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정병규 / 광고디자이너 , 소설가
‘ 요즈음 한국 신문 방송을 보면 먹을거리에 대한 것들이 너무도 많이 나온다. 무엇을 먹으면 몸에 좋고 무엇은 나쁘고, 자연의 먹을거리 들을 어려운 화학기호와 영어로 말하며 겁을 주고 있다. 쌀, 육류, 밀가루 등은 몸에 안 좋고 현미, 생선, 채소 등을 권하며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말고 소금, 설탕 등을 줄여라. 그 동안 먹고 살아온 전통이 있는데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어머니, 아내가 정성껏 만들어준 음식들을 이것저것 따지면서 가려먹는 다는 것은 참으로 실례가 되는 일이다.
미국인들의 주식은 육류, 밀가루이지만 채소를 곁들어 먹고 운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다. 무엇이든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먹으면 살이 되고 뼈가 되는 것이 아닐까? 영양 성분을 따져가며 먹는다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이곳 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무슨 방송을 보았는지 식단이 바뀌면서 채식만 하고 즐겨먹던 육류와 술까지도 끊어버렸다. 그리고 일 년 후 췌장암에 걸려 병문안도 갈 시간도 없이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60년 동안 먹고 살아온 체질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끊어버렸으니 몸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암에 걸린 실제 이유는 잘 모르지만 건강에 좋다는 말만을 믿고,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지냈으니 그 스트레스가 암을 유발시키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욕구 중에 식욕이 제일 크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먹고 싶은 것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먹자. 피자, 햄버거, 라면 다 나쁘다고들 한다. 사람이 살면서 꼭 좋은 것만 먹고 살 수는 없다. 때로는 더러운 것도 해로운 것도 먹을 수 있다. 그래야 면역력도 생기는 것이 아닐까? 온실의 화초보다 야생의 꽃들이 더 강하고 생명력이 길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요즈음 많은 건강 보조식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종 비타민들을 비롯하여 이름도 기발하게 지어 먹으면 무병장수할 것 같은 신기한 제품들도 많다. 게다가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듯이 빈병에 물만 넣고도 비싸게 팔리고 있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면 필요한 영양분을 취할 수 있는데도 식사 후에 한 움큼의 비타민을 챙겨 먹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즐겁게 먹고 냉수 한 잔 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동안 발표된 연구 논문에도 화학적으로 가공된 비타민이나 건강 보조식품들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알려진 바가 있다. 물론 병에 걸린 중환자나 노약자들에게는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 할머니는 생전에 약 한번 먹은 적이 없는데도 건강하게 사시다가 90세가 넘어 돌아 가셨다. 항상 긍정적이시고 먹을 것에 대해서는 불평 없이 잘 드셨고 욕심도 없으셨다.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음식 탓이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이 지구상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굶주리는 사람이 많은데 배부른 소리다.
이런 방송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리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살자. 그렇게 따져가며 먹다가는 제 명대로 못 살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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