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께서 간곡히 이르시기를...
장소현
글
11월 9일을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지정한 <도산 안창호의 날(Dosan Ahn Chang Ho Day)>입니다. 이미 잘 알고계시겠지요?
가주에서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일이 제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니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11월9일은 도산 선생의 탄생일입니다.
주 의회는“도산 안창호 선생은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한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애국지사 중 한 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산의 리더십은 미국 사회,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한인커뮤니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존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주 한인사회 최초의 한인촌으로 건설된 리버사이드 파차파 캠프, 항일독립운동단체 겸 한인사회 공동체인 <대한인국민회> 조직(1909년), 상해임시정부 재정지원 활동, <흥사단>을 통한 정신운동 등 도산 선생께서 초기 미주 한인사회 결속과 조국 독립운동에 기여한 업적은 이루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큽니다.
리버사이드에 세워진 도산 동상, LA 한인타운 내 도산 안창호 우체국, LA 다운타운 10번과 110번 프리웨이 도산 안창호 인터체인지 등에 이어 <도산 안창호의 날>이 선포되니 한층 자랑스럽고 자부심이 커집니다.
그런데, 우리 한인사회는 뜻밖에도 도산 선생의 가르침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삶의 화살표를 제시해줄 정신적 스승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인데 말입니다.
<도산 안창호의 날> 결의안을 공동발의하여 통과시킨 최석호 하원의원은 “11월9일 도산 안창호의 날 우리 후세대에게 무엇을 교육할지 한인사회가 고민해야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뜻에서 도산 선생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시 몇 편을 소개합니다. (굵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은 도산 선생의 말씀입니다.)
애! 기! 애! 타!
도산께서 말씀하시기를
“서로 사랑하면 살고, 서로 싸우면 죽는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힘주어 쓴
소박한 붓글씨 넉 자
애기애타(愛己愛他)
새겨 읽는다, 가슴으로 공손히 새겨 읽는다
한 획 새겨 읽고 절 한 번 하고
또 한 획 새기고 또 절 한 번 하고
애! 기! 애! 타!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라.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으니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하라.
남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것이니.
남을 사랑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다.
남이 곧 나라는 가르침…
내가 곧 너이니 지극히 섬겨 모시라는 말씀.
어떻게 새겨 읽어도 가슴 한 가득.
너 자신을 사랑하라
스스로 삶의 주인 되라는 말씀
우리 지금 그런 사랑 잃은 지 너무 오래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는 민족 되기엔 너무 추워
마음 너무 모질고 가난해
애기애타
함부로 말하기도
부끄럽고 죄송해
나라 허리 가른 모질고 가느다란 선 하나
피 묻은 금 하나
겨우 가느다란 선 하나…
부질없는 금 하나일 뿐인데…
그 선 때문에 서로 사랑 하면 안 된다고?
설마 거짓말이겠지, 그럴 리 없지
그립다 섬메,
그 크고 서늘한 그늘 그립다.
몹시 더워 숨 턱턱 막히는 여름날, 덜덜 떨며…
애기!
애타!
너와 나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하는 법 몰라
다 잊어버리고도 부끄러운 줄도 몰라
도산께서 간곡히 이르시기를
“너도 사랑을 공부하고 나도 사랑을 공부하자. 남자도 여자도 우리 2천만이 다 서로 사랑하기를 공부하자. 그래서 2천만 한족은 서로 사랑하는 민족이 되자”
사랑이 최고의 진리
도산께서 옥중에서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쓰시기를
“아무 별 것이 없고 오직 사랑뿐입니다.
사랑. 이것이 인생의 밟아 나아갈 최고의 진리입니다. 인생의 모든 행복은 인류 간 화평에서 나오고, 화평은 사랑에서 나오는 때문입니다. 어떤 가정이나 그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면 화목하고, 화목한 가정은 행복의 가정입니다. 그와 같이 사랑이 있는 사회는 화평을 누립니다.“
차디찬 바다 건너 피 흘리는 어머니 나라
옥중에서 보내온 사랑가에
아내는 눈물 흘리고
그 편지들 하나 하나
보물인양 차곡차곡 간직하고
남편 본 듯 차곡차곡…
사랑은 그런 것, 차곡차곡 쌓이는 것
쌓이고 쌓여 섬이 되고 메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
“그보다 먼저, 사랑을 믿고 사랑을 품고 사랑을 행하는 그 사람 마음에 비상한 화평이 있습니다.
내가 이처럼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사랑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남편이 옥중에서 보내는 사랑의 선물을 받으시고 우선 집안 자녀들에게 특별히 더 사랑을 나누십시오.”
잊고 살았네
사랑이 곧 생명이라는 걸
사랑하면 맑게 빛난다는 걸
물처럼 거침없이 흘러야
푸른 나무처럼 우렁차야
각진 모서리 닳아져 비로소
사랑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살았네
참 함부로 살았네
사람, 삶, 살림, 사랑
차디찬 옥중에서 사랑 공부하는 큰 사람
향기로워라, 천리만리 향기로워라
도산께서 간곡히 이르시기를
“샘이 저절로 솟는데 우물은 왜 파나요?
조금 파면 솟지 않던 물도 깊이 파면 더욱 솟아오름과 같이 사랑을 너도 나도 두텁게 닦고 더욱 기르면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솟아납니다.”
섬메 아스라이
도산과 아내 두 사람을 태운 배가 태평양 거친 파도 넘어 미국땅에 가까워 오니, 멀리 섬 하나 아스라이 보인다. 하와이다.
검푸른 바다 한 가운데 아스라이 섬 하나 우뚝
꼭 내 어머니 나라 보는 것 같구나.
사랑하는 내 조국도
깊고 넓은 바다 위에 우뚝 서야 마땅하리.
“이제부터 내 호를 도산(島山)이라 하리라.”
도산.
섬 도(島) 메 산(山)
섬 위에 솟은 산, 섬메.
섬은 홀로 아득히 외롭고
메는 말없이 우뚝하니…
섬은 아득히 뿌리 깊어
그림자 물에 젖지 아니하고
메는 뜻 높고 우뚝하여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니
섬메는 홀로 밝고 우렁차다
멀리 홀로 있어, 사무치게 외로워서
더
크고 향기로운 섬
그리워…
우리 마음 한 가운데 우뚝 솟은
큰 섬메.
아득히 멀어 보여도 가까운 섬
바로 내 안에 살아있는 섬.
섬은 파도 위의 작은 점
바다와 땅 이어주는 든든한 점
점 이어 길이, 선(線) 모여 넓이…
너와 나 공손히 엎드려 작은 섬들 된다면
길고 넓으리, 아득히 깊고 넓으리
메 모여 우람한 산맥
나라 등뼈 이루는 힘찬 줄기
너와 나 다소곳이 무릎 꿇어
작은 봉우리 된다면
깊은 골짜기 된다면…
서울과 평양, 백두산과 한라산
한 숨에 든든하게 이어주는
선(線)들 된다면
안과 밖 없어지고, 활짝 열려 두둥실
그깟 녹슨 철조망쯤이야!
섬메의 가르침 높고 그윽해
어머니 품처럼 따스하고 편안해
섬 그림자처럼 거룩한 메처럼
우리 가슴 안에 살아, 펄떡이며 살아 있어
빙그레 웃으면
활짝 열려 우뚝 서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