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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네요. 노을이 곱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올 한 해도 이런 저런 일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것 같군요. 별 이룬 것도 없이 허둥지둥 바쁘게 복닥거리기만 하며 보낸 세월이 허전하기도 합니다.
   가장 큰 일은 아무래도 파격적인 남북정상회담, 역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등의 남북관계를 꼽아야겠지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순조롭고 빠르게 진전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헤쳐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지만,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쉽게 접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징용 문제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로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졌습니다. 독도를 둘러싼 갈등, 위안부 문제에 징용 문제가 더해졌으니…
   2019년 새해에는 삼일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가 차원의 대규모 기념행사들이 열릴 예정이어서 더 날카로운 대립과 갈등이 예상되는군요.
   지난 11월 6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도 주목됩니다. 연방하원에 도전한 영 김 후보의 막판 역전패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는 대로, 영 김은 개표 초반에는 경쟁후보를 8.5%p가량 앞지르며 당선을 확정짓는 것처럼 보여 한인사회를 기쁨으로 들뜨게 했지요. 하지만, 우편투표의 개표가 이어지면서 막바지로 갈수록 두 후보 간 득표차는 줄어들었고, 결국 역전패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로써 한인 여성 최초의 연방의원 탄생의 꿈은 미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으로 믿습니다만.
   동부 뉴저지에서 앤디 김(36) 민주당 후보가 연방하원으로 당선된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미 동부 최초이자 김창준 전 의원 이후 20년 만에 한인 연방하원의원이 탄생되는 꿈이 이뤄지게 된 것이니까요.
   영 김의 역전패는 민주당의 지지도가 높아졌음을 뜻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8년만에 하원을 탈환하며,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현재의 구도가 깨지고, 권력을 분점하는 정부 체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현 정부의 남은 2년 임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저지할 동력을 얻었고, 트럼프 대통령의‘마이웨이’식 국정운영에는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죠.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플랜도 도전적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원만히 타협하며 국정을 운영하기보다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향후 2년 동안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는 점입니다.
   이같은 정국의 변화가 그동안 파격적으로 진행되어 온 남북 관계, 미국과 북한의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입니다. 중미에서 몰려든 캐러밴의 물결은 어떻게 해결될지도 큰 관심사죠. 이 문제는 앞으로 국제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요.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게 돌아가도, 예수님 태어나신 12월은 사랑과 감사의 달입니다. 베푸는 계절이지요.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여러 가지 형태로 베풀며 살아갑니다. 그런 덕에 세상이 그나마 살만 한 것이겠지요.
   올해 마지막 머릿글은 베푸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장식하고 싶습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잠시나마 가슴이 따스해지지요.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만…

   평생 억척 과일장사로 모은 400억원 
고려대학에 기부한 노부부의 깊은 사랑
  평생 억척스레 과일장사를 해서 모은 4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고려대학에 기부한 김영석(91), 양영애(83) 씨 부부의 이야기는 여러 모로 감동적입니다.
  지난 10월25일, 이 소식이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악착같이 돈을 벌고 모아 자식에게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는 게 미덕인 세상이니 놀랄 만도 하지요.역대 고려중앙학원에 기부한 금액 중 가장 많은 액수라는 점도 그렇지만, 길거리 과일 장사를 시작으로, 그야말로 억척스럽게 모은 재산이라 울림은 더 컸지요.
  “된장이랑 꽁보리밥만 10년 넘게 먹었지요.”
  6.25전쟁이 끝난 뒤, 가진 것 하나 없이 결혼한 부부는 혹독한 가난을 겪으며 살았답니다. 서울 청량리의 무허가 판자촌, 비가 내릴 때면 머리맡으로 빗물이 떨어지는 집에서 15년을 살았습니다. 그 시절은 누구나 가난하기는 했습니다만…
  부부는 1960년대 초부터 젖먹이를 등에 업고 서울 종로5가에서 손수레 과일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부부는‘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을 팔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일했답니다. 품질 좋은 과일을 다른 상인들보다 3, 4시간 먼저 받겠다는 생각에 청량리부터 1시간을 걸어서, 전국에서 과일을 싣고 오는 트럭이 모이는 종로5가 시장까지 다녔습니다. 야간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었지만 부부는 매일 통금을 뚫고 그렇게 했답니다.
  그런 성실함과 노력이 곧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장사가 잘 됐지만, 부부는 티끌도 아꼈답니다. 새벽에 과일을 받아놓은 뒤 근처 해장국집에서 아침까지 일했고, 그 대가로 아침과 점심밥을 그 식당에서 먹었다지요.
  장사를 끝내고 돌아올 때는 종로에서 청량리로 가는 전차를 탈 수 있었지만, 요금 50전을 아끼기 위해 걸어서 왔답니다. 생일이나 여행 같은 것은 물론 없었지요.
  그렇게 해서 돈이 모이는 대로 저축을 한 끝에 부부는 1976년에 처음으로 청량리 로터리 인근의 상가 건물을 하나 샀고, 그 뒤 바로 옆 부동산들을 꾸준히 매입했답니다.
