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이 작곡한 이 곡은, 24개의 전주곡 (24 Preludes, Op. 28) 중 15번째 곡으로, 곡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들려오는 내림 A 혹은 올림 G (A-flat or G-sharp) 음 때문에 “빗방울”이라는 제목이 붙은 아름다운 곡입니다. 비 오는 날의 분위기가 너무나 잘 어울려서 창문 밖으로 비 오는 거리를 내다보거나, 처마 밑에 서서 똑똑 떨어지는 빗물 (낙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매력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는 듯 느껴집니다.
미국에 이사 온 후에는 모든 집의 구조가 한국과 달라서, 마루 끝에서 마당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즐거움과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낭만을 느낄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중간 부분에 내림 C장조로 먹구름 속에서 비가 억수같이 오고, 천둥 번개가 치는듯한 어두운 부분이 있지만, 곧 소나기가 그치고 조용히 내리는 비가 너무나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쇼팽이 26세가 되던 1838년에 당시 유명한 여류 소설가 조르주 상드 (George Sand)를 만났는데, 서로가 한눈에 반해버렸습니다. 동거에 들어간 쇼팽과 상드는, 쇼팽의 폐병 치료를 위해 지중해에 있는 마호르까 (Majorca)라는 섬으로 떠났고, 그곳 작은 농가에 작은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날씨를 기대했던 기대와는 달리 악천후로 병이 더 악화한 쇼팽은 근처 수도원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쇼팽이 발데모사 수도원에서 24개 곡의 전주곡을 완성하는 동안, 조르주는 쇼팽을 위해 약을 구하러 나갔는데, 돌아오는 밤길은, 사람들이 급류에 떠내려갈 만큼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조르주가 엄청난 폭풍우를 뚫고 수도원에 돌아와 보니, 방안에는 빗방울이 건반 위에서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쇼팽은 슬픈 표정으로 피아노에 앉아 눈가에 빗방울을 머금고 조르주를 바라보며,“나는 당신과 아들이 이 엄청난 폭풍우 속에서 함께 죽은 줄로만 알았소 … “. 아마 사랑하는 조르주를 힘들게 하는 소나기가 쇼팽의 마음속에서는 눈물로 변했나 봅니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후세의 사람들이 이 곡을 전주곡 Op. 28 중 15번 D 플랫장조를“빗방울 전주곡” 이라 이름 붙였다 합니다.
아마 이 전주곡이 조르주가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평온하게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쇼팽의 간절한 사랑이 담겨 있는 듯 느껴집니다.
올해 여름은 무척 길었고,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무척 건조하기도 했으며, 이곳 남가주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무척 힘든 여름을 보내었습니다. 제가 사는 산타 클라리타시는 원래 더운 지역이지만, 올해에는 여름뿐만 아니라 늦가을까지 낮 최고온도가 100도를 오르내렸습니다. 다행히 뒷마당에 큰 용량의 태양광 발전기가 있어서, 아침부터 에어컨을 부담 없이 틀 수 있어서 더위를 피할 수 있었지만, 한줄기의 시원한 빗줄기가 너무나 그리웠던 여름이었습니다.
매년 여름이 되면 산타 클라리타시의 야산에는,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어느 뉴스에서, 남가주의 여름은 산타 클라리타 시의 Brush Fire 소식에서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매년 이곳에 작은 Brush Fire가 늘 있어서인지, 아직 재산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뉴스에, 특히 올해는 캘리포니아 전역에 만연해 있는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온 산천이 메말라 있는데,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산타아나 강풍으로 인한 산불로 인해,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가 계속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조르주를 향한 쇼팽의 마음처럼, 처마 끝에서 서로 사이좋게 떨어지는 빗방울로 인해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우리가 모두 바라고 있는, 빗님이 온 캘리포니아를 3일 동안만이라도 촉촉이 적셔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문의 chesonghwa@gmail.com