 브람스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마음속에서 삭이고 절제하는 그 아픔까지 감내하는 브람스의 마음을 느낄 수 있기에, 더 큰 애절한 슬픔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어떤 평론가들은 브람스가 클라라를 끝까지 사랑하지 않았다고 평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 협주곡에는 브람스가 클라라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이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클라라가 세상을 떠난 1년 후, 브람스도 클라라를 따라가듯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저는 바이올린 협주곡 중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특히 스턴의 연주를 가장 좋아합니다. 아직도 어쩌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라디오로 듣게 되면, 차를 도로에 세워놓고 끝까지 들은 후에 볼일을 보곤 합니다. 

   브람스는 슈만과 그 부인 클라라를 만난 후, 슈만으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슈만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음악계에서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브람스의 클라라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되고, 44년 동안 사랑하며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클라라가 죽은 1년 후 클라라를 따라가듯 1897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슈만이 죽은 후에도 클라라를 스승의 아내로 순수하게 사랑했으며, 슈만이 자신에게 베풀어준 은혜를 끝까지 잊지 않고 클라라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성심껏 돌보아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클라라는 브람스의 마음속에 항상 살아있었고, 클라라를 향한 브람스의 사랑은 작곡할 에너지의 원천이 되어 위대한 브람스의 음악으로 탄생하였습니다.

   목가적인 오보의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되는 2악장은 클라라를 향한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아름답게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에, 안타깝고 애절한 브람스의 마음이 듣는 이의 마음을 저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브람스는 마음이 온화하고, 내성적이었으며 중후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브람스 곡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따뜻하고 깊이가 느껴집니다. 오래전 어떤 음악 평론가가 부부 싸움이 잦은 부부는 브람스의 실내악곡을 들으라고 권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브람스 음악 중에서도 바이올린 협주곡과 클라리넷 5중주곡을 특히 좋아합니다. 브람스의 애절한 사랑의 감정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베여있기 때문입니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미쳐 마음을 주지 못해, 늘 마음 한구석에 지난날의 후회가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까?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십시오. 눈 밑을 촉촉이 적셔주는 위로와 평안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문의 : chesonghw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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