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단 한 사람의 산악인을 꼽는다면 이즈음엔 단연 이 사람이리라. 김창호 대장. 그는 2013년 5월 최고와 최악의 순간을 하루 새 겪었다.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 완등자는 전 세계 32명, 그 중 신의경지인 무산소 등정자는 14명. 그해 5월 히말라야 14좌 무산소등정의 대미를 장식할 에베레스트를 해발고도(0부터), 무동력, 무산소 등정이라는 전무후무한 알파인 스타일로, 폴란드의 전설적인 산악인, 예지 쿠크츠카가 가지고 있던 세계 최단기간 14좌 완등 기록을 앞지르며 등정에 성공, 세계 등반사에 우뚝 서게 된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그와 8000미터 11개 봉우리를 같이 올랐던 후배 서성호가 정상아래 캠프에서 숨진다. 극심한 고산증에도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고 버티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8000미터에서의 산소농도는 지상의 ⅓. 그는 무산소 등정을 지키려는 후배를 말리지 못한 죄책감에 오랫동안 시달린다. 2011년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한국인 최초 14좌 완등자 박영석 대장의 수색작업을 위해 네팔행을 자처하기도 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있는 그에게 산악사고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등반로를 꾸준히 개척해 온 공로로 2016년 산악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황금피켈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다. 그런 그가 2018년 10월 12일, 히말라야 구르자히말(7193m)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3500m 베이스캠프에서 취침 도중 알 수 없는 자연재해로 대원 5명, 셰르파 4명, 원정대 모두가 사망하는 비극을 맞는다. 지금까지 등반 중 해발 3500m, 그것도 베이스캠프에서 산악인이 사망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아침에 그곳을 확인한 구급 헬기가 베이스캠프에서 500미터 떨어진 계곡에서 흩어져있는 시신들과 침낭, 텐트 등을 발견한다. 눈도 없었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슬픔에 빠진 한국산악계는 조용히 장례를 진행하며 전 세계 산악계에서 보내온 위로 조문으로 그의 위상을 새삼 확인한다. 찬란하고도 무거웠던 짐을 벗고 이젠 산이 된 그의 명복을 빈다.
Hasting Peak은 엔젤리스포리스트의 여러 등산로 중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LA 어디에서도 접근성이 좋고 능선을 걸으며 보는 절경은 엔젤리스포리스트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Bailey Canyon 파킹장에서 포장도를 출발 왼쪽으로 오래된 수도원을 지나며 부드러운 흙길 등산로 입구의 트레일 표지판을 뒤로하면 차츰 좁아지고 가팔라지는 등산로에 비례해 호흡은 거칠어지고 땀은 쏟아진다.
3마일 지점, 새들까지는 다소 지루하고 힘이 드는 산허리 지그재그 길이 이어진다. 숲 그늘이 별로 없어 더운 날씨의 이곳 산행은 피하는 게 좋다. 새들에서의 휴식 후 분위기는 반전된다. 몇 걸음을 가면 삼거리표지판에서 왼쪽 Hasting Peak으로 향한다. 정상까지 몇 개의 봉우리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 길에 숨이 막히고 왼쪽으로 남가주 전체와 다운타운, 끝자락 해안가까지의 광활한 시티뷰와 오른쪽 엔젤리스포리스트의 깊은 계곡과 고봉들이 이루는 마운틴뷰가 기가 막힌 절경을 시원한 바람 속에 시선을 빼앗기며 걷다 보면 어느새 하얗게 비워져 정상에 서 있는 나를 만난다. 이 온전한 비움이 나를 살게 하리라.
▶높이; 4200ft. 등반고도;2400ft. 거리; 왕복 9마일. 난이도;3+. 등급; 4(최고5)
가는 길; 118(E)-210(E)-Baldwin Ave Exit-Left turn- 2블락 가면 막히는 길 레프턴-첫길에서 라이턴-Bailey Canyon 파킹장.
(213) 445-1280, www.valleyhik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