  주위 사람들이“죽으면 가져가지도 못할 돈인데 뭐 그리 억척스레 사느냐”며 혀를 차도 개의치 않았다지요. 다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계획이 바로 장학금 기부였던 겁니다.
  초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한 양 할머니에게 공부는 평생의 한이었습니다. 과일가게 앞을 지나는 대학생들을 바라볼 때마다 부러움을 느꼈고, 그래서 첫아들의 모교인 고려대를 운영하는 고려중앙학원에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기증식에서 부부는“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기부를 할 수 있어 기쁘다. 기부한 재산은 어려운 학생들이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마음껏 공부할 환경을 만드는 데 써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부부에게는 20대 때 미국에 가서 정착한 50대의 두 아들이 있답니다. 하지만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은 겁니다. 아드님들이 서운해 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양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두 아들한테 옛날에 미국에 집도 하나씩 사주고 할 만큼 했어. 둘 다 살 만하고…. 돈이라는 게 자기가 힘들여 벌지 않으면 의미 없는 거야. 재산 물려준다고 해서 자식들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잘못하면 자식 망치는 거지.”
  부부가 사는 청량리동 아파트는 낡은 소파에 사치품 하나 보이지 않고 검소하답니다. 이 아파트도 죽은 후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기부를 하고 나니까 기부가 좋다는 걸 알겠더라고. 사람들이 다들 칭찬하잖아.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잘했다, 큰일 했다고 해. 지나가던 아이가 나를 보고‘기부 할머니다’고 그러기도 하고. 이렇게 칭찬받고 사는 게 쉬운 게 아니잖아.”
진정한 영웅본색, 주윤발, 전 재산 기부 약속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으로 19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 전성시대를 이끈 톱스타 주윤발(63, 저우룬파)의 감동적인 선행도 관심을 모읍니다.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지난 10월15일 밝혔지요. 무려 56억 홍콩달러, 한국 돈으로 약 8100억원에 달하는 거금입니다. 몇 년 전부터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말해온 약속을 다시 한 번 다짐한 겁니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것은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평화롭고 평온한 태도로 사는 것이다. 내 꿈은 행복해지는 것이고 보통 사람이 되는 것이다”재산 기부 약속만큼이나 그의 검소한 생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주윤발은 수천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한 달 용돈이 100달러 안팎이랍니다. 그는“매달 아내에게 1000 홍콩달러(약 14만 원)를 용돈으로 받는다”고 밝힌 바 있지요.
   또 개인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평소 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뿐 아니고, 17년 동안 같은 휴대전화를 쓰다가 2년 전에야 스마트폰으로 바꿨는데, 그것도 전화기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평소 생활용품도 시장에 가서 직접 사고, 옷도 주로 할인매장에서 산답니다.
  주윤발은 대중교통에서 자주 목격되는 것으로 유명하답니다. 그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인파 속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은 과거에도 몇 차례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네요. 사진 대부분은 운동화와 점퍼 차림에 배낭을 메고 지하철 출입문 근처에 서있는 모습이어서, 언뜻 봐서는 주윤발로 알아보기 힘들답니다.
  “나는 개인 차와 운전기사가 없다.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운전기사가 있으면 나를 계속 기다려야 할텐데 그러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주윤발은 빈손으로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스타입니다. 슬하에 친자도 없고, 홍콩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가난하고 힘들게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머니는 청소나 채소농장 일을 했고, 아버지는 석유공장 노동자였답니다. 집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아침에 일어나면 길거리에서 어머니가 차를 파는 것을 도왔고, 오후에는 농장에 가서 일을 해야 했다지요. 호텔 벨보이, 우편배달부, 카메라 판매원, 택시운전사를 전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인생이 바뀐 것은 그가 출연한 지방 텔레비전 연속극 <상해탄>이 인기를 끌면서였습니다. 그리고 1986년 <영웅본색>에 이어 <첩혈쌍웅> <와호장룡> <커리비언의 해적> 등 히트작을 냈고,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기에 기부의 참 의미를 아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그는 전 재산 기부로 진정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통큰 기부로 유명한 선행스타들
성룡, 안젤리나 졸리, 디카프리오
  중화권의 스타 성룡도 선행스타로 유명합니다. 이미 15년 전 절반의 재산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사실 전 재산의 반을 이미 15년 전 기금회에 기부한 상태다. 저는 죽을 때 통장잔고가 0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영화를 찍어서 돈을 열심히 번 후, 그것을 사회에 모두 환원할 생각이다.”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기금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도 자신의 수입 가운데 3분의 1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등 꾸준한 기부로 모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에는 자신의 액세서리 라인의 수익금으로 학교를 세우는가 하면, 난민들을 위해 매년 수 억원을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약 900억 원으로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꾸준히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재단 설립 이래 가장 큰 보조금인 2천만 달러를 기부해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또 그는 환경운동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요.
  아무튼, 올해 넘어가기 전에 베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위에 소개한 사람들처럼 통 큰 기부는 불가능하겠지만, 아주 작은 것이라도 베풀었으면… 돈이 없으면 재능 기부나 자원봉사라도 할 수 있기를…
  여러분 모두 은혜롭고, 사랑과 감사 가득한 연말 맞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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