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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바위에서 느껴보는 호연지기  Cucamonga Peak

쿠카몽카_1.JPG

 

김 찬 호 <밸리산악회> 대원 

 

   고산 등반에서는 때로 이성과 본성이 충돌하는 극한 상황이 연출된다. 다음의 두 사례는 현재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영국등반가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가 1985년 안데스산맥 시올라 그란데를 등정 후 하산 도중 조 심슨이 크레바스로 추락하여 다리가 부러진 채 사이먼과 연결된 자일에 매달린다. 어두워지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허공에 매달린 조와 자일을 잡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사이먼. 죽음의 위기, 고뇌와 갈등의 순간에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는 본능적인 판단을 한 사이먼은 칼을 꺼내 버티던 자일을 자르고 만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사이먼은 친구의 자일을 잘랐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며 캠프를 떠나지 못한다. 3일 후 기적의 생환을 한 조와 사이먼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서로를 끌어안는다. 

   2005년 1월 히말라야 촐라체북벽 최초 동계등반에 성공한 박정헌과 최강식. 하산 도중 최강식이 발을 헛디뎌 26m 깊이 크레바스에 빨려 들어간다, 이때부터 생사를 넘나드는 5일간의 사투가 시작된다. 최강식은 크레바스 속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두 발이 부러진 채 자일에 매달렸고 박정헌은 최강식의 추락충격으로 딸려나가며 안경이 깨어지고 갈비뼈 두 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다. 그 몸으로 자일 끝에 매달린 최강식의 몸무게를 지탱하며 버티는 절체절명의 순간, 자일을 끊어버릴까 하는 본능적인 갈등을 떨쳐내고 사력을 다해 후배를 끌어올린다. 그리곤 빙하 계곡을 벗어나기 위한 죽음의 행진을 시작한다. 최강식은 시력 0.3인 박정헌의 두 눈이 되고 박정헌은 최강식의 두 다리가 되어 5일 동안 굶주림 속에 영하 20도의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끝내 죽음을 이겨내고 생환한다. 박정헌은 동상으로 8개의 손가락과 2개의 발가락을 잘랐고 최강식 역시 9개의 손가락과 발가락 모두를 잘랐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더는 산을 탈 수 없는 박정헌은 패러글라이더로 변신, 꿈에 그리던 히말라야를 날았다고 한다. 

 

   샌가브리엘 산맥, 여러 봉우리 중 손꼽히는 정상의 경치를 자랑하는 쿠카몽가픽으로 올라가는 아이스 케년은 일 년 내내 차고 맑은 시냇물, 우거진 파인 트리 숲, 계곡을 오르면서 달라지는 경치로 남가주에서 이곳만큼 한인들의 기호에 잘 맞는 등산로는 쉽지 않다. 

   주차장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로 산행 시작. 돌과 암석이 많은 등산로 초입, 조심스럽게 발을 딛으며 짙어지는 숲의 공기를 호흡한다. 운치 있는 몇 개의 캐빈과 모양 좋은 바위들을 지나면 1.8마일 지점 쿠카몽가 야생구역 표지판이 나오고 평탄한 등산로로 20여 분 후 만나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인다. 이후 왼쪽으로 돌아 가팔라지는 등산로와 함께 호흡은 거칠어진다. 3.6마일 지점, 새들에 도착하면 울창한 숲 그늘과 시원한 바람이 반겨준다. 여기서 5곳의 트레일중 가운데 쿠카몽가픽 방향으로 들어선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 2.4마일. 쉽지 않은 코스나 숨고를 때마다 눈에 담기는 발디보울과 정상, 멀리 LA다운타운 등의 멋진 전망을 보며 잠시 피로를 잊는다. 갈수록 등산로가 좁아지고 거칠어진다. 후반부 남은 1마일 여 급경사 스위치백 길, 숨이 턱에 찬다. 정상에 서면, 숨소리는 거칠어도 마음은 그지없이 편안하다. 그리고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내뱉는다. 역시 산은 산이라고. 

   높이; 8859 피트. 등반고도3940 피트. 난이도4(최고5). 등급5(최고5) 

가는길; 118(E)-210(E)-Base Line Exit 내려 Left turn 막힌길에서 Left turn 한 후 첫 번째 Right turn-Mt Baldy Dr 나오면 Right turn-터널지나고 Village에서 2마일-두 갈래길 오른쪽-파킹랏.<*>    

(213) 445-1280,   www.valleyhik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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