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교향곡 6번 “전원”
윤 종 화 <밸리 클래식음악 동호회> 회장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특별히 1악장은 저에게 아주 특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1악장으로 인해 제가 클래식 음악에 진정으로 마음의 눈을 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학창시절 때인 저는, 진공관으로 전축(Stereo System)을 제작해서, 부업으로 주문을 받아 팔기도 하며 용돈을 벌기도 했었던 때였습니다. 대구에서 서울 청계천 4가, 세운 상가를 자주 들르던 때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때는 원반의 레코드 음반 구하기가 참으로 힘들었고 비쌌습니다. 그렇다고 잡음 소리가 음악 소리보다도 더 큰 재생 판으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기는 더더욱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의 도움으로 원반으로 된 베토벤 5번과 6번 교향곡을 몇 주간 빌려서 듣던 중이었습니다. 여름이 비켜 가던 어느 일요일 아침으로 기억합니다. 간밤에 비가 왔고, 나무로 된 담장은 촉촉이 젖어 있었습니다. 꽃밭에는 채송화와 담장에 걸려있는 나팔꽃들이 싱싱한 초록색으로 단장한 잎사귀들 사이사이에서, 물방울을 머금은 꽃봉오리가 수줍은 듯 건강함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방에 들어설 때, 늦여름 아침 햇살이 작은 정원을 눈부시게 비출 때 즈음, 늘 버릇대로 음악을 틀었는데…. 아! 그때 1악장에서 흘러나오는 상큼하고 산뜻한 전원적인 음이 그때 그 분위기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 순식간에 방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전원이 눈앞에 전개되었습니다. 감동과 전율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저는 이 계기로 클래식 음악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 후부터는, 월급 모아 장가갈 생각 하지 않고 클래식 음반만 모은다는 주위의 질책도 아랑곳 하지 않고, 미친 듯이 클래식 음반을 모으고, 연주회를 다니며 음악 해설집을 전집으로 사서 독파하고…. 새로운 음악 세계를 향한 모험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세종로에 있는 국립극장 개관식에 New York Phil이 온다고 해서, 그 개관식도 대구에서 그때 다녀왔었습니다.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감정이 많이 메말랐지만, 아직도 여러 작곡가의 마음의 세계들을 알아가는 여정 속에 있지만, 음악이란 어떤 면에서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까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가장 진보된 표현 수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원교향곡”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곡은 베토벤의 귓병은 한층 더 악화가 됐고, 그 때문인지 그는 도시를 떠나 자연에 파묻혀 있었던 1808년 여름, 빈 교외의 하이리겐슈타드에서 작곡되었습니다. 그해 12월 22일에 빈의 안 데어 빈 극장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으며, 이 곡은 제5번 교향곡과 같이 로프코비츠 공작과 라주모프스키 백작에게 헌정되었습니다.
5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시골에 갔을 때의 유쾌한 감정을 담은 제1악장으로 시작해서, 시냇가에서 자연을 묘사한 놀랄 만한 표현력이 담긴 제2악장, ‘시골 사람들의 즐거운 축제’라는 부제가 달린 제3악장, 폭풍우와 우렛소리가 실감 나게 재현되는 제4악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곡을 특징짓게 하는 제5악장에는 교회의 종소리, 숲속의 나무 흔들리는 소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목동들의 피리 소리 등이 자연과 조화된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로 베토벤이 얼마나 자연의 모습을 음악을 통해 생생하게 잘 묘사했는가를 보여줍니다.
소경인 스위스의 한 시골 소녀가 음악회를 다녀온 후,“연주회 때 들었던 그 시냇가의 경치처럼 실제로 이 세상은 그토록 아름다운가요?” 라고 목사님께 반문했습니다.
작가 앙드레 지이드는 자신의 저서“전원교향악”에서, 베토벤이 작곡한 “전원교향곡” 이 얼마나 자연이 아름답고 또 사실적으로 묘사한 음악임을, 눈먼 소녀 제르트뤼드를 통해 잘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눈을 감고 감상할 준비가 되셨는지요? 눈앞에 푸르고 싱그러운 전원이 펼쳐집니까? 바위를 돌아 돌아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립니까? 꾀꼬리,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들립